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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광경에 감탄사 절로, 그랜드 캐니언 5천 만 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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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탐방기 ②]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그랜드 캐니언

낯선 세상을 향한 동경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지 모릅니다. 인공의 때가 덜 묻은 원시의 자연을 느끼고 싶어 2026년 3월 3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중서부 지역의 협곡(canyon)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에서 보고, 관찰한 것들을 토대로 몇 차례 나누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자말>

'장엄한 광경 바라보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두 노인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 '버킷 리스트(2007)'에 등장하는, 죽기 전 이루고 싶은 목록 중 하나다. 장대하고 위엄있는 광경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힌다고 했던가. 사진으로만 보던 그랜드 캐니언을 실물로 접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압도되어 입이 떡 벌어졌다. '거대한(grand) 협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매더 전망대(mather point)에서 바라본 전경.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환경보호론자였던 '스티븐 킹 매더'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 문진수

깊이 1.6킬로미터, 너비 15킬로미터로 길게 뻗은 협곡의 총길이가 무려 450킬로미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다. 이 협곡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약 5천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여러 개의 판(plate)이 충돌하면서 솟아 올랐고, 고원에 물이 흐르면서 협곡이 만들어졌다. 이 물이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멕시코 북부를 지나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가는, 길이 2330킬로미터의 콜로라도(colorado)강이다.

이 강물 덕분에 20억 년에 걸쳐 퇴적된 지구의 속살이 드러났다. 지구 역사(46억 년)의 약 4할이 이 협곡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한 장소에서 고생대의 암석을 모두 볼 수 있는 장소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을 지질학의 성지라 부르는 이유다. 이 협곡의 역사와 특성을 자세히 알고 싶으면 공원 안에 있는 박물관에 들르면 된다.

▲ 그랜드캐년 박물관 (Yavapai Geology Museum)

미, 국립공원관리청 누리집(www.nps.gov)에서 인용

ⓒ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이 외부인(스페인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건 1540년이다. 그랜드 캐니언이 세상에 알려진 후, 땅에 묻힌 천연자원을 채굴하려는 광산업자들의 채굴 시도가 이어졌으나 1900년 초 미국 정부가 이 지역 전체를 개발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조치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연간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장엄한 광경을 눈에 넣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국립공원 입장료를 크게 올렸는데도 공원은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국립공원관리청(NPS)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그랜드 캐니언에 입장할 때 100달러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단, 연간 이용권(America the Beautiful Pass)을 소지한 시민권자가 차량에 함께 타고 있으면 요금 납부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다행히 일행 중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연방 예산의 0.1%에도 미치지 않는 국립공원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랜드 캐니언은 크게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는데, 남쪽(South Rim)은 연중 출입에 제한이 없고 북쪽(North Rim)은 일 년 중 절반만 개방한다. 남쪽은 어느 계절이든 방문이 가능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인기가 높다. 인파를 피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끼려면 북쪽을 선택하면 된다. 남쪽에서 북쪽까지는 차로 4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두 곳을 방문하는 건 무리다.

협곡을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위에서 아래를 들여다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 내려가 협곡 사이로 난 길(trail)을 걷는 것이다. 전망대(view point)에서 멋진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시간 여유가 있고 체력이 따라준다면 아래로 내려가 협곡을 걸어보는 것도 멋진 체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위에서 보는 풍광과 아래에서 관찰하는 계곡의 모습은 차이가 클 것이다.

남쪽에는 20개가 넘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중 매더(Mather), 야키(Yaki), 야바파이(Yavapai), 호피(Hopi), 모란(Moran), 사막(Desert)이 유명하다. 일출이 장관인 곳이 있고, 일몰이 멋진 장소가 있다. 어느 시간대에, 어디에서 보는 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일부 장소는 순환버스만 진입할 수 있으므로 공원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참조하시길.

www.americansouthwest.net에서 인용. 그랜드 캐니언 캐년 남쪽 전망대(view point)

ⓒ the American southwest

우리 일행은 차로 이동하면서 대여섯 지점에 들러 경치를 감상했다. 거기가 거기 아닐까 싶지만, 포인트마다 풍광이 달랐고 지루하지 않았다. 계곡 사이로 까마귀들이 날아다녔다. 누군가 이 풍광을 보고, 상처 준 이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연유를 알 것 같았다. 멀리 협곡 아래에 가느다랗게 놓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느껴졌다. 자연 안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가.

남쪽 가장자리 끝에 있는 전망대(desert view watchtower)를 찾았다. 전망대가 높이 20미터의 원형 돌탑 모양이어서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주의 첨성대를 연상시킨다. 망루에 오르니 또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사막이다. 지평선 너머까지 끝도 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다. 오아시스가 있어서 사막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지다는 걸 알게 해준다.

그랜드 캐니언 사막 감시탑(desert view watchtower). 나무와 돌로 지은 원형 건축물이다

ⓒ 설지원

자연의 걸작을 마주하다

20억 년의 시간이 녹아 있는,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자연의 걸작을 마주하는 건 특별한 경험임이 틀림없다. 멀리서 조망(眺望)하는 것보다 가까이서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천천히 감상한다면 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협곡 아래로 내려가 길을 걷진 못했지만, 원시의 숨결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사막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협곡 아래 흐르는 물이 콜로라도강이다

ⓒ 설지원

이튿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섰다. 먹이활동에 나선 사슴 몇 마리가 공원 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엘크(Elk)와 노새 사슴(Mule Deer)의 주요 서식지로, 인간을 경계하지 않는 사슴 무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슴이 사람을 피해 다니는 게 아니라 사람과 차가 사슴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으려 기다려준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안에서 만난 사슴 무리. 인간을 경계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 문진수

감동적인 장면을 접하면 저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감동은 어디서 오는가.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 숭고한 희생, 진정성 있는 관계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은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대할 때, 공명(共鳴)하고 감동한다. 자연이 주는 감동은 이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자연은 날 것의 모습을 드러낼 때, 인공적 요소가 가미되지 않을 때,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공원에서 접하는 그랜드캐년의 모습은 작은 일부일 것이다. 협곡을 온전히 감상하려면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화석 연료를 태워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아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웅장한 자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랜드 캐니언은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너비를 확장할 수 있는 곳이다.

일출 무렵, 모란 포인트에서 바라본 전경. 화가였던 토마스 모란(T. Moran)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지었다.

ⓒ 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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