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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그럼 망해라♥”···웃기는 여자들, 마이크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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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의날 기념 스탠드업코미디 공연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코미디언 전인·강안리·최기문·정성은 인터뷰

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채널 1969에서 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스탠드업코미디 공연<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에서 서울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정윤씨가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서현희 기자

“오늘 많은 여성 코미디언이 무대에 올랐는데, 다들 대단한 예술가들이에요. 주로 하는 건 애비 얼굴에 먹칠하기, 본인 명예에 똥칠하기. 그런데 이 사람들이 무대에 선 건 웃기고 사랑받기 위해서거든요. 그 여자 미친여자 아닙니다. 코미디언입니다.”(최정윤)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작은 공연장 ‘채널 1969’에는 전국에서 모인 여성 코미디언 14명과 남성 코미디언 1명이 무대에 올랐다. ‘여성의 날’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농담도 있었지만, 주로 각자의 캐릭터를 살린 ‘전매특허’ 농담들이 이어졌다. 여성, 퀴어, 인생에 대해 다룬 이들의 농담은 ‘여성의 날’에 딱 들어맞았다.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는 점차 늘고 있지만 여성 코미디언의 비중은 여전히 적다. 보지 못했던 공연에 대한 갈증이었을까. 이번 공연은 대성황이었다. 티켓은 1분 만에 매진됐고 주최 측은 공연을 한 차례 추가했다. 추가 공연까지 모두 팔리자 서촌 코미디클럽 대표 정성은씨는 인스타그램에 “남성의 날(다른 날들)에 만나자”는 유쾌한 사과문을 올렸다.

3.8 여성의날 기념 공연<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무대에 오르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 시작 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인, 강안리, 최기문, 정성은씨. 서성일 선임기자

공연에 참여한 코미디언 강안리, 전인, 정성은, 최기문씨를 지난 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면서도 “누구도 다치지 않는 코미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날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번 공연을 기획한 정성은씨는 에세이 작가이기도 하다. 코미디를 ‘보기’위해 만들어졌던 모임이 갑작스레 ‘쓰는’ 모임이 되면서 2019년부터 무대에 섰다. 이후 뉴욕에 건너가 오픈마이크 문화를 접하고 친구들과 함께 ‘서촌 코미디 클럽’을 세웠다.

정씨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출연자를 선택하는 대신 지원을 받았다. 코미디언들은 지난 1일 화상 플랫폼 줌(ZOOM)에 모여 서로의 개그를 점검했다. 거칠고 시원시원한 유머부터 신랄한 조롱까지 날 것의 언어들이 이어졌는데, 웃음과 침묵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농담은 조금씩 다듬어졌다.

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채널 1969에서 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스탠드업코미디 공연<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에서 서울스탠드업 코미디언 최기문씨가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서현희 기자

2022년부터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른 최기문씨는 “누구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걸 하고 싶다”고 했다. 일상의 언어를 뒤틀어 펀치 라인을 만드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7의여자’라고 들어보셨어요? 옛날말로 ‘훈녀’라고 하죠. 7의여자는 남들이 보면 다 안대요. 그리고 본인은 절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친구에게 물었죠. 내가 혹시 7의 여자니? 난 모르겠는데...”

강안리씨도 농담을 쓸 때 조롱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저도 (지난해) 임산부로서 변한 몸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당사자성 농담도 다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관객이 들었을 때 불편하지 않아야겠죠”라고 했다. 강씨는 지난해 출산 1달여를 앞두고 만삭인 배를 드러낸 채 서울과 부산에서 1시간가량의 단독 스탠드업 공연을 하면서도 이같은 원칙을 지켰다.“임신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지하철에 쓰여 있죠. ‘미래의 주인공을 위한 핑크 카펫’ 그걸 보고 눈물이 났어요. 그 말은 저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거니까... 여러분도 아마 아닐걸요?”

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채널 1969에서 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스탠드업코미디 공연<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에서 서울스탠드업 코미디언 강안리씨가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서현희 기자

강안리씨는 “코미디를 쓸 때 일상에서 느끼는 불합리함을 많이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만 불편한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객석에서 딱 한 명이라도 웃어주면 생각해요. 아,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저는 그것 하나면 만족합니다.”

전인씨는 10여 년간 오픈리 퀴어 활동가로 지냈고, 활동가 시절 코미디 쓰기 모임을 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뛰어들었다. 그는 최근 고향 부산에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부산이 너무 좁게 느껴지더라고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면서 ‘서울이 내를 부르네’ 싶기도 하고요. 서울 판을 먹으려고 왔어요.” 그는 “비하가 아닌 유머가 되려면 전복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앙리 베르그송의 <웃음>에 보면 ‘웃음은 집단성이 중요하다’고 하거든요. 우리 농담에 웃을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말인데, 각자 맞는 개그를 찾아 듣는 것도 맞는 방향 같아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도 방법이겠죠”라며 웃었다.

3.8 여성의날 기념 공연<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무대에 오르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 시작 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안리, 최기문, 전인, 정성은씨. 2026.03.04 /서성일 선임기자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솔직한 개그로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싶습니다. 관객을 웃기는 순간 그 씬 안에서는 가장 큰 가치를 얻은 것이거든요.”(정성은) “남성들이 위주인 코미디 판에서 원소윤이라는 걸출한 여성 코미디언이 나왔으니, 이제 여자들 차례가 왔다고 생각해요. 커다란 마중물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최기문) “여성 코미디언들이 정말 숨겨진 보석들 같아요. 존재를 몰라서 그렇지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강안리)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하고 싶어요. 퀴어농담은 곧 저이기 때문에, 계속할 겁니다” (전인)

여성의 날이 아니더라도 이들이 무대에 선 모습은 찾아볼 수 있다. 여성·지역 기반 코미디 클럽인 서촌, 부산, 제주 코미디 클럽과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 크루 ‘블러디 퍼니’는 각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과 오픈마이크 일정을 알리고 있다. 오픈마이크는 누구든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무대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실패하는 모습조차 재미있는 곳이에요. 오셔서 ‘그래 내가 쟤보다는 낫지’ 하는 작은 위로라도 얻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씨가 말했다.

3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채널 1969에서 여성의날을 맞아 열린 스탠드업코미디 공연<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포스터. 서촌코미디 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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