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무뚝뚝한 수족관 사장에게 기꺼이 영업 당한 이야기 [배우 차유진 에세이]

¬ìФ´ë지

친절하지 않아도 자기 일에 진심을 담는 사람... 단호함에 가려진 책임감을 봐주세요

1994년 연극으로 데뷔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차유진의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어항에 물이 샜다. 소중한 물고기들이 비명횡사하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 근처에 수족관이 한 곳 검색되었다. 짐이 제법 될 것 같아 형부와 함께 차를 몰고 갔다. 매장 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서자 어두운 실내등과 축축한 공기, 묘하게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치 "물고기 상담, 진지하게 받습니다" 하고 선 공지하는 듯했다.

잠시 후 "어서 오세요." 무심한 음성이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좁은 통로를 가르며 성큼성큼 걸어오는 사장님. 영락없는 강태공의 기세였다. 깊게 패인 미간, 웃음기 없는 얼굴, 고객을 반기는 살가운 기색은 찾기 어려웠다. 눈보다 귀를 먼저 들이대며 내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에 설명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혼나는 줄 알았다

사장님 덕분에 건강하고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수초들.

ⓒ 차유진

어항에 물이 샌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교체라고 말하자,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어깨가 움찔할 만큼 단호한 음성이 매장을 울렸다. 순간 혼나는 줄 알았다. 사장님은 어항 사이즈와 위치 등을 꼬치꼬치 묻더니 곧장 하나를 골라 내밀었다. 보기에도 튼튼해 보였다. 이전 것보다 가격이 조금 높아 망설이자 짧게 잘랐다.

"싼 거 사면 또 바꿔요."

반박할 틈이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추천한 어항으로 총알 계산을 마쳤다. 사장님에 대한 신뢰가 조금 생기자 한가지 더 물었다. 왜 우리 집 어항 수초는 번번이 시들어 죽는지, 인터넷에서 배운 방법들을 조목조목 설명하자 다시 그 우렁찬 음성이 날아왔다.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이번에는 상처받지 않았다. 나를 향한 호통이 아니었다. 사장님의 머릿속에는 이미 우리 집 어항이 펼쳐진 듯했다. 조명기, 수초용 소일, 이산화탄소등 하나씩 짚어가며 교체 목록을 정리해 주었다. 덕분에 지출은 꽤 묵직해졌다.

그는 멈추지 않고 십여 분 넘게 비료 심는 법과 이산화탄소 설치법을 반복해 설명했다. 틀리지 말라고. 비료는 스무 개를 바둑판처럼 심으라며 간격까지 지정해 주었다. 마치 증상을 듣고 처방전을 쓰는 물고기 전문 의사 같았다. 같이 온 형부는 중간에 먼저 나가버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사장님은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결과는 분명했다. 늘 축 늘어져 있던 수초가 단단히 뿌리내렸다. 잎은 두꺼워지고 색은 선명해졌다. 너무 잘 자라 나눔까지 할 정도였다.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어항은 살아났다.

얼마 후, 기존에 쓰던 여과기가 고장 나 다시 수족관을 찾았다. 사장님은 이전 것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가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번엔 망설임 없이 계산했다. 싸게 샀다가 두 번, 세 번 사는 일을 이미 겪었기 때문이다. 수초가 잘 자란 김에 히터기도 새로 살까 했더니 단호하게 되물었다.

"히터기가 고장 날 일이 있나요?"

파킹 고무가 헐거워졌다고 하자 여분을 무심히 챙겨주며 말했다.

"그럼 그거만 교체하면 되죠. 히터기는 멀쩡해요."

물건을 더 팔 기회였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진열된 매장 어항 속 화려한 물고기에 마음이 흔들려 몇 쌍을 더 들일까 하자 또 제동이 걸렸다.

"영상 보니까 지금도 충분히 많고 잘 자라던데, 왜 굳이 더 사죠?"

그리고 덧붙였다.

"물고기는 한 종류로 쭉 가는 게 좋아요."

예전에 마트에서 충동구매로 다른 종을 섞어 넣었다가, 다음 날 절반을 건져 올리던 기억이 스쳤다. 수초도 조금 더 사려 하자 한 묶음만 사서 세 토막으로 나눠 심으면 된다고 했다. 바닥재만 좋으면 잘 자라 금세 퍼지니 그 정도면 괜찮다는 말이었다. 뿌리는 정확히 묻어야 한다며 손동작까지 곁들여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어항에 이끼가 낀다고 하자 영양 과다라며 매일 10%씩 환수하라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하면 안 되냐"는 나의 타협안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 소신은 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집에 와 이야기를 하자 엄마가 화초를 만지며 툭 말씀하셨다.

"그 양반, 부자 되긴 글렀네."

어항 안의 물고기들은 무성해진 수초 사이를 숨바꼭질하듯 헤엄치고 있다. 이제야 어항다운 면모를 갖출 만큼 안정적인 환경도 자리 잡았다. 사장님이 일러준 대로 비료는 6개월 뒤 다시 바둑판 모양으로 심어줄 생각이다.

책임감 실린 단호함

수족관 사장님은 친절하지 않다. 고객의 눈을 잘 마주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에게 굳이 굽히지 않고 자기 영역에서 자기 기준으로 버티는 사람. 과잉 친절로 신뢰를 만들지 않는 사람. 확신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람.

겉보기엔 고집 세고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세련된 친절 대신 거짓이 없다. 덜 웃어도 상관없다. 자기 일에 깊이 꽂혀 있는 사람, 그 고집이 결국 어항 속 생명을 살린다. 그의 단호함은 불친절이 아니라 책임감이다.

다시 찾은 수족관의 문을 열자, 사장님은 부인에게 핀잔을 듣고 있었다. 자긴 할 일만 하는 건데 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만 한다며 살짝 억울해했다. 그 표정이 어쩐지 귀여웠다. 뒤에서 웃으며 사장님 편을 들었다.

"그래도 그게 더 믿음이 가요."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덕분에 우리 집 어항 속 물고기들은 건강하다. 그걸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