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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을 생각하며 물들인 보랏빛, 사릉에서 장릉까지 오백년을 들꽃으로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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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왼쪽에서 세번째)와 전대복 영월군 부군수(오른쪽)가 11일 강원 영월군 장릉 묘역의 정령송 앞에 사릉에서 자란 들꽃을 심고 있다. 영월 | 윤승민 기자

“두 분의 댁이 각각 따로 모셔져 있어, 승하 후 50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두 분의 그리움을 꽃으로 이어지게 하려 합니다.”

11일 경기 남양주시 사릉에서 열린 고유제에서 초헌관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축문을 읽었다. 고유제는 나라와 사회에 큰일이 있을 때 신령에게 그 사유를 고하는 제사다. 제사의 대표 격인 초헌관을 맡은 허 청장의 축문은 사릉에 묻힌 정순왕후와 그의 남편이던 단종을 향했다. 사릉에서 자란 들꽃을 단종이 묻힌 강원 영월군 장릉에 옮겨심기 전 올린 보고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며 영월에서 유배 중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단종을 향한 관심도 커졌다. 영화에서 나타나지 않지만, 단종은 유배 탓에 왕비였던 정순왕후와도 떨어져 살아야 했다. 정순왕후는 동대문 밖 정업원(왕실 여인들이 출가해 수도하던 절)에서 숨죽여 살았다. 1521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뒤 단종의 유일한 조카 정미수의 집안인 해주 정씨 선산에 묻혔다.

단종과 정순왕후가 왕의 지위를 되찾은 것은 숙종 때인 1698년의 일이다. 영월 산골에 엄홍도가 조용히 장사했던 단종의 무덤도, 해주 정씨 일가의 무덤과 함께 있던 정순왕후의 무덤도 왕릉으로 격상됐다. 다만 둘은 합장되지는 못하고 둘의 신주가 종묘에 함께 모셔지게 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오른쪽)이 11일 경기 남양주시 사릉에서 초헌관으로 고유제를 지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남양주 | 윤승민 기자

이날 사릉과 장릉에서 진행된 ‘500년의 그리옴, 꽃으로 피어나다’는 비극적인 역사로 죽어서까지 함께하지 못한 단종과 정순왕후를 기리기 위한 행사다. 사릉 묘역의 전통수목 양묘장에서 자라난 보라색 들꽃 8종을 장릉 묘역의 정령송 주변에 심고, 이를 사릉과 장릉에서의 고유제를 통해 단종과 정순왕후에게 고한 것이다. 정령송은 1999년 사릉 주변에서 자라다 정릉으로 옮겨 심긴 소나무다.

사릉에서의 고유제를 마친 뒤 2시간여를 달려 도달한 장릉에서 허민 청장과 전대복 영월군 부군수 등은 사릉에서 자란 보랏빛의 들꽃을 심었다. 벌개미취, 비비추, 총꽃, 국수나무, 쑥부쟁이, 맥문동, 구절초 등은 아직 일교차가 큰 날씨 탓인지 미처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정령송 주변에 보랏빛을 더할 터였다. 보라색은 정순왕후가 단종을 그리워하는 동안 생계를 잇기 위해 흰 옷감에 물을 들였던 색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던 자지동천(紫芝洞泉·자줏빛 풀이 넘치는 샘물)은 주변에 자줏빛 뿌리의 풀이 많아 정순왕후가 흰 옷감을 담그면 보라색 물이 들었다고 한다.

허 청장은 “꽃에는 그리움과 애절함, 사랑스러움의 의미가 담겼다. 500년 넘게 떨어져 있는 두 분의 사랑이 승화되기를 바란다”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 왕릉의 숭고함과 위대함이 전 세계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1일 강원 영월군 장릉 묘역의 정령송 앞에 사릉에서 자란 들꽃이 심겨 있다. 영월 | 윤승민 기자

단종이 주목받으며 정순왕후와의 합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도 나왔다. 다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의 숫자를 하나 줄여가면서까지 합장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국가유산청은 이날과 같은 행사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매년 7~8월에는 장릉과 사릉의 풀 씨앗을 채취한 뒤 사릉의 양묘장에서 키우고, 다음해 한식 때마다 장릉의 풀은 사릉에, 사릉의 풀은 장릉에 심기로 한 것이다. 안호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 직무대리는 “서로 이불을 덮어주듯 하는 교차 보식 예식으로 합장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하려고 한다”며 “영월(장릉)과 남양주(사릉), 그리고 두 분의 신주가 모셔진 종묘까지 이어지는 여행 코스를 개발해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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