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보건복지부 제공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경우 흡연자보다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흡연의 이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파킨슨병 발병 조짐이 있을 때 생긴 후각 저하나 뇌 보상체계 변화로 담배에 덜 끌리게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지현 교수,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준혁 교수 연구팀은 흡연 여부와 이력에 따른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분석해 신경과학 분야 세계 최상위 저널인 미국신경학회 학술지(Neurology)에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9~2010년, 2011~2012년, 2013~2014년 국가건강검진을 세 차례 모두 받은 사람 가운데 첫 검진 당시 흡연자였던 40세 이상 41만48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흡연과 파킨슨병의 관계를 분석한 기존 연구들에선 흡연자에게 파킨슨병이 비교적 적게 관찰된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고, 흡연자는 암이나 심혈관·호흡기질환 등으로 더 일찍 사망할 위험이 커 파킨슨병이 실제보다 적게 관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흡연과 파킨슨병의 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연구대상자들을 흡연 여부와 지속·중단 경험에 따라 계속 흡연군, 재흡연군, 최근 금연군, 지속 금연군 등 네 집단으로 나눴다. 이후 흡연자가 다른 질환으로 먼저 사망해 파킨슨병 진단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고려하는 분석법을 적용해 결과의 정확도를 높였다.
분석 결과, 추적 관찰 기간 내내 흡연을 중단하지 않은 계속 흡연군을 기준으로 했을 때 파킨슨병 발생위험은 마지막 검진 전 금연한 최근 금연군이 1.60배, 첫 검진 이후 계속 금연한 지속 금연군이 1.61배 더 높았다. 반면 두 번째 검진 당시엔 금연했지만 마지막 검진 때는 다시 흡연한 재흡연군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은 계속 흡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파킨슨병 발생 위험만 놓고 보면 마지막 검진 당시의 흡연 여부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재흡연군과 최근 금연군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집단 모두 세 번의 검진 중 두 번은 흡연 상태로 받았지만 파킨슨병 발생 위험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파킨슨병 발생에는 과거의 흡연 지속 기간보다 마지막 평가 시점에 실제로 흡연 중이었는지가 더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으며, 2년 안팎의 짧은 금연만으로는 이런 연관성이 바로 약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금연이 파킨슨병 발병과 관련해 다소 불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사망 위험을 놓고 보면 정반대의 양상이 확인됐다. 계속 흡연군과 비교했을 때 최근 금연군의 사망 위험은 3%, 지속 금연군은 17% 더 낮았다.
윤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흡연과 파킨슨병의 관계를 한 시점의 흡연 상태만으로 보지 않고 시간에 따른 변화와 전체 사망 위험까지 함께 반영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구 결과를 흡연의 이점으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 되며, 조기에 금연하고 금연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교수는 “파킨슨병의 전구증상으로서 후각 저하나 뇌의 보상 체계 변화 등이 임상 진단 이전 단계에서 나타나면서 환자 스스로 담배를 덜 찾게 되거나 끊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결과는 금연해서 파킨슨병이 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병이 진행되는 초기 변화, 즉 ‘역 인과관계’로 인해 담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져 금연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