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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들과 떠난 좌충우돌 청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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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거리부터 북적북적 야시장까지... 직접 느끼고 눈에 담은 여정

지난 주말, 초등학교 동창 10명이 모여 중국 청도 여행을 떠났다. 4월의 시작, 봄비가 유난히 굵게 내리던 새벽 5시. 우리는 여수에서 김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부터 이미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비를 뚫고 달리는 차 안은 이상하리 만큼 활기찼다.

이른 시간의 피곤함은 어디로 갔는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웃음과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여유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총무 친구가 여행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순간, 분위기가 급변했다. 종이 입국신청서로는 입국이 안 될 수 있으니 QR코드로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공항 한 편이 작은 전쟁터가 됐다.

"이거 안 되면 비행기 못 타는 거 아니야?"

"이걸 왜 지금 말해!"

"여행사 뭐 하는 거야?"

"영어로 다 쓰여 있는데 어떻게 하라고!"

시간은 촉박하고, 손은 떨리고, 화면은 자꾸 오류가 났다. 지켜보던 여행사 직원은 "단체로 입력해서 대표로 총무 핸드폰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니 일단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 간신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종이 신청서도 가능했다. 그날, 여행사 사장님은 우리 마음 속에서 조용히 1패를 기록했다.

역사의 파도를 여러 번 거쳐간 도시

▲ 중국 청도에 있는 유럽식 천주교당

교당을 배경으로 그림 그리는 아이들 . 하늘도 너무 예쁘다.

ⓒ 김경희

두 시간 후 도착한 청도는 우리가 알던 '맥주의 도시' 이상의 곳이었다. 한때 이곳은 산둥반도의 조용한 어촌이었다. 하지만 1897년 선교사 피살 사건을 계기로 독일이 진출하면서 도시의 운명이 바뀐다. 항구와 철도가 들어서고, 근대 도시로 탈바꿈하며 지금의 '칭다오 맥주'도 이때 탄생했다. 이후 일본 점령, 그리고 1919년 '5·4운동' 까지 청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의 파도가 여러 번 스쳐간 도시였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청도(靑島), 중국에서는 칭다오라 부른다.

첫 일정은 천주교당. 붉은 지붕과 유럽식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풍경은 잠시 우리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 마침 날씨까지 맑았다. 가이드는 "어제까지만 해도 안개가 자욱했다"며 우리의 운을 칭찬했다. 성당 앞에서는 웨딩 촬영이 한창이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고풍스러운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성당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 실버피쉬 거리.

중국에서 요즘 뜨는 명소로 젊은이들로 넘쳤다.

ⓒ 김경희

▲ 타이둥 보행거리.

형형색색 우산이 예뻐 한참을 올려다 보았다.

ⓒ 김경희

실버피쉬 거리는 요즘 뜨고 있는 사진 찍기, 쇼핑하기 좋은 장소라 했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 카페, 디저트 가게가 많아 젊은이들로 북적북적 했다. 타이둥 보행거리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특히 하늘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우산 아래를 걷던 순간이 오래 남는다. 가이드는 말했다.

"햇빛을 가리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을 머물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저 장식 같았던 풍경이, 공간을 설계하는 하나의 '의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집합체, 야시장

▲ 칭다오 야시장.

한참 걸어가다 찍었는데도 규모가 커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 김경희

▲ 각종 꼬치 종류.

크기에 압도 당했다. 고기를 먹고 마늘을 꽂아 구워 먹는 재미가 좋았다.

ⓒ 김경희

칭다오 야시장은 그야말로 에너지의 집합체였다. 꼬치 굽는 연기, 사람들의 웃음, 상인들의 호객 소리까지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는 열대 과일 몇 개만 사서 빠져나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자칫 서로를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양꼬치, 돼지고기, 소고기가 무한 리필 되는 식당에 도착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구워지는 꼬치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양꼬치는 부드럽고 맛있었지만, 연기와 냄새에 많이 먹기는 힘들었다. 먹고 난 꼬치 대에 마늘을 구워 먹는 재미도 남달랐다. 다른 친구들은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둘째 날, 지모루 시장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짝퉁 시장'이라는 별명답게 다양한 물건들이 넘쳐났다. 여기서는 가격표보다 입담이 더 중요했다. 같은 물건도 누가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고, 누군가는 "더 깎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나는 '1+1' 스카프를 사서 친구와 하나씩 나눴다.

