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아내랑 마을 뒷동산에 올라 냉이 캐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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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 우리 좋은 데 가보자."

아내가 아침부터 나를 꼬인다. 아내의 복장을 보니 감이 온다. 마을 어디에선가 치를 이벤트라는 것을. 아내의 손을 보니 검정 비닐봉지랑 호미와 과도가 들려있다. 저건 '딱'이다.

우리 한옥집 뒤로 올라가면 마을 뒷동산이다. 겨우내 올라가보지 않은, 오랜만에 오르는 뒷동산이다. 뒷동산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걸어서 5분밖에 안 걸리는 야트막한 산이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큰맘 먹지 않으면 잘 가지지 않는 곳이긴 하다. 간호사인 아내가 오늘은 쉬는 날이라 맘을 내었다. 무엇보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아내의 맘을 유혹한 게 분명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울 마을 왕고 엄니(93)의 밭이다. 지금은 밭이 쉬고 있어서 작물은 전혀 없다. 야생이라도 남의 밭에서 나물을 캐는 것이 외지 사람들이 보기엔 이상할 수 있지만 이곳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다. 다만, 마을 주민이 아닌데 나물을 캐면 제지 당한다.

작물농사를 하던 곳이면, 기본적으로 밭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거기에다가 밭농사 터엔 각종 거름이나 비료를 주었었던 상태다. 한마디로 냉이가 자라나는 최적의 공간이다.

"우와, 거의 냉이 밭인데."

나의 환호성이다.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미소만 짓고, 나는 아이처럼 소리를 지른다. 오랫동안 시골에 살아도 내가 이렇게 철이 없다. 철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영원한 철부지인가 보다.

아직 냉이가 조그마하다. 다른 풀들도 조그만 상태라 냉이를 선별해서 캐기가 좋다. 풀이 조금만 더 크면 냉이를 캐기가 나쁘다. 거기다가 큰 냉이보다 조그마한 냉이가 훨씬 부드럽고 맛도 좋다.

처음엔 아내가 열심히 냉이를 캐고, 나는 옆에서 '휴대폰 질'을 했다. 아내가 "당신은 옆에서 폰 보면서 나를 지켜주기만 하면 돼"라고 한 탓이다.

▲ 봄 캐는 부부

아내랑 울 마을 뒷동산에 올라 냉이를 캤다. 울 마을 왕고 엄니(93세) 텃밭이 쉬고 있는 곳이라 냉이 밭처럼 되어 버렸다.

ⓒ 송상호

폰을 보고 있던 철부지 내가 각성을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이 좋은 곳에서 폰만 보기가 아깝다는 나의 각성이었고, 아내가 너무나도 신나게 냉이를 캐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만 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냉이 캐기 작전'에 뛰어 들었다. 이렇게 커플이 봄이 내려앉은 언덕에 앉아 냉이를 캐고 있으니, 세상 하나 안 부럽다. 바로 이게 시골 사는 맛이 아닐까.

사실 나는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냉이 캐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아내는 이런 것을 무척 좋아한다. 다만, 나는 아내를 좋아하기에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할 뿐이다. 아내와 내가 공동으로 어떠한 취미 활동을 한다면, 대부분이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내가 스스로도 좋고, 이런 나를 아내도 좋아해주니 좋다.

40분 정도 캐니 금방 가져간 비닐봉지에 '한가득'이다. 아내와 나는 힘들지 않게 좋을 만큼만 캐자며 그 정도에서 멈춘다. 대신에 밭 옆 자락에 핀 쑥을 한 주먹 만큼 덤으로 캤다. 저녁에 쑥국도 해먹자며. 아내와 나는 이렇게 마트가 아니라 울 마을 뒷동산으로 장보러 간 것이다. 유통과정 없이 산지에서 바로 직송한 나물(냉이와 쑥)을 그날 저녁에 바로 해먹는 맛은 맛보지 않으면 모르리라.

만선의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5분 거리의 집 가는 길이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집에 도착하여 외부 수돗가에 앉아 캔 냉이를 다듬었다. 울 집 담이 야트막하여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이 다 보인다.

이럴 때 마을 어르신들이 "뭐혀?"라고 물으면, 흑기사인 내가 아내 대신 "아, 예. 뒷동산에서 냉이 좀 캤어유"라고 대답하면 된다. 한참 아내가 냉이를 다듬고 있으니, 지나가던 마을 아버지가 한 말씀 하신다. 그 분은 평소에도 아재개그를 잘하셔서 마을 주민들을 잘 웃기신다.

"자네 큰돈 벌었구먼. 장에 안 가도 되고."

"아, 네. 맞습니다. 맞고요 하하하하."

오늘은 아내랑 저녁 밥상이 행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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