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중에서도 자고 일어난 뒤부터 점차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면 뇌종양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뇌종양은 인체의 중추를 관장하는 뇌에 생긴다는 점에서 환자와 가족의 심리적 부담이 큰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대처가 뒤따른다면 뇌종양을 극복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뇌종양은 두개골 안쪽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아울러 일컫는다. 인구 10만명당 연간 20명 정도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며, 그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유형은 뇌를 감싸고 있는 막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종’이 대표적이다. 뇌수막종은 뇌에서 처음 발생하는 일차성 뇌종양 중 약 30%를 차지하며, 그중 85% 이상이 양성 종양에 해당한다. 그밖의 일차성 양성 뇌종양으로는 호르몬 분비 기관인 뇌하수체에 생기는 뇌하수체 종양과 신경초종 등을 들 수 있다.
비교적 악성 종양의 비율이 높은 유형으로는 뇌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신경교종이 있다. 전체 뇌종양의 25~30%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진행이 빠른 편이기도 하다. 또한 폐암이나 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뇌로 옮겨와 발생하는 이차성 뇌종양인 뇌전이암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뇌종양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김종현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는 딱딱한 두개골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종양의 성격이 온순하더라도 크기가 커지면서 뇌의 주요 기능을 압박하거나 뇌압을 상승시켜 마비, 의식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종양의 위치와 주변 혈관·신경과의 인접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밀한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뇌종양의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증상은 두통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두통과 뇌종양에 의한 두통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뇌종양 증상으로 나타나는 두통은 주로 잠을 자고 난 직후인 아침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점차 강도가 세지고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조절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두통과 함께 구토나 구역질이 동반되거나 의식이 저하된다면 이는 뇌부종으로 인한 뇌압 상승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각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종양의 발생 위치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일 수도 있으므로 눈여겨봐야 한다.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성격 변화나 기억력 저하, 혹은 정신이 멍해지거나 일시적으로 팔다리 힘이 빠지는 등의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호르몬 생성을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 여성은 생리불순, 유즙분비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손발이 커지는 말단비대증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종양이 커져서 시신경을 압박하면 시야장애, 시력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청신경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도 흔한데, 갑작스런 청력저하 또는 이명이 발생하거나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정밀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뇌종양 치료는 수술로 종양을 절제해내는 방법을 중심으로 하면서 두개골을 절개하는 개두술, 코나 눈 주위를 작게 절개해 그 틈으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뇌내시경 수술, 그리고 감마나이프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법 등으로 세분화된다. 전통적인 개두술은 종양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어 현재도 자주 시행되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게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이 관심을 받고 있다. 뇌내시경 수술은 수술 후 후유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수술과 더불어 현대 뇌종양 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감마나이프 치료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60에서 발생하는 감마선을 여러 방향에서 조사해 종양 병변 부위로 고선량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쓴다. 감마선이 집중된 종양은 점진적으로 위축되거나 성장이 억제되는 반면 정상 뇌 조직에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종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특히 뇌전이암의 경우 감마나이프가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김종현 교수는 “양성 종양도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수술적 감압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경우, 시신경이나 혈관 등 위험한 구조물에 유착돼 있어 수술적 완전 절제가 어렵거나 수술후 심각한 부작용의 확률이 높은 경우, 혹은 환자가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으로 인해 전신 마취 수술이 힘든 상황에서 감마나이프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 신경섬유종증과 같은 유형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뇌종양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이상 증세가 있을 때 신속하게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된 작은 종양은 감마나이프와 같은 방사선 수술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종양의 크기가 작을수록 합병증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재발 여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김종현 교수는 “뇌종양은 종류와 위치에 따라 치료 전략이 매우 정교하게 짜여야 하는 질환”이라며 “환자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개두술 방법과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방법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뇌종양도 삶의 질을 유지하며 충분히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