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김혜순 이어 소설 부문 첫 수상
한국 문학 세계화 현상 주목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 표지.
한강(55)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영어제목 ‘We Do Not Part’)이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소설 부문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앞서 최돈미 시인이 번역해 2023년 출간한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제목 ‘Phantom Pain Wing)이 2024년 시 부문에서 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비영어권 번역 문학에 보수적인 미국에서 번역서로, 그것도 도서 평론가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년 출간 도서 시상식에서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을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NBCC는 <작별하지 않는다>(‘We Do Not Part’)를 수상작으로 발표하며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며 “이 예술적인 소설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압도적인 꿈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한강은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해 책을 펴낸 호가스 출판사 측에서 대리 수상했다. 한강 작가는 출판사 편집장이 대독한 소감에서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2021년 국내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과 인간의 고통을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한강은 국내 출간 당시 기자회견에서 소설 제목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끝까지 끌어안고 걸어 나아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2024), 일본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2025)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1월 펭귄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 호가스에서 영어권에 소개됐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전미비평가협회상까지 받으며 세계적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앞서 한강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으며, 2018년에도 소설 <흰>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주목되는 건 한국 문학의 세계화 현상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정보라는 2022년 소설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23년 천명관의 장편 <고래>, 2024년 황석영의 장편 <철도원 삼대>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김혜순 시인도 빼놓을 수 없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한 김 시인은 지난해 7월 <죽음의 자서전>으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아시아인 최초로 받기도 했다. ‘아동 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은 2022년 이수지 작가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은 2020년 백희나 작가가 각각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이금이 작가는 2024년에 이어 202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글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번역 문화의 질적 성숙이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다만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번역가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27일 “작가의 깊이 있는 문학성과 이를 온전히 전달한 고품질 번역이 만나 이뤄낸 결실인 만큼, 번역원은 올해도 한국문학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