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사회생활 1년 차, 딸이 보낸 요리 사진 모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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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과 시간' 들여 음식 만드는 일의 기쁨과 즐거움... '자신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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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맛있겠다. 예쁘다. 잘 만들었네."

딸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요리 사진을 보면 딸을 본 듯 반갑다. "엄마, 나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마" 하는 것 같다. 딸 말처럼 '고슴도치 맘'이라 그런지, 딸을 닮은 듯 요리가 귀엽고 예쁘다. 사부작 사부작 인내심 있는 딸. 취업 준비하며 집에 있을 때, 깻잎전 같은 야채전을 노릇하게 잘 구워 보기 좋게 부쳐내곤 했다. 진득하게 잘 기다리지 못하는 나를 닮지 않았다.

나는 딸이 보내준 사진들을 앨범에 꼭꼭 저장해 둔다. 가끔 적적할 때 찾아서 바라보기도 한다. 요리 사진을 보고 있으면 딸 얼굴이 동그랗게 떠오르는 것 같다. 간혹 사람들과 대화 중에 요리 이야기가 나오거나 할 때 슬쩍 사진을 꺼내서 자랑도 해본 적 있다.

▲ 딸이 만든 요리들

연어 오차 츠케, 봄동 소고기 비빔밥, 토마토 바질을 토핑한 빵, 순두부 김 덮밥

ⓒ 이정미

엄마의 밥상을 따라 하던 나, 딸도 그랬다

나는 젊은 날 딸처럼 나 자신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다.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을 꺼내 떼우다 시피 끼니를 해결하는 날이 많았다. 재료를 다듬고 시간을 들여 음식을 장만하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20대의 나는 50대의 내가 봤을 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골라 먹는 참 한심하고 철없는 헛똑똑이었다.

나의 엄마는 '빵순이'인 나를 빵집 사장에게 시집 보낸다며 놀리기도 했다. 20대의 나는 주말이면 빵집에 가서 빵 '아이쇼핑'을 하고 새로 나온 빵을 맛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은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수입산 정제 밀가루에 설탕과 포화 지방이 듬뿍 들어가니 건강에 좋을 리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우리밀빵, 통밀빵, 저온 숙성 발효빵 같은 건강빵은 드물었다.

문제는 결혼 후였다. 출산 후 몸이 많이 아팠다. 인스턴트 음식,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딸은 아토피가 심했다. 음식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음식에 관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음식혁명> 등과 같은 책을 읽으며 딸아이의 아토피 치료도, 나의 건강도 챙기기 시작했다.

"이건 먹는 거 아니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색색깔 음료수를 가져오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싱크대에 음료수를 따라 버렸다. 과자도 유기농 매점에서 파는 것만 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유별나게 애를 키우니까 애가 허약하다며 한 마디씩 질책을 뱉어냈다. 하지만 첨가물이 많이 든 과자를 먹기라도 하면 딸의 피부는 벌겋게 변하고 아토피 증세도 심해져 나는 나의 방식을 고수했다.

소풍 때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준비하는 대신 방울토마토, 메추리알 같은 간식과 햄과 게맛살이 빠진 김밥을 싸주었다. 영양은 좋았을지 몰라도 아이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엄마 마음 편한 방법으로다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엄마였다.

"엄마가 싼 김밥은 맛없어!"

"학원에서 처음으로 과자 먹었을 때 신세계인 줄 알았어. 눈에 별이 반짝반짝 했어."

아이는 엄마 눈을 피해 과자를 사 먹고 들키지 않으려고 과자 봉지를 책상 서랍, 옷장 위, 침대 밑에 숨겨두곤 했다. 통제가 심하니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 아토피도 거의 없어져 나의 통제도 느슨해졌다.

"이 나이에 이런 것 안 먹어보면 언제 먹어. 먹는 재미도 있어야지."

음식에 대한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를 타박 하던 딸이었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 나는 시대라 음식에 대한 욕구를 다스리기도 쉽지 않다. '먹방' 유튜브 콘텐츠, 음식 관련 방송은 또 얼마나 많은지. 건강하게 먹는 것 보다 대중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 위한 내용이 많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

아무튼 엄마의 고지식함, 유별남을 못마땅해 하던 딸이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혼자 살게 되면서 밥상을 차리는 일에 시간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엄마가 집에서 자주 밥상에 올렸던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더니...'

'안 보는 것 같더니 다 보고 있었구나.'

나도 그랬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후 나도 나의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렇게 이어지는구나' 생각하니 엄마로서 고맙기도 하고 무거운 마음도 든다.

나를 돌보는 과정

딸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만 1년이 되었다. 그 시간만큼 딸의 요리 실력도 조금씩 는 것 같다. 주말이면 취향에 따라 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자신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딸의 모습이 참 기특하고 예쁘다.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재료를 다듬고, 씻고, 싹둑싹둑 자르는 일. 손을 움직이고 머리를 한 곳에 집중하는 일. 열을 가하고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 그릇에 담아내는 일. 소박하게 차려내는 일. 자신의 노동에 흡족해 하며 음식의 맛을 느끼는 일. 기분 좋게 든든해지는 속.

이 모든 과정은 자신을 돌보는 과정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쫓기지 않는다는 뜻이고 삶에 여백을 배치하여 '자신을 위로' 한다 뜻이기도 하다. '일과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골몰하는 시간에서 해방되는' 소소한 힐링 시간을 꾸릴 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이 손과 마음을 내주었다"는 말을 좋아한다. 신이 내준, '손과 마음'을 잘 쓴 시간이 '밥상을 차리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바쁜 현대인에게 요리 시간은 언감생심이다. 삼시세끼를 직장에서 해결하는 회사원들도 많다. 편리한 듯 보이지만 느긋한 식사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 팍팍한 삶의 단면이기도 하다. 휴머노이드 시대가 가까웠다고 한다. 요리, 청소도 로봇이 대신할 거란다. 이런 세상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과 시간'을 들여 요리하고 청소하면서 '내면'이 정돈되고, '삶의 균형감'이 생김을 자주 체험하고 있는데 말이다.

딸의 요리 사진을 보며 새삼 '요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젊은 날의 나도 바쁘다는 핑계로, 요리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여기며 소홀히 했다. 돈이 되지 않으면 소모적인 노동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어쩌면 '손과 시간'을 들여 음식을 만드는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잘 산다는 것은, 가족이 도란도란 알콩달콩 이야기하며, 갓 지은 고소한 밥 냄새가 솔솔 풍기는 저녁상을 준비하고 나누는 그런 풍경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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