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기자간담회가 열린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배우 메릴 스트리프와 앤 해서웨이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리프)’와 그 옆에서 고군분투하던 사회초년생 ‘앤디(앤 해서웨이)’. 캐릭터까지도 아이코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가 20년만의 속편으로 돌아온다.
“이 자리에서 미란다와 앤디가 재회합니다.”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내한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은 방송인 박경림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붉은 정장 차림으로 카리스마 있게 등장한 배우 메릴 스트리프(77)와 그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배우 앤 해서웨이(44)의 모습은 영화 속 미란다와 앤디를 연상케 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기자간담회가 열린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서웨이는 8년 전 방한했으나, 스트리프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녕하세요”라는 짧은 한국말 인사를 건넨 스트리프는 “비행기에서 창문 밖 모습을 보며 들떴다. 저희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을 들고 오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손자·손녀 6명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야기를 매일 하고 노래도 따라부르더라. 세계가 이만큼 연결돼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20년이 흘렀듯 영화 속 시간도 흘렀다. 미란다는 여전히 잡지 <런웨이>의 편집장이지만, 패션 업계의 환경이 예전만 하지 않다. 1편 말미 <런웨이>를 떠나 언론사에 취직한 앤디는 탐사보도 전문 중견 기자다. 하지만 언론 환경도 녹록지 않다. 2편은 변화한 상황 속 재회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06년에 나온 1편은 아이폰이 출시되기도 전의 이야기죠. 이제 모두가 가진 스마트폰은 저널리즘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모든 것을 바꿨어요. 2편은 빠르게 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미란다와 앤디의 이야기입니다.” 스트리프가 말했다.
진화한 앤디의 모습이 2편의 관전 포인트다. 해서웨이는 “1편에서 22살 앤디가 아이디어가 많으나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이었다면, 2편의 앤디는 20년간 기자로서 원했던 삶을 충실히 살았다. 경력이 쌓인 만큼 겸손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각을 갖췄다”며 “앤디가 미란다의 잠재적 파트너로 등장하는데, 그만큼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능력자’로 성장했지만, 미란다의 앞에서는 과거의 버릇대로 조금은 긴장하는 앤디의 모습을 만나보게 될 예정이다.
스트리프와 해서웨이뿐 아니라 에밀리 블런트와 스탠리 투치 등 1편 출연진이 대거 재출연한다.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 등 원년 제작진이 다시 뭉친 것은 물론이다. 스트리프는 “에너지가 생동감 있게 다시 불붙는 게 느껴졌다”며 “특히 어린 모습이 아닌 성숙한 해서웨이를 만나 기쁘고 즐거웠다”고 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기자간담회가 열린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배우 메릴 스트리프(왼쪽)와 앤 해서웨이가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년 전 ‘커리어우먼’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 영화이기도 했다. 스트리프는 “1편의 앤디를 보며 젊은 여성들은 용기를 얻었고, 여성이 나쁜 보스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남자들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무언가를 느꼈다’고 말하는 오랜만의 영화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스트리프는 ‘미란다가 70대라는 것’을 2편의 새로운 점으로 꼽았다. “저처럼 70대 이상의 여성이 보스 연기를 하는 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대표성을 가지고 연기하게 돼서 기쁩니다.”
미국 보그 전 편집장 애나 윈투어와 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함께 찍은 보그 화보. 보그 제공
스트리프는 미란다의 모티브였던 애나 윈투어 미국 보그 전 편집장과 함께 최근 보그 표지를 장식했다. 이를 언급한 그는 “저와 애나 윈투어, 그리고 촬영해준 분(애니 레보비츠)까지 동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50살 넘은 여성들의 의견이나 생각이 어느 순간 문화에 덜 반영되곤 하는데, 미란다처럼 존재감 강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해서웨이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헤쳐나가려고 하지만, 때론 잘 못 헤쳐나가기도 하는 모습에 공감이 될 것 같다”며 “롤모델이라기보다는 나 자신의 모습같은 인물들을 영화에서 발견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오는 29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