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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갔다 눈물 쏟은 이유, 달력 보니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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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첫 반려견이 떠난 뒤 힘이 되어 준 책 <네 눈엔 온 세상이 나다>

나는 번식장에서 구조된 세 살배기 비숑 프리제 라온이를 반려하고 있다. 얼마 전 예방 접종 차 동물병원에 들렀을 때였다. 평소처럼 금세 마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청진이 길어졌다. 수의사는 '서맥과 부정맥'이 잡힌다며 심장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강아지별에서 지내는 나의 첫 반려견 은이(내가 쓴 책 <개와 살기 시작했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도 심장병을 앓았기에 나는 '철렁'했다. 그렇게 심장 검사를 예약했다.

원래 예정된 검사 시간은 1~2시간이었다. 그런데 자꾸만 시간이 늘어났다. 대기 중인 내게 의료진은 "혈전검사가 필요하다", "심장에 무리를 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가 필요하다", "호르몬 검사가 필요하다"고 전해왔고, 그렇게 검사 시간은 4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나의 두번째 반려견 라온이. 이 미소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모든 슬픔과 불안 쯤은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 송주연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넥칼라를 쓰고 입원장에 갇혀 있는 반려견의 모습에 눈물 바람을 했다. 진료 중이던 수의사가 나와 심장 자체의 문제는 없는데 서맥이 확실하고 심장에 부담이 된다는 지표들이 떠서 그 원인을 찾는 중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다. 그제서야 나는 진정됐고, 민망함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랬을까? 달력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이는 일종의 '기념일 반응(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상실을 경험한 시기에 느끼는 정서적 파동)'이었다. 오는 14일은 나의 첫 반려견 은이의 세번째 기일이다. 또 그 잔인한 시기가 온 것이다.

돌아보면, 은이를 보내고 라온이와 시작된 두 번째 반려생활엔 행복 만큼 언제나 한 웅큼의 불안이 깔려 있다. 아마도 이 불안은 사랑하는 존재가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실존적 진실에 맞닿은 불안일 것이다.

이 불안이 은이의 기일 즈음에 라온이의 건강 문제와 맞닿으면서 툭 튀어나와 나를 휘감았던 것이다. 나는 불안을 없애고 반려 생활의 기쁨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서 책 <네 눈엔 온 세상이 나다>(2026년, 2월 출간)를 집어 들었다.

반려인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

책표지

ⓒ 테라코타

<네 눈엔 온 세상이 나다>는 아이 없이 반려견 맥주와 홍춘을 반려하며 지내는 중년 부부의 일상을 담은 만화책이다. 맥주와 홍춘은 책이 나오기 전부터 인스타툰을 구독하면서 이미 내겐 친근해진 강아지들이기도 하다.

나의 기대대로, 책의 초반에는 반려인으로 살아가는 기쁨들이 가득했다. "잠에서 깼는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솔솔(14쪽)"나고,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강아지들의 시선을 느끼고 사는 모습을 담은 장면들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강아지가 자는 모습만 봐도 "이뻐 죽을 것 같고" 그래서 강아지들이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자꾸만 뽀뽀 세례를 날리는 장면은 마치 내 모습 같았다. "너의 표정, 너의 몸짓 어느 것 하나 싫은 것이 없다"며 "서로 이렇게 사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인연인 줄 알아?(77쪽)"라고 속삭이는 장면은 반려인의 행복이 어디서 오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반려견에게 침대의 대부분을 내어주고 쪼그리고 자는 모습(96쪽), 여행을 좋아하던 남편이 강아지들 때문에 고민도 없이 "그냥 안 갈래"라고 말하고(117쪽), 개의 식사 시간과 산책 시간 등을 일상에 녹여내기 위해 시간을 쪼개 쓰는 모습(147쪽) 등은 반려인으로 겪는 불편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듯 그 모습마저 행복해 보였다. 나는 이런 행복한 모습만 기억하며, 과거의 슬픔과 미래에 겪을 슬픔, 그리고 이에 따른 불안 같은 건 잊어버려야지 다짐했다.

