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알파차단제가 눈의 각막과 홍채 사이를 채우는 액체인 방수의 흐름을 막아 녹내장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제공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알파차단제를 사용할 경우 안과 응급질환인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약제를 사용한 기간이 길수록 녹내장 발생률도 증가하므로 처방 및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백성욱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2~2022년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한 5075명과, 이들과 연령·체질량지수·기저질환 등 조건이 일치하는 대조군 2만5375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알파차단제 사용 여부에 따른 녹내장 발생 위험도를 비교 분석했다.
전립선비대증의 1차 치료제로 널리 처방되는 알파차단제는 전립선 평활근을 이완시켜 소변이 잘 흘러나갈 수 있게 하는 효과를 낸다. 하지만 같은 성분이 눈의 홍채 확대근에 있는 α-1 수용체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동공 확장 능력을 떨어뜨리고 홍채를 이완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부작용은 눈의 각막과 홍채 사이에 들어있는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를 막아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시신경 손상과 실명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분석 결과, 알파차단제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약제 사용자들을 누적 투약 일수에 따라 단기(23일 이하), 중기(24~202일), 장기(203일 이상) 사용군으로 나눠 비교해보니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생률은 단계적으로 높아졌다. 단기 사용군의 녹내장 발생률은 0.15%였으나 중기 사용군은 0.20%, 장기 사용군은 0.41%로 점차 늘었다.
연구진은 눈의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가 원래 좁은 고위험군 환자라면 알파차단제를 처방하기 전 안과적 위험에 대한 사전 상담과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위해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나 PDE-5 억제제 등 대체 약물을 쓰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으며, 알파차단제를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환자에겐 녹내장 예방 차원에서 홍채 주변에 방수가 배출될 작은 통로를 만드는 레이저 홍채절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 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에서 알파차단제와 급성 폐쇄각 녹내장 위험의 연관성 및 용량 반응 관계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고위험군 환자는 전립선비대증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나 장기 복용 중에 안과적 평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환자 안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