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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남>을 보지 못한 속사정, 나도 천만 관객에 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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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볼 수 있는데... 화면 해설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로 곧 만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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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영화가 나왔다. 관객이 천만을 넘었다는 말도 들었다. 영화 속 배경이 된 지역은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는 뉴스도 들었다. 우리 부부도 천만 관객 대열에 합승하고 싶었다. 남편이 <왕과 사는 남자> 영화표 예매를 하겠다고 했다.

"근데 여보, 나 이 영화 못 볼 것 같은데?"

2017년 사고 이후, 중도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지낸 지 벌써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시력을 잃은 이후로 삶의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이 있었지만, 특히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을 때 그 불편함은 크게 드러났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 쇼박스

나는 영화의 미장센과 디테일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가 화면을 보지 못한 채 대사와 음악만으로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매번 화면을 계속 설명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날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오는데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내게 남은 건 바다 위 대포 소리와 이해되지 않는 일본어뿐인 날도 있었다. 분명 한국 영화가 맞는데 상황 전개를 다 알 수 없으니 그 2시간을 오롯이 즐기지 못했다.

그러다 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처음 알게 되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말 그대로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다. 특히 문화적 배리어프리란 시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다양한 콘텐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일반 영화와 배리어프리 영화의 차이. 배리어프리 영화는 화면 해설, 음악 정보, 소리 정보 등을 제공해 시·청각장애인도 영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영화나 공연, 전시 등을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도록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는 일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원하는 콘텐츠의 접근성이 용이해지는 만큼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 같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나 드라마에 화면 해설을 입히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을 제공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드라마 본방이 끝나고 인기 있는 영화가 상영된 지 한참 뒤에야 화면 해설 버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왓챠를 비롯해 특히 넷플릭스에서 제작 지원해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화면 해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되어 있다.

덕분에 시·청각 장애인들도 소외되지 않고 영상을 즐기고 있다. 품은 조금 더 들겠지만 이런 변화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자 진짜 '모두의 콘텐츠'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배리어프리 화면 해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 지원을 하기도 하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나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에서 제작하기도 한다).

그보다 더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영화관에서도 '싱크로'라는 어플을 켜면 영화의 소리 주파수를 인식해 미리 작업된 영화의 화면 해설을 실시간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나는 한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상영되는 영화의 화면 해설을 들으며 스크린 속 장면을 상상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13일 현재까지 싱크로 어플에 여전히 '왕사남' 화면 해설이 올라오지 않았다. 실시간 화면 해설을 들으며 영화를 즐기던 나는 아무래도 화면 해설 없이는 영화를 보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극장에서 내려지기 전에 화면 해설이 제작되어 현장에서 '왕사남'을 꼭 보고 싶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은 그리 거창한 일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문화 속 콘텐츠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영역 속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은 배리어프리를 확장시켜 나간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은 누군가의 선심이나 배려만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이 아니다. 이웃의 당연한 권리가 당연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을 타인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은 다정함 속에서 싹튼다. 물론 다정함을 지키는 데는 품이 든다. 다만 장벽을 허무는 노력은 사회의 온도를 높이고 많은 이들을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든다. 시선의 높이를 맞추는 동등한 위치에서만 사람다움은 회복된다.

천만 관객 돌파 이후 나온 기사에 따르면, 관객들에게 아쉽다는 반응을 들은 '호랑이 CG 장면'을 계속 수정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극장 상영본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나 추후 IPTV에서는 수정된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더불어 화면 해설도 곧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머지않은 어느 날, 영화관에서 화면 해설을 들으며 나도 배우들의 연기에 푹 빠져 뭉클한 감동에 젖어들고 싶다. 비록 달라진 호랑이 영상은 못 느끼겠지만 나도 그렇게 천만 관객에 끼고 싶다.

[관련기사 : 시각 장애인도 '왕사남'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요]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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