행복 속의 불안

그런데 어딘가 좀 찜찜했다. 분명 행복한 반려인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행간에서 자꾸만 불안이 감지됐다. 이건 '불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는 내 감정이 투사된 것만은 분명 아니었다.

저자는 맥주의 눈에 다래끼만 나도 걱정을 하고(86~88쪽), 홍춘이가 입맛이 없자 곧바로 병원으로 향하며 "유별난 보호자"라고 고백한다(111쪽). 홍춘이가 이개혈종에 걸렸을 때도 근심 가득한 시간들을 보낸다. 수술로 말끔히 고칠 수 있는 병이지만 그마저도 피하고 싶어 전전긍긍하기도 한다(135쪽). 소소한 질환에도 철렁 하는 그 마음엔 분명 불안이 묻어 나고 있었다.

아플 때 뿐만이 아니다. 저자와 남편은 그저 잘 자고 있는 반려견을 바라보다가도 이렇게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제 네가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너를 보내줘야 하는 날도 올 것이다." (128쪽)

"맥주야 안 죽지? 안 죽을 거지? 30년 살 거지? 지금부터 30년이지?" (220-221쪽)

나는 마치 나의 불안을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책의 중반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처럼 첫 번째 반려견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음을 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잔잔한 날들이 이어지다 갑자기 몰아치는 폭풍 같은(253쪽)" '펫로스'의 경험은 아마도 현재 반려하고 있는 개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했을 것이다.

언젠가 오고야 마는 그 슬픔을 경험해내고 다시 반려 생활을 결심한 이들은 그 슬픔의 무게를 결코 비껴갈 수 없다. 슬픔은 현재에 불안으로 되살아나고, 이를 감내해야만 계속해서 반려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불안을 밀어내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반려인의 숙명임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묘한 위로와 함께 말이다.

무지개 다리 건너

급기야 책의 후반부는 '펫로스'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고야 만다. 첫 반려견 메롱이를 입양해 떠나보낸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는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쑥불쑥 슬픔이 밀려온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현재의 반려견 홍춘이와 맥주를 바라보며 이렇게 적었다.

"숨 쉬듯 당연해서 좋은지도 몰랐던 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손 위의 모래처럼 사라진다." (235쪽)

"그리움인지 미안함인지 구분도 안 되는 범벅이 된 마음을 붙들고, 오늘도 살고 내일도 살고 그렇게 산다." (236쪽)

이 장면에서 나는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모래처럼 사라지지만, 너무나 행복하고 충만한 그 시간들을 잊을 수 없어 또 다시 시작하게 된 반려인으로서의 삶. 은이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과 지금 내 곁에 있는 라온이와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애틋하게 느껴졌다.

2023년 4월 14일. 강아지별로 돌아간 은이는 지금도 이렇게 우리와 함께 있다.

ⓒ 송주연

"개를 키운다는 것은 슬픔을 저축하는 일 같기도 해." (221쪽)

책을 덮으며 마음에 깊게 새겨진 구절이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이 모든 슬픔을 감내할 만큼 개에게 받는 사랑이 크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은 불안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상담심리사로서 배워온 모든 심리학 이론에서도 이런 감정들을 밀어내기보다 수용할 때 오히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저자가 강아지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숫자'에 민감해졌듯 나 역시 그럴 것 같다. 체중, 호흡 수, 혈액검사 수치들과 더불어 이젠 라온이의 심장 박동수까지 챙겨야 하니 말이다(라온이는 체질적으로 미주신경이 강해 서맥을 만든다는 진단을 받았고, 수시로 모니터링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숫자들을 볼 때마다 기저에 깔린 불안들이 또 고개를 들고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잊지 않을 것이다. 불안은 밀어내려 하면 할수록 더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임을, 그리고 나의 개는 내 감정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전염되는 존재임을 기억할 것이다. 라온이를 위해서라도 이 불안을 더 잘 껴안아 봐야겠다. 저자의 말처럼 "나의 평화가 내 개의 평화니까(153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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