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화되기 쉬운 발목 염좌
봄날씨가 완연해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산길은 자칫하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미끄러지기 쉬워 발목 염좌를 조심해야 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근 관악산 등반이 유행처럼 번진 데서도 알 수 있듯 등산은 이미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산이나 언덕 등의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까지 인기를 끌면서 자연 속에서 건강을 지키려는 동호인들도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산길은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제각기 성질이 다른 흙과 자갈, 바위, 낙엽 등으로 뒤덮여 있어 자칫하면 발목을 접질리거나 미끄러지는 등 부상 위험도 상존한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삐끗’해 생긴 발목 염좌는 가볍게 여겨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했다가는 만성적인 발목 불안정에 이어 심한 관절염으로까지 진행할 위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흔히 발목이 삔다고 표현하는 발목 염좌는 발이 비틀리면서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부상을 가리킨다. 등산이나 달리기 외에 농구·축구 같은 각종 스포츠 활동, 일상적인 보행 중에도 자주 발생한다. 염좌는 발목 안쪽이나 위쪽 등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지만 보통 발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바깥쪽의 ‘전거비인대’가 손상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손상 정도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경도의 염좌는 인대가 단순히 늘어난 상태로, 통증과 함께 붓는 증상이 나타나긴 해도 어느 정도 체중을 버티며 걷는 것이 가능하다. 이보다 심한 중등도 염좌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돼 통증과 부종이 심하며 걷거나 체중을 싣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심한 단계인 중증 염좌에 이르면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상태여서 통증이 극심하고 발목이 체중을 견디며 걷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인대·뼈·연골 구조 미세한 변화
삐었던 쪽으로 계속 삐기 쉬워져
반복 발생 땐 관절염까지 갈 수도
등산 때 짐은 몸무게 10% 이내로
접질림 발생하면 냉찜질·압박을
문제는 유독 발목 부상은 재발과 악화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발목 염좌가 한 번 발생하면 인대와 뼈, 연골 등 관절을 지탱하는 구조에 미세한 변화가 생겨 자주 접질리는 쪽으로 변형되기 쉬워진다. 김우섭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은 한번 삐면 다시 삐기 쉬운 구조”라며 “인대 손상 이후 보존적 치료를 해도 발목이 자주 접질리거나 헐거운 느낌이 남는다면 이는 ‘만성 발목 불안정성’으로 진행됐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발목 염좌가 발생했을 때는 바로 해당 부위를 보호하고 안정시키면서 냉찜질과 압박, 높게 들어 올려 부종을 예방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초기 대처 후 인대에 심각한 파열이 없다면 점차 통증이 가라앉으면서 상태가 나아지긴 하지만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인대 손상 후에는 발목 주위 근육과 신경의 균형감각이 떨어져서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같은 부위를 다시 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대를 다치는 염좌뿐 아니라 발목 주변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골절 역시 향후 관절염 예방을 위해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발목 염좌나 골절이 발목 관절염까지 이어지는 중간 과정엔 발목 불안정성이 악화되는 단계가 있다. 손상된 부위가 원래대로 치유되지 못한 채 느슨해진 이 상태를 만성 발목 불안정성 상태라 부른다. 환자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해도 미세한 염좌가 반복해 발생하기 쉬운 상태여서 인대 외에 연골까지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장기간의 잠복기를 거치며 그동안 쌓인 손상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관절 전체로 염증이 번지는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무릎이나 어깨 등 다른 관절에선 노화에 따른 퇴행성 관절염의 비율이 높은 반면, 발목 관절염은 과거 부상이 주된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정비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발목 관절염은 다른 부위에 비해 발생률이 낮고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대표적인 ‘침묵의 관절염’”이라며 “퇴행성 질환인 관절염의 대표적인 발병 인자로는 노화를 꼽을 수 있지만, 발목 관절염은 약 70%가 외상, 발목 염좌, 골절의 후유증으로 발생하고 있어 나이를 불문하고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목이 이미 심각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면 보조기나 약물을 사용하는 치료로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 단순히 환자가 자주 발목을 접질리고 통증을 느끼는 수준을 넘어 영상검사에서도 인대 손상이 명확히 발견되고 발목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는 구조적 변형이 확인될 경우 수술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손상된 인대를 단단히 봉합하는 수술을 시행하지만 손상이 재발했거나 범위가 넓다면 자가·인조 인대를 이용한 재건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연골이 닳고 뼈의 변형이 생기는 관절염 단계까지 이른 경우 초기엔 체중이 실리는 축을 바꿔 관절의 부담을 줄이는 과상부 절골술, 더 진행됐다면 발목을 하나의 뼈처럼 고정해 통증을 없애는 발목 유합술 같은 수술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인공관절 치환술을 통해 발목의 운동 범위를 보존하면서 통증을 줄이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김우섭 교수는 “수술을 하더라도 재활 없이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수술 후 꾸준한 근력 강화와 균형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며 “물리치료나 주사치료도 연골을 복원시키진 못하지만 통증 완화와 수술 시기 지연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발목 염좌와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발목의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등산이나 스포츠 활동을 전후해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인대를 충분히 풀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발 선택 역시 중요하다. 밑창이 지나치게 얇거나 두꺼운 신발, 굽이 높은 신발은 발과 발목을 안정적으로 지탱하지 못하므로 발목을 자주 삔 경험이 있다면 피해야 한다. 등산이나 트레일 러닝, 축구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땐 각각의 특성에 맞게 출시된 전용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바위와 흙길이 교차하는 산길을 지난다면 발목을 잘 지지해주는 등산화를 신고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도록 끈을 단단히 묶는 것이 좋다. 발목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등산용 지팡이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비오 교수는 “등산을 할 때 발목 건강을 지키려면 배낭의 무게는 몸무게의 10% 내외로 유지하고, 장거리 산행 시 중량감 있고 딱딱한 등산화 착용이 필수”라며 “하산할 때는 자세를 낮추고 보폭을 줄여 발목 부담을 줄이고, 1시간 등산 후 10분 휴식하는 습관으로 근육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