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들과 산, 교구는 호미와 소쿠리... 봄 들살이 수업 후 만든 달래 계란전과 달래장
나물을 좋아하는 제천 간디학교 교사의 시골살이 에세이입니다. <기자말>
▲ 예쁜 봄꽃들 사이에 올라온 달래
간디학교 주변 텃밭에 각양각색의 봄꽃 사이로 올라온 달래
ⓒ 김수진
예전에는 저게 달래인지 이게 달래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잔디인지 잡풀인지 잘 몰라서 무작정 찾아가서 잎 냄새를 맡아가며 달래를 찾곤 했다. 그래서일까 엄마랑 봄에 나물을 뜯으러 가면 달래를 곧잘 찾아내시는 엄마가 너무 신기했다. 나는 소나무 밑에서 자라는 달래 같은 얇은 잡풀만 봐도 '달래다!'라며 달려가곤 했는데 엄마는 30m도 넘는 거리에서 달래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시곤 했다.
엄마의 시력은 나물 뜯을 때엔 세렝게티의 사자가 먹이를 사냥할 때처럼 엄청 좋아지신다. 잡풀 사이에 가려진 돌나물이며 쑥, 돌미나리, 망촛대, 벌금자리, 국수댕이, 밥보재기나물 등등 도저히 어떻게 찾는 건지 신기할 만큼 그냥 들판을 한 번 휙 둘러보면 바로바로 나물을 찾아내신다. 덕분에 나는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엄마를 모시고 '나물 사냥'을 떠나는 게 내가 하는 효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정도이다.
엄마와 떠난 나물 사냥
한 번 갈 때마다 큰 봉지로 3~4봉지는 기본으로 최소 2시간은 나물 사냥을 한다. 왠지 이 골짜기엔 머위가 있겠다 싶으면 꼭 머위를 뜯어 오시고 여긴 돌나물이 많겠다 하시면 여지 없이 돌나물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그런 엄마를 따라 나물 사냥을 다니다 보니 나도 어느덧 절대 고수는 아니어도 중수정도 되는 나물 시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달래는 한 뿌리씩 자라지 않는다. 보통은 무리지어 자라는데 가을에 하얀 부추꽃 같은 꽃이 피고 꽃이 영글어 씨를 품으면 늦가을 씨를 주변에 퍼뜨린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달래를 캔 곳 주변엔 꼭 달래가 더 있기 마련이다. 달래는 뿌리가 마늘과 비슷하고 잎은 파와 비슷하다. 파처럼 잎이 약간 통통한데 속은 비어 있고 알싸한 향을 낸다.
보통은 봄에 나물이나 된장국, 달래양념장을 만들어 조미가 안 된 김에 싸 먹곤 하는데 그 맛이 봄엔 꼭 먹어야 하는 별미라고 할 만하다. 마늘처럼 엄청 매운 것도 아니어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고 향이 엄청 진하지 않으면서도 된장국을 끓이면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도 달큰 하니 맛이 좋다.
▲ 봄꽃들 사이 올라온 달래
각양각색으로 피어난 봄꽃들 사이로 올라온 달래. 지난 가을 여기에 달래가 있다고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아서 올봄엔 더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내년에 캐 먹어야지
ⓒ 김수진
간디학교 주변엔 달래가 정말 많다. 마을 분들이 많이 먹는 나물이기도 하다. 밭 언저리만 다녀도 달래가 널리고 널렸다. 얼마나 많은지 씨를 일부러 뿌린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간혹 달래도 잡초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많이 자란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질겨지고 매운맛도 강해지므로 한참 싱그러울 때 캐 먹는 것이 중요하다.
들살이 수업에서는 보통은 달래양념장을 만들어 김에 싸 먹는다. 그동안 달래 된장국, 달래 파스타, 달래 새우부침개, 달래 나물, 데친 달래 초고추장 찍어 먹기, 달래 장아찌 등 여러 요리를 시도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역시 달래 양념장이었다. 달래 양념장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다음에 다른 요리를 해도 양념장으로 사용하기에도 좋고, 갓 지은 밥만 있다면 정말 한 끼 간단하게 먹기도 좋다.
수업 교구재는 호미와 소쿠리... 수업 교실은 들과 산
제천간디학교 들살이 수업은 교실이 없다. 보통 야외 수업을 하면 실내 교실에서 만나 야외로 나가는데, 들살이는 야외에서 만나 나물을 채취 한 후 교실 겸 사용하는 조리실로 이동한다. 제천간디학교엔 '왓슈'라는 장소가 있다. 보통 야외 수업의 시작점은 바로 이곳이다. 들살이 수업은 오후 내내(14시 45분~17시 45분) 진행된다.
밖에서 나물을 채취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쳐 조리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조리를 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제천간디학교와 간디학교의 생활관인 하늘마루 주변 그리고 그 사이의 마을에서 나물 채취를 하게 되는데, 왓슈 앞에 모여 호미와 소쿠리를 각자 하나씩 둘러메고 수업 현장인 제천간디학교 주변 들과 산으로 이동한다.
올해 달래는 봄이 조금 가물어서인지 실처럼 가는 것들이 많아 조금은 아쉬웠다. 수업 일주일 전에 물이라도 듬뿍 뿌려줬다면 좋았을까 싶을 만큼 땅이 너무 가물어서 어쩌나 싶었다. 그래도 큰 달래를 골라 캐도 될 만큼 많은 달래가 있어 다행이었다. 나물 채취를 하기 전에 집에서 쓰는 전기밥솥으로 밥을 앉힌다.
