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한영애가 7일 서울 마포구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나무뮤직 제공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한영애는 자신의 노래 인생을 “부끄럽다. 장하다”로 요약했다. 그 말 속에는 ‘저는 조금 더 할 건데요’라는 말이 포함돼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원 없이 노래하고 싶다.
“제 의상을 항상 맞춰주던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가게를 접었어요. ‘괜찮아요?’ 물어보니까 ‘저는 원 없이 옷을 만들어봤어요’ 얘기하는 거예요. 계속 그 말이 떠올랐어요. ‘한영애, 너 원 없이 노래해봤니?’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저는 ‘그렇다’고 답할 수가 없는 거예요.”
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로 데뷔 후 솔로곡 ‘누구 없소?’ ‘조율’ 등의 히트곡을 낸 한영애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약 4년 만의 신곡 ‘스노우레인’(SnowRain)을 발표했다. 그는 음원이 공개된 7일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직도 무대가 고프고, 노래가 고프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까지는 목소리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으니까 원 없이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노우레인’은 부활의 김태원이 작사·작곡·기타 솔로 연주를 맡았다. 10여년 전 김태원은 한영애에게 “선배님에게 맞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태원의 투병생활 등으로 그 마음은 마음으로만 남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김태원이 말했다. “저는 그 약속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숙제처럼 항상 가슴에 있었습니다.”
김태원은 이날 간담회 중 깜짝 영상통화를 걸어 “한영애는 진정한 예술가”라며 응원을 보냈다. 그는 ‘스노우레인’ 노랫말에 “과거의 좋았던 기억도 추억이지만, 아팠던 것들도 추억이 되더라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었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한영애는 1976년 혼성 4인조 통기타 그룹 해바라기로 데뷔했고, 이듬해 배우로서 연극 무대에 섰다. 1985년 다시 가수로 돌아와 솔로 앨범을 냈고, 프로젝트 그룹 신촌블루스의 메인보컬로도 활동했다.
거칠고 강렬한 창법, 특유의 표현력 등으로 그에겐 ‘소리의 마녀’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는 그 호칭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아주 코믹하고, 그러나 바른 소리도 가끔하면서 실수투성이 도깨비 같은 ‘소리의 마녀’이고 싶어요.”
한영애에게 무대는 구원이라고 했다. “저는 무대가 첫 번째고, 그 다음이 음악입니다.” 그 마음은 흔들린 적이 없다. 그는 무대에서 노래하기 싫을 때면 주문처럼 이렇게 읊조린다. “한영애, 너 노래하는 데 뜻이 있어? 왜 그래, 무대를 봐.”
50주년에도 그는 무대에 선다. 오는 6월13~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5개 도시에서 전국 투어를 개최할 예정이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음악도 듣는다는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지드래곤의 ‘드라마’를 부를 계획이다.
정규앨범은 <샤키포>(2014)가 마지막이다. 정규앨범 발매 계획을 묻자 그는 “약속을 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배운 게 앨범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번쯤은 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는 지난 50년을 반추하며 “무엇을 배우겠다든지, 어디까지 도달을 해야겠다든지 하는 이런 굵직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일상을 ‘음악 연습’이라고 생각하며 달려왔다. “저는 계속 노래할 거고요. 목소리 보존을 위해서 열심히 잘 먹고 잘 자고요. 많은 분들이 저를 많이 불러주셔서 함께 오래도록 놀고 싶습니다.”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한영애. 나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