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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남편 직장의 팀원이 결혼했다. 결혼과 신혼여행 일정으로 팀원이 업무를 열흘 정도 못하게 되었다. 남편은 팀원의 공백을 메꾸는 일을 한다. 보통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은 집에서 먹고 좀 쉬다가 오후 출근을 한다. 근래 며칠간 일이 너무 바빠지면서 점심을 밖에서 해결하고 바로 오후 출근을 하였다.
새벽 6시에 나가 다음날 새벽 1시에 들어오다 보니 잠잘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남편은 집밥을 보약처럼 여기는 사람인데 그러다 결국 탈이 났다. 아파도 약을 사 먹거나 병원에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인데 편의점에서 약까지 스스로 사 먹었을 정도였다니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7일, 오전 근무가 없어 편히 쉬라고 방문을 살짝 닫아두고 거실로 나왔다. 잠시 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남편이 나왔다. 얼굴은 노랗게 떠 있었다. 몸살기가 도진 거로 생각하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한 대 맞고 오라고 하였다. 알고 보니 남편은 외과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나도 겪어본 일이라 서둘러 외과를 검색하여 예약을 잡았다.
"지금 회사 일이 너무 바빠 수술도 못 해."
"일단 가서 약이라도 처방받아야지. 그냥 두면 큰일 나."
혼자서는 병원도 안 가는 사람이라 어린아이처럼 어르고 달래서 같이 병원으로 동행했다. 60년 넘게 몸을 부렸으니 이제 몸의 신호를 알아채고 살살 달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행히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고 통증은 금세 가라앉았다.
"나온 김에 시장 보러 가자."
집에 찬거리가 다 떨어진 걸 안 남편이 말했다. 마트에 들어서서 육류를 집으려고 할 때였다.
"나 당분간 기름진 고기는 안 먹고 싶어. 채소나 과일 같은 거 샀으면 좋겠어."
남편의 요구대로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위주로 하나둘 골라 담았다. 과일 판매대로 가려고 카트를 밀다가 배추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섰다.
"알배추찜 먹고 싶어."
언젠가 빠르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하다가 냉장고에 들어있던 알배추와 콩나물을 냄비에 깔고 그 위에 삼겹살을 한입 크기로 잘라 찜을 만들었다. 고기가 다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보니 15분 만에 완성이 되었다. 이렇게나 빨리 요리가 된다고? 깜짝 놀랐다. 너무 신이 난 나는 '알배추고기찜'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그런데 먹어보니 더 놀라웠다. 배추의 달큼한 맛과 콩나물의 아삭함, 거기에 담백한 고기까지 어우러지니 더없이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수육을 해도 채소 준비하랴 마늘에 땡초까지 준비해야 했다. 한 번에 완성되니 손도 훨씬 덜 간다.
머리를 짜내어 갖가지 채소를 다 넣어봤다. 콩나물 대신 숙주를 넣어보니 더 부드러운 맛이 되었고, 깻잎도 넣고 해 보았다. 찐 배추에 찐 깻잎을 올리고 고기를 싸서 먹으니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소스도 따로 만들어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배가 되었다.
지금까지 서너 번 정도 해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건강한 맛이 느껴졌다. 그때의 기억이 생각났는지 '알배추고기찜'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이번엔 미나리까지 사 왔으니 더 건강한 맛이 될 것 같았다.
15분이면 완성되는 '알배추고기찜'은 이렇게 만든다. 냄비에 숙주와 미나리를 깔고 알배추는 통으로 가로로 잘라 꽃처럼 돌려세운다. 그 위에 삼겹살을 잘라서 올린다. 깻잎은 알배추 사이사이에 넉넉히 끼운다. 세 묶음 정도면 적당하다.
▲ 알배추고기찜
숙주를 냄비에 깔고 알배추와 고기를 올려 찝니다.
ⓒ 황윤옥
냄비 가장자리로 물을 살짝 붓는다. 물을 넣지 않아도 되지만 혹시 탈 것을 대비하여 조금만 부어준다. 뚜껑을 닫고 15분 정도 푹 익혀주면 된다. 소스는 진간장 3, 맛술 3, 식초 2를 넣고 땡초와 대파를 잘게 썰어 섞으면 감칠맛이 끝내준다.
밤 열두 시에 도착한다는 남편과의 통화를 끝내고 서둘러 냄비에 재료를 넣고 가스 불을 켰다. 찜이 익을 동안 땡초간장소스도 만들었다. 이제는 일하더라도 건강을 먼저 살펴야 할 나이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이 음식은 어느새 우리 집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되었다. 자주 먹던 음식이지만 아플 때는 더 든든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 남편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 한 입크기
깻잎, 배추, 숙주를 올린 뒤 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 황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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