지난 9일, 학교 옆 밭의 둑에서 달래를 캐기로 했다. 농사를 지으시는 곳이므로 반드시 달래를 캐기 위한 호미질을 하고 흙을 다시금 덮어 놓아야 한다. 달래는 양 옆으로 호미질을 조금 깊게 해서 흙을 파낸 후 살살 달래 뿌리를 뽑아 내야 하는데, 이때 잘못하면 뿌리가 뜯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성을 들여 살살 들어 올려야 한다.
▲ 조심스럽게 달래를 캐는 아이의 손
조심스럽게 달래를 캐고 있는 제천간디학교 학생의 손. 뿌리와 몸통이 잘리지 않게 캐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쓰는 중이다.
ⓒ 김수진
이번 학기 아이들의 호미질이 좀 야무지다. 호미질 몇 번에 달래가 쌓이기 시작한다. '이게 달래고 이렇게 캐는 거야'라고 알려주니 여기저기 흩어져 밭둑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나의 할 일은 아이들이 탐색한 밭둑을 원상복구 시키는 일과 '이거 달래 맞아요?'라는 아이들의 물음에 캔 무언가를 확인해 주는 일이다.
나는 분명 달래를 알려줬는데 아직 진도도 안 나간, 전혀 달래스럽지 않은 벌금자리를 뜯어 놓고 달래냐고 묻는 아이도 있고, 지난 시간 먹은 말랭이를 캐놓고는 말랭이월남쌈을 또 먹자는 아이도 있었다. 물론 2~3명의 아이들은 달래를 캐는 데 온통 정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잘 캐는 아이들은 잘 캐고, 엉뚱한 아이들은 끊임없이 엉뚱하다.
처음 시도해 본 달래 계란전
무려 두 소쿠리를 가득 채웠다. 호미질 하는 게 재미있는지 더 캐자는 아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학교로 데려가야 한다. 호미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왓슈 위 나무 데크에 앉아 달래를 정리해야 한다. 세척 담당 조를 정해 보낸 후, 나는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조리실로 향한다. 밥이 무척 찰지게 잘 지어져 밥 주걱으로 한 번 뒤적인 후 바로 조리 준비를 한다.
요리는 '상큼한 달래계란전'과 '달래양념장+재래김에 밥 싸먹기'다. 달래양념장은 매년 해온 요리이고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요리이다. 반면 달래계란전은 양배추계란전에서 양배추를 달래로 바꾼, 처음 시도해보는 요리였다.
우선 달래 계란전을 한다. 4구 프라이팬에 기름칠을 하고 계란물 2스푼을 넣는다. 그 후 달래 한 뿌리를 둥글게 말아 넣은 후 다시 계란 물을 2스푼 위에 덮어준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뒤집개로 살짝 뒤집어 익혀주면 완성이다. 밀가루를 넣지 않고도 부침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온전한 달래의 맛과 향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 달래계란전 만드는 중
달래를 활용해 달래계란전을 만들고 있다. 계란물을 먼저 올린 뒤 달래를 둥글게 말아 넣는게 포인트. 이미 한 번 맛을 본 간디의 아이들에겐 둥글고 예쁘게 말 여유의 시간조차 없다.
ⓒ 김수진
한 쪽에서 달래계란전을 부치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달래양념장을 만든다. 달래양념장의 재료는 맛간장과 다진 달래, 고춧가루, 내가 직접 담근 보리수청, 설탕, 깨이다. 달래는 다지다시피 잘게 잘라야 하는데 다지지 않은 달래 뿌리를 한 아이라도 먹게 되면 엄청 매워해서 아무도 안 먹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즙을 짜도 되겠다 싶을 만큼 잘게 다져 양념장을 만든다. 그렇게 다진 달래에 맛간장을 1대1로 넣은 후 고춧가루를 3숫가락 넣고 보리수청과 설탕을 적정량을 넣고 잘 섞어준다. 간을 보면서 섞는데, 최종 맛이 안착 되면 깨를 넣어 마무리 한다.
한 쪽에서 만든 달래계란전과 달래양념장을 준비해 놓고 뜨끈한 밥도 준비한다. 재래김도 4등분을 해 준비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미 아이들은 흥분의 도가니다. 다들 젓가락을 들고 달려들 준비를 끝마쳤다. 아쉽게도 달래양념장 사진은 찍지 못했다.
▲ 완성된 달래계란전
밀가루를 넣지 않고도 달래부침개를 만들 수 있어 건강에도 좋은 달래계란전. 그냥 먹어도 맛있고 케찹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 김수진
이날 요리도 대성공이었다. 보통은 점심식사 후 하는 들살이 수업이라 많이 먹지 않는 요리 수업임에도 이날은 아이들이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도 다 먹고, 학교 밥을 털어보자는 얘기까지 할 만큼 달래 양념장을 좋아했다. 그만큼 맛있게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한 아이는 호미를 들고 맛있는 달래를 더 캐겠다며 학교 주변을 서성였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참 흐뭇해진다.
들살이 수업을 거친 아이들 중 많은 수가 다양한 나물의 이름을 기억한다. 어느 달 쯤 먹었던 나물의 이름도 기억하고, 화전이나 머위 튀김 등 들살이 수업 때 매번 먹는 것을 언제쯤 먹느냐며 물어보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들살이 수업을 하는 의미가 더 깊어진다. 올해의 저 아이들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나도 노력해야겠다. 다음 주 메뉴는 많은 제천간디학교의 아이들이 기억해주는 머위 튀김이다. 아직은 꽃도 올라오지 않았지만 다음주 쯤이면 올라 올 듯싶다. 벌써 아이들의 입가에 묻은 기름이 반질거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