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14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대산의 고승’ 출간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강원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오는 9월 열리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출마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정념스님은 14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오대산의 고승> 총서 간담회에서 “주변에서 많은 권유를 받고 있는데 아직 원장 스님 임기가 남아 있고 종단에는 종법에 의한 선거일정도 있다”면서 “대중의 바람에 어떤 형식으로 부응할지, 종단 화합을 해치지 않도록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마에 관한 의견을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구체적 입장 표명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특히 오는 6월19일 수행자로서 스님의 삶을 다룬 <퇴우 정념, 시대를 밝히다>를 비롯해 45년간 오대산 입산·수행의 기록을 담은 책 3권 등 모두 4권의 책 출판 기념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교계 안팎에서는 출판 기념회를 계기로 출마를 공식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정념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어 왔으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님은 또 최근 종단 내부에서 일고 있는 추대론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스님은 “전 종도가 동의하는 추대는 가능하지만 일부 기득권이 기능 유지를 위해 만드는 추대 구조는 변화와 시대 흐름을 수용하는 리더십을 만들기 어렵다”면서 “추대 과정 역시 매우 민주적이어야 애종심도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은 2022년 조계종 종책 모임을 통해 단일 후보로 출마해 투표없이 합의·추대됐다.
정념 스님은 이어 종단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이자 AI 쓰나미가 밀려오는 시대인데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미래를 함께 열어갈 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성 종교가 쇠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는 새로운 희망의 방향을 보여주며 시대에 거대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월정사는 신라시대부터 현대까지 오대산의 수행 전통을 정리하는 <오대산의 고승> 총서를 발간한다. 그동안 개별적인 고승이나 사찰에 관한 연구는 있었지만 오대산이라는 공간을 중심축으로 신라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진 수행의 흐름을 하나의 계보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업이다. 전 10권 규모 중 이날 1차로 자장율사, 범일국사, 나옹선사 등 3권을 내놨다. 고승들의 생애와 가르침을 팩션형식으로 구성해 중·고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올 연말까지 신미대사, 사명대사, 한암선사를, 내년 상반기까지 탄허선사, 만화선사편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기획한 정념 스님은 “오대산은 과거에 머문 산이 아니라 지금도 4개의 선원에서 100여명의 선승들이 치열하게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며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오래 가지 못하므로 기록을 통해 한국 불교 수행 전통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