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기력 회복에 이만한 게 없지" 요맘때 먹는 삼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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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눈을 헤치고 봄을 연다'는 뜻으로 '눈개슬마'라고도 불러... 정과 손맛이 버무려진 봄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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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할아버지는 인심이 후하십니다. 오며 가며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사이, 오늘은 할아버지가 밭이랑으로 고르고 있는 나를 급히 부르십니다.

"어제 우리 집에 손님들이 와서 이걸 나물로 해서 먹었는데, 맛이 아주 좋더라고!"

"그거 눈개승마 아녀요? 작년에도 주셨는데 벌써 이렇게 자랐네요."

"그랬던가? 맛을 알겠구먼! 얼마 안 되지만 맛이나 좀 보라고. 요맘때 먹는 봄나물이야!"

"귀한 것인데 두고 드시지 않고요?"

"녀석들 또 며칠 있으면 자라!"

할아버지네 텃밭 반그늘에서 눈을 뚫고 올라온 생명력이 참 대견합니다.

ⓒ 전갑남

할아버지는 어느새 과도를 챙겨 나오셨습니다. 밭 가장자리, 몇 년 전 뿌리를 사다 심으셨다는 눈개승마가 어느 틈에 소담하게 자라나 있었습니다. 역시 계절은 못 속이는 모양입니다.

"이게 봄나물로 최고지!" 할아버지의 귀한 선물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쌓인 눈(雪)을 헤치고 봄을 연다(開)는 뜻을 가진 눈개승마. 이름 그대로 찬 바람 몰아치는 겨울을 견디고 잔설을 뚫고 싹을 틔우니, 그 생명력이 참으로 질깁니다. 잎 모양이 베를 짜는 삼(麻)을 닮아 '삼나물'로도 통하는데, 반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 우리네 텃밭 가장자리에 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이웃집에서 건네주신 눈개승마 한 주먹에 마음까지 싱싱해집니다.

ⓒ 전갑남

할아버지는 "이게 봄나물 중에서도 사포닌 성분은 물론이고 단백질이 풍부해서 기력 회복엔 이만한 게 없다"라며 예찬론을 펼치셨습니다. "나중에 뿌리가 더 커지면 좀 나눠줄 테니 언덕에 심어보게나" 하시는 말씀에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서걱서걱 잘려나간 나물이 한 주먹 남짓 제 손에 쥐어졌습니다. 아내와 한 끼 반찬으로 즐기기에 딱 좋은 양입니다.

주방 가득 고소한 냄새, 아내의 '후딱' 손맛

신선한 나물 무침 반찬으로 점심을 때우면 딱 좋을 듯싶어 현관문을 열고 아내를 불렀습니다.

"여보, 여보! 이거 뭔 줄 알아?"

"그게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실까!"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다가오던 아내 눈이 이내 동그래집니다. 나물을 건네받아 향을 맡아보더니 금방 귀한 나물을 알아봅니다.

"어머, 이거 눈개승마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또 챙겨주셨나 보네. 인삼, 두릅, 그리고 고기 맛까지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귀한 봄나물인데... 나른한 봄에 이만한 나물이 없는데, 정말 고마워라."

아내는 곧장 부엌으로 향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우선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눈개승마를 2분 정도 데쳐냅니다. 줄기가 튼튼한 나물이라 2분 정도가 식감과 향을 살리는 최적의 시간입니다.

눈개승마는 2분 정도 데쳐야 질기지 않고 달큰합니다.

ⓒ 전갑남

돤장, 고추장과 매실청 등으로 만든 양념이 초록 잎 사이사이에 스며듭니다.

ⓒ 전갑남

마지막에 톡 떨어뜨린 참기름 한 방울이 봄의 풍미를 완성합니다.

ⓒ 전갑남

아내는 후딱 갖은 양념을 꺼내 손맛을 내기 시작합니다. 집된장으로 버무리고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을 톡 떨어뜨려 마무리하자, 고소한 냄새가 순식간에 주방 가득 퍼집니다.

"이거 한 입 먹어봐요. 간이 좀 맞나?"

"어디... 음, 딱인데! 삼삼하고 좋아. 밥 비빌 때 고추장도 넣을 거니까 이 정도면 괜찮아."

식탁 위에 오른 것은 소박한 나물 한 접시였지만, 그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참으로 신선한 맛입니다.

쌉쌀해도 끝맛은 달큰한 '인생의 맛'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하얀 쌀밥 위에 시큼달콤하게 무쳐진 눈개승마를 듬뿍 올리고 슥슥 비벼 한 입 크게 넣었습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은 과연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답게 명불허전이고,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향은 참 좋습니다.

노란 달걀프라이 얹어 비벼내니 열 보약 부럽지 않은 성찬입니다.

ⓒ 전갑남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오묘한 맛에 마음이 머뭅니다. 처음 약간의 쓴맛이 지나가야 비로소 숨어있던 단맛이 고개를 드는 법.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온 우리네 인생도 이 나물 한 점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만 입안을 달게 되씹었습니다. 이름처럼 차가운 눈을 뚫고 나와 기어이 봄을 맞이하는 이 나물이 제 몸을 깎아 달큰한 속살을 내주듯, 우리네 삶도 숱한 풍파를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향기를 내는 법이니까요.

맛나게 비빔밥을 먹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내가 한 마디 거듭니다.

"우리 밭 머위나물은 아직은 자잘한데, 나중에 좀 크면 맛나게 무쳐 할아버지 대접하자구. 눈개승마 덕분에 오늘 제대로 봄을 먹네요."

할아버지의 넉넉한 인심과 아내의 정갈한 손맛, 그리고 오가는 정이 버무려진 한 그릇. 이웃집에서 전해진 나물 한 주먹 덕분에, 우리 집 식탁에는 오늘 건강하고 눈부신 봄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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