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향연 103]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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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부르는 모든 군사행동과 적대 행위 중단, 대화 채널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반도평화행동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어느새 4년이 되었다. 전사자는 양측에 수 만 명에 이른다.
미국의 '살아있는 양심'이라 불리는 노암 촘스키는 "지배층이 전쟁을 일으키면 피지배층이 전투에 나선다"고 갈파했다. 힘 가진 자들은 빠지고 애꿎은 시민들이 전투에 동원되어 희생된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다르지 않다. 독재자 푸틴이 일으킨 전쟁으로 무고한 두 나라 군인들이 생명을 잃고 수많은 국민이 희생되고 있다.
러시아 출신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박노자는 말한다.
"빠르면 5년 늦으면 10년 안에 동북아 지역에서 대규모 미-중 충돌이 가능해질 수 있고, 이 충돌로 인해 한반도가 또 하나의 전장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남북 정치인, 관료, 군인 사이 '신뢰'가 필요하다."(한겨레, 2022. 12. 28)고 예견·처방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이고 태평양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한반도는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유교문화권 대 기독교문화권, 자본주의세력 대 공산주의세력의 대척지대가 되었다. 그래서 늘 주변 열강으로부터 침략과 분단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중국은 한반도가 자국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망치로', 일본은 '자신들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로', 미국은 '동북아의 전진기지로', 러시아는 '자국의 팽창에 분리될 수 없는 행동반경으로' 각각 인식하면서 결코 영향력은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북한의 핵과 거듭된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상황은 역대급이지만, 따지고 보면 '오래된 현재성'이라 할 수 있다. 주변 열강은 힘이 강하거나 국제정세가 유리하다 싶으면 단독으로 집어삼키려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쪼개어 반쪽이라도 야욕을 채우고자 했다.
세계사적으로도 우리 민족만큼 빈번한 외세침략을 겪고, 이를 극복하면서 민족국가를 꿋꿋이 지켜온 나라도 흔치않을 것이다. 폴란드,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을 꼽을 뿐이다. 1,000년을 넘게 이민족의 영향하에서도 민족을 온전히 보전한 집단은 한국뿐이다. 그것은 한민족의 문화적 우수성과 그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강한 동질성에 기인한다.
우리는 더 이상 민족 내부끼리 낡은 이념싸움과 이해다툼과 지역갈등을 벌일 여유가 없다. 국제적 대전환의 시대에 민족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에 눈을 돌려야 한다. 무엇보다 소형화·경량화·다중화를 이룬 북핵,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향후 30년이면 바닥날 석유자원과 대체에너지개발, 지구온난화, 식량무기화에 따른 양곡수급, 물부족, 자원고갈, 오존층파괴, 환경호르몬, 저출산과 노령화, 불균형한 남녀성비, 국제공용어와 민족언어보호, 군축문제, 이질화된 문화, 사이버세계의 팽창, 생명공학의 궤도이탈, 인간게놈 프로젝트, 나노기술, 가족해체, 지배층의 이익집단화 등 민족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 세기가 그나마 '예측가능'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한계와 각종 재앙에 부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이 적대하고서는 민족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민족은 현재 중국에 150만명, 일본에 120만명, 미국에 250만명, 러시아연방에 100만명을 포함하여 세계 142개국에 700만명에 이르는 교민을 갖고 있다. 본국 인구와 비율로 따질 때 유태인 다음이고 절대다수에서는 중국인, 이탈리아인 다음가는 세계 4위에 해당한다. 특히 미·중·일·러 4대 강국에 집중적으로 많은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도 특색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영토가 곧 국력이고 인구가 국제적인 파워의 상징이 되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이 영토와 인구에 못지않은 국력이고 힘의 상징인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우리의 인터넷, IT기술을 통해 4대강국을 포함하여 세계 곳곳에 산재한 한민족을 외교력과 정보통신으로 엮어나간다면 상품 수출은 물론 한민족의 문명권과 문화를 범세계적으로,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등 대한민국의 이미지 상승이 상품 수출로 이어지고 교민들의 지위향상으로 연결되면서 한민족의 문명권은 세계사의 변방에서 중심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자.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유일한 냉전지대다. 유엔가입 200여 개국 중 유일한 분단국이다. 분단 이후 열전·냉전·신냉전을 모두 겪은 유일한 민족이다.
동서남북 어디에도 우리 운명이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남북화해 협력을 통해 민족적인 구심력으로 외세의 원심력에 대응하면서 평화공존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차하면 누군가 오판하면 우리는 다시 화약고로 덤불지고 들어가게 될지 모른다. 이 땅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후손들로부터 빌려 쓴 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붓의 향연]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