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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왜?…나쁜 걸 알면서도 전쟁을 할까[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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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충동

리처드 오버리 지음 | 이재황 옮김

아르테 | 460쪽 | 3만4000원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공습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전쟁 충동>은 ‘인간은 전쟁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인류 진화를 관통하는 폭력의 기원을 다학제적 연구로 살펴본다. 테헤란 | AFP연합뉴스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 혼란·충격 야기했지만 원인에 대한 해석 분분

인간이 진화하며 더 크고 복잡해진 위험…가상공간·우주로 확장 위기

전쟁의 원리 탐구, 전쟁을 없앨 순 없지만 평화의 길 찾기에 도움 기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전 세계를 혼란과 충격에 빠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설명은 아직까지도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채 흔들리고 있다. 자원을 둘러싼 다툼? 체제의 대립? 핵 안보 위협? 아니면 그저 지도자의 오판(혹은 결단)이었을까.

1932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지크문트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썼다.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에게 ‘인류를 전쟁의 위협에서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프로이트는 폭력이 인간을 포함해 전체 동물계의 특징이며, 싸우고 파괴하려는 충동을 억제할 방법이 없다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그가 ‘죽음 충동’이라고 부르던 것이다. 이러한 탐구들의 결과는 <왜 전쟁을 하는가(Why War?)>라는 책으로도 나왔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100년 가까이 더 논쟁을 하고도 논란이 있고 여전히 모호하다.

영국 군사사학자 리처드 오버리가 2024년 펴낸 <전쟁 충동>은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는 책이다. 현대전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기존 역사학의 경계를 넘어 인간과학 연구를 군사사와 결합해 인류와 더불어 줄곧 존재해온 전쟁의 작동 원리를 추적한다.

역사가들은 어떤 전쟁에 대한 설명을 쓸 수 있지만, 전쟁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더 큰 질문 앞에선 비켜서왔다. 저자는 수백만년에 이르는 시간을 오가며 선사시대의 폭력부터 현대의 조직화된 전쟁까지, 또한 지구 곳곳을 넘나들며 전쟁을 설명해온 일련의 가정과 주장을 검토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 책의 1부에서 진화론적인 적응, 문화적 결정 또는 생태적 압력과 같은 인간과학(생물학·심리학·인류학·생태학)의 관점을, 2부에선 인류를 폭력으로 추동하는 자원·신념·권력·안보와 같은 동기들을 살펴본다.

전쟁이 ‘우리 유전자 속에 있다’는 관념은 사람들의 인식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제인 구달 연구팀이 침팬지를 장기간 관찰한 결과 침팬지 집단은 ‘매복 공격’까지 나서 약한 집단을 무너뜨리고 영역을 빼앗았다고 한다. 초기 인류의 ‘집단적 공격성’을 암시하는 이러한 폭력은 성공적인 집단이 친족을 보호하고 유전자 풀을 확대할 가능성을 키웠을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광범위하고 고의로 동족을 죽인다는 점이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포괄적합도’이다. 친족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들이 주어진 환경 안에서 번식 성공을 높이기 위해 협력한다는 틀인데, 그 과정에서 친족 조직과 그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의 구분이 강화됐을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역사 시기로 넘어오며 병사들이 친족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생물학적으로 무의미한 무리로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데는 ‘문화’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인간의 진화로부터 시작해 전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에 참여하게 하는 심리, 신념·관습과 같은 문화적 요인, 급작스러운 기후변화와 같은 생태적 요인을 폭넓게 넘나든다. “전쟁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 즉 생물학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환경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끈질긴 주장은 쓸모없는 이분법이다. 먼 과거에 생물학적 생존은 번식 성공에 달려 있었고, 그것은 다시 진화적 적응의 결과였다. … 기후의 급격한 변화나 식량 자원 감소 같은 임의 효과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호모사피엔스와 함께 진화한 형질은 경쟁에서 생존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매우 강했다. 물론 그러려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규모로 경쟁자를 살해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평화는 언제, 왜 깨질까. 해묵은 중동 분쟁에 대한 설명 중 하나가 ‘자원’이다. 두 차례의 페르시아만 전쟁은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 지역에서 오는 석유 공급에 대한 불안과 연결돼 있었다. 1991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벌어진 1차 전쟁에 이어 2003년에는 경제적 이익이 큰 지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정권 교체를 추구했다. 이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4년을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자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돌이 격해지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대리전으로 확대되면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석유·가스 공급의 위기가 초래되기도 했다. “오랜 세월 약탈자의 표적이 되어 온 자원은 약탈자가 문화적·경제적·정치적으로 그에 부여한 가치 때문에 그렇게 됐다. 가치의 구축은 왜 자원을 놓고 전쟁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해 준다.”

20세기 서방의 폭력에 맞서 이슬람 세계에서 부활한 지하드는 ‘신념’이 현실적인 동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나폴레옹과 히틀러로부터는 지도자의 자아도취와 오만이 어떻게 전쟁으로 연결되는지도 살펴본다. 때로는 불안과 의구심이라는 ‘안보’ 딜레마 자체가 전쟁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정작 저자는 마지막까지 속시원한 답을 내놓진 않는다. 오히려 전쟁은 복합적이며 따라서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 딱 하나를 집어낼 수 없다는 것이 결론에 가깝다.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문명화 과정에 의해 인류의 폭력이 꾸준히 감소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이 책은 냉철하게 현실을 응시한다. 앞으로도 생태위기, 자원 스트레스, 종교적 갈등 등 다양한 전쟁 요인들이 있고, 우주나 사이버 공간으로도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또는 미래의 국제질서에서 전쟁 없는 세계가 곧 출현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전쟁의 원인은 수천 년 동안 줄곧 있었다.” 이번 미국의 이란 공습은 불확실한 세계를 새삼 확인시켰다. “전쟁은 인간의 역사에서 매우 오래된 것이지만, 미래에도 전쟁은 존재한다.”

전쟁의 동인을 이해한다고 전쟁을 없앨 수는 없지만, 인류가 평화를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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