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 ‘발 다한증’ 수술 세계 최초 1000례 돌파 이끈 문덕환 교수
문덕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다한증의 특성과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는 다한증은 당사자가 아니면 고충을 짐작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양말을 몇 켤레씩 들고 다니며 수시로 갈아신어야 하는 불편은 예사다. 손에서 땀이 줄줄 흘러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만지지 못하는 엄마도 있다. 다행히 의학의 발달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세계 최초로 ‘발 다한증’ 수술 1000례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문덕환 흉부외과 교수는 몸소 이 분야를 개척해왔다. 지난달 20일 문 교수를 만나 다한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다한증이란 어떤 병인가.
“다한증은 체온 조절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땀이 분비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덥거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긴장하면 땀이 나지만 다한증은 그런 이유와 상관없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땀이 많이 나는 질환이다. 땀이 멎어야 할 때 멎지 않거나 땀이 나면 안 되는데 나서 환자 본인이 큰 불편을 느끼면 다한증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반대로 땀이 많이 나더라도 불편을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면 문제가 안 된다.”
- 환자가 체감하는 불편이 기준이라고 하면 애매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환자들을 보면 불편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다. 현실에선 스마트폰을 쓰다가 땀 때문에 지문 인식이 안 된다든지, 학생이 시험을 칠 때 너무 땀이 많이 나서 답안지 작성에 문제를 겪는다든지 사례가 다양하다.”
더위나 긴장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 불가능할 정도의 땀 분비
땀 나는 곳에 보톡스 주사 치료
내성 생겨 갈수록 효과 떨어져
발 다한증 수술 땐 복강경 이용
허리에 있는 교감신경절 절제
부작용 ‘보상성 다한증’도 적어
- 그렇게 땀이 많이 나는 원인이 뭘까.
“기저질환으로 당뇨나 갑상선기능항진증, 뇌의 이상 등 다른 원인이 있어 생기는 이차성 다한증을 제외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원발성 다한증은 궁극적으로 자율신경계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교감신경이 어떤 이유에서든 항진될 때 땀이 난다. 보통은 땀이 나도 손을 씻거나 수건으로 닦으면 금방 멈춘다. 그건 부교감신경이 바로 균형을 맞췄기 때문인데, 다한증 환자들 대다수는 부교감신경 기능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항진된 교감신경이 다시 원래대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오랜 시간 동안 땀이 계속 나는 거다.”
- 땀이 많이 나는 부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나.
“다한증은 흔히 국소 다한증과 전신 다한증으로 나눈다. 전신 다한증은 말 그대로 몸 전체에서 땀이 나는 것이고, 국소 다한증은 손, 발, 겨드랑이, 얼굴 등 특정한 부위에 유독 땀이 많이 나는 경우다. 그런데 국소 다한증 중에서도 얼굴과 머리에 땀이 많은 경우 전신 다한증과 비슷하게 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효과가 좋다. 반면 손, 발, 겨드랑이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다.”
- 다른 질환처럼 증상이 가벼우면 약으로 치료하다 심하면 수술로 가는 수순과는 다른가.
“진료 경험으로 볼 때 안면부 다한증이 있으면 전신 다한증이 동반된 경우도 많은 편이다. 이런 환자들은 약을 잘 쓰면 효과가 좋다. 그 외의 국소 다한증은 사실 교감신경의 한 지점을 절제하는 수술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라 보면 된다. 손과 겨드랑이는 흉부, 발은 허리의 교감신경절을 절제한다. 그 밖에 땀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 주사를 놓는 치료를 시행하는 곳도 있는데, 보톡스 주사는 몸에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갈수록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약물치료도 전신·안면부 다한증과 달리 손·발·겨드랑이 국소 다한증에는 입이 마르는 등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어 수술을 권장한다.”
- 국소 다한증일 경우 수술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수술이 매우 효과적이지만 먼저 반드시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인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 다한증만 1000례 이상 시행했는데, 그동안 98%의 환자에겐 치료가 성공적이었지만 너무 죄송스럽게도 2% 정도 환자에겐 수술을 시행하기 어렵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복강경을 이용해 복막을 우회해 들어가서 허리에 있는 교감신경절을 자르는 방식이다. 세계에서 발 다한증 수술을 가장 많이 했으니 다른 장기와 근육 등을 잘 지나 해당 지점을 찾는 노하우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 몸이 다 다르다 보니 해부학적으로 도저히 찾기 어려운 분들도 있다. 허리의 교감신경에 비해 손, 겨드랑이 다한증을 치료하는 흉부 쪽 수술은 비교적 쉬운 편이고 전국에 수술을 잘하는 병원이 여럿 있다.”
- 수술 후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
“교감신경을 조절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결과나 만족도가 다를 수 있어 수술 전 충분히 설명하고 과정과 결과를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특히 발 다한증은 이곳저곳에서 진료를 받다가 만족하지 못해 우리 병원을 마지막으로 찾는 분들이 많고 예약도 1년 이상 밀려 있는 상태다. 그만큼 더 안정적이고 정확한 수술을 시행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만 신경을 자르는 수술이라 가슴이건 허리건 수술 후 길게는 1~2주 통증이 느껴지긴 하지만 점차 사라진다.”
- 보상성 다한증이라 부르는 것처럼 한곳에서 땀이 덜 나면 다른 곳에서 땀이 더 나서 생기는 문제는 없는지.
“발 다한증은 특히 보상성 다한증이 더 적고, 손과 겨드랑이도 알려진 만큼 심하진 않다. 수술 전 땀이 나던 정도를 100%라고 치면 해당 부위에 나는 땀이 보통 5% 정도로 줄었으니 남은 95%가 다른 부위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많아야 5~10% 정도가 보상성으로 나올 뿐이다. 다만 이전까지는 얼굴 국소 다한증도 신경을 절제하는 수술을 했는데 손발보다 보상성 다한증이 비교적 많았다. 현재는 얼굴 쪽 신경은 다른 부위보다 미치는 영향이 더 광범위하다는 점도 고려해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주로 시행하는 추세다.”
- 흉부외과 전문의로 폐암 수술도 하면서 발 다한증의 세계적 전문가가 됐다는 게 이색적이다.
“흉부의 교감신경은 폐를 젖히면 신경이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찾기 쉽지만 요추 주변에는 손상되면 매우 위험한 혈관이나 신경, 중요한 기관들이 특히 많아서 어렵다. 많은 외과의사들이 잘 나서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도 발 다한증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손에 꼽힐 정도였다. 비행공포증이 있지만 그걸 이기고 세계 각국으로 가서 전문적인 지견을 듣고 왔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법에도 여러 번 변화를 주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1000례를 돌파했다고 하면 그때 나에게 가르쳐주던 외국 의사들도 놀란다.”
- 현재 다한증으로 고충을 겪는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한증은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 할머니 환자가 와서 치료를 받으면서 다한증 낫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환자들이 겪는 불편이 크지만 이제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그냥 참고 살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으니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