가장 맛있었던 한 끼

▲ 중국 샤브샤브.

상차림에 모두 감탄했다.

ⓒ 김경희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의외로 현지식 '샤브샤브'였다. 상차림에 모두가 감탄하며 다들 사진 찍기 바빴다. 담백한 육수에 해산물과 채소를 넣어 먹는 방식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은은한 맛이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며칠 간 향이 강한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구원의 식사'였다.

▲ 칭다오 맥주박물관

규모가 얼마나 큰지 관람하는데 한참 걸렸다.

ⓒ 김경희

▲ 시원한 맥주 한잔.

부드럽고 아주 맛있었다.

ⓒ 김경희

칭다오 맥주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었다. 이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이 응축된 곳이었다. 독일식 양조장에서 시작된 맥주는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공장에서 바로 맛본 생맥주. 차갑고 부드럽고, 잡맛 없이 깔끔했다. 칭다오 맥주의 비결은 물(칭다오의 깨끗한 수질), 맥아, 홉(맥주꽃), 효모라고 한다. 홉(맥주꽃)을 과하게 쓰지 않아 부드럽고 시원하다.

맥주박물관을 나와 이동하는 차 안에서 가이드는 매년 여름 맥주 축제가 열리는 기간(7~8월)을 피해서 오는 게 좋다고 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에 밀려 맥주 시음은커녕, 그대로 들어갔다 나올 수 있어요."

도시 위에 떠 있는 순간

▲ 청도 운상해천 전망대.

369m로 청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 김경희

운상해천 전망대는 시내 해안가에 위치한 청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전망대이다. 높이가 369m다. 운상해천 전망대에 올라선 순간, 청도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펼쳐졌다.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 유리 바닥 위에 서 있는 느낌은 아찔하면서도 묘하게 설렜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모두가 조심조심 기어 다니듯 움직였지만, 결과는 '인생사진'이었다. 저 멀리 '5.4 광장'과 베이징 올림픽 때 요트대회가 열렸던 요트센터가 보였다. 각자 음료수가 한잔씩 제공되어 나란히 않아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았던 5.4 광장으로 향했다. 청도 시청 앞 해변 신도시에 자리한 대형 광장이었다.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붉은 조형물인

'오월의 바람'이다. '5.4 운동'의 열정과 변화를 상징한다. 광장은 이름 그대로 1919년 '5.4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의 권리를 찾기 위한 항일 운동이다. 한국의 3.1운동과 비슷하다.

▲ 5.4 광장

칭다오의 랜드마크. 횃불 모양은 바람을 붉은색으로 형상화

ⓒ 김경희

밤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

마지막 일정은 명월산해간 불야성. 이곳은 말 그대로 '잠들지 않는 도시'였다. 화려한 조명, 전통 의상, 공연과 음악이 어우러져 현실인지 연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공간, 하지만 결국 사진보다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는 곳이었다. 화려함에 취하고 조명에 취해 자연스럽게 몸이 흔들어졌다. 이곳은 말보다는 직접 느끼고 눈에 담아야 할 것 같았다.

돌아오는 날,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청도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이제 비행기만 타면 됐다. 그러나 조금 늦게 줄을 선 친구 몇 명이 검색대에서 한참을 그곳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한 친구의 캐리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없어진 게 아니라 먼저 들어오는 친구가 도와준다며 갖고 나온 것을 착각한 것.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모두 기진맥진. 시간이 촉박해 점심도 못 먹고 비행기에 타야 했다.

"이제 해외여행은 끝이야!"

김해공항에 도착한 후, 총무 친구가 선언하듯 말했다.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여행은 끝이 아니라 다음 여행의 시작이라는 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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