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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평균 기온이 40도인데 매년 80만 명 넘게 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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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탐방기 ⑥] 마지막회, 네바다주 서남쪽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사막 데스 밸리

낯선 세상을 향한 동경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지 모릅니다. 인공의 때가 덜 묻은 원시의 자연을 느끼고 싶어 2026년 3월 3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중서부 지역의 협곡(canyon)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현지에서 보고, 관찰한 것들을 토대로 몇 차례 나누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기자말>

데스밸리(Death Valley)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북미 대륙에서 가장 건조하며, 서반구에서 가장 낮은 땅이다. 1913년에 섭씨 57도를 기록,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갱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여름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나든다. 문자 그대로, 생명체가 살기 힘든 '죽음의 계곡'이다. 이 열사(熱沙)의 땅을, 매년 8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찾아온다. 더운 여름이 성수기라고 한다.

▲ 데스밸리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에 있는 안내문

: 최고로 덥고, 건조하고, 낮은 땅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 설지원

데스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동쪽, 네바다주의 서남쪽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사막이다. 공원 크기가 약 13,650㎢로, 미국 본토에 있는 국립공원 중 가장 크다. 서울시 면적의 약 22배 규모다. 앞뒤가 산으로 막힌 분지(盆地)라 덥고 건조하다. 연간 강수량이 250mm 미만인 지역을 사막기후로 부르는데, 이 지역의 1년 강수량은 50mm를 넘지 않는다.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이 극한의 땅을, 애써서 찾아오는 이유가 뭘까. 협곡과 사막이 그려내는 신비한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흔히 사막이라고 하면 모래사막을 연상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사막 중 모래로 이루어진 사막은 1할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막은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데스벨리도 바위로 이루어진 암석 사막(rocky desert)이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달려 공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단테 전망대(Dante's View)에 올랐다. 해발 1,700미터이다. 이탈리아 작가 단테(1265∼1321년)는 서사시 '신곡'에서 천당과 연옥, 지옥을 차례로 묘사했다. 이 언덕에 단테의 이름을 붙인 이는 이곳에서 천당을 본 것일까, 지옥을 본 것일까. 아니면 지옥과 천당이 뒤섞인 풍경을 떠올린 것일까.

비취색 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바닥에 깔린 흰색 결정체는 눈이 아니라 소금이다. 이곳이 바다였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1만 년 전까지 이 지역은 빙하가 흘러내려 조성된 호수였다. 지각 변동으로 빙하수가 유입되지 않게 되자 물이 증발했고, 지표면의 염분과 미네랄이 농축되면서 거대한 소금사막이 만들어졌다.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느낌이다.

▲ 단테 전망대(Dante’s View)에서 바라본 계곡 전경

: 뒤에 보이는 설산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이다

ⓒ 설지원

초현실적인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바람에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섞여 있는 것 같다. 계곡과 능선은 크고 작은 돌로 덮여 있고 군데군데 키 작은 식물들이 자란다. 돌 무더기 위에서 도마뱀 한 마리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 생명체가 살기 힘든 극한의 환경임에도 10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 단테스뷰 근처에서 발견한 서부 울타리 도마뱀

: 바위색으로 위장해서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 문진수

차로 약 30분을 달려 배드워터 분지(badwater basin)에 도착했다. 푸른 빛의 소금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배드워터는 길이 12km, 너비 8km의 광활한 소금 평원이다. 표고(-86m)가 해수면보다 낮아서 물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지형이고 강수량이 적어서 땅속의 염분과 미네랄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한다. 사막 한복판에 소금 평원이라니, 보고서도 잘 믿기지 않는다.

▲ 배드워터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여행객

: 푸른 하늘빛이 소금물에 반영되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 설지원

소금 평원이라는 지명(地名)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나쁜 물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무엇일까. 오래전 서부 개척 시대에 이 지역을 지나던 사람들이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너무 짜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자연에 좋고 나쁨이 어디 있겠는가. 평원 언저리에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소금밭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 소금 평원에서 자라는 야생화

: 혹독한 환경에서도 기어코 살아남는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 설지원

사막을 걸어보니 발을 내디딜 때마다 사각사각 소금 알갱이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3월 초순의 봄날인데, 바깥 온도는 29도를 가리키고 있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7∼8월이 되면 물기는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게 될 것이다. 이곳에도 기상이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하루 만에 1년 치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데스밸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에 올랐다. 이 지역의 산업을 탄광업에서 관광업으로 바꾸는 데 공헌한 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황금빛 계곡과 능선이 어우러진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호수에서 유입된 침전물이 쌓이면서 형성된 골짜기라는데, 솜씨 좋은 장인이 빚어낸 예술 작품 같다.

▲ 자브리스키 포인트에서 바라본 전경

: 일조량과 빛의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고 한다

ⓒ 문진수

너른 평원은 봄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계곡 사이로 길게 뻗은 도로 양편에 노란색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사막 메리골드(desert marigold)라 부르는 야생화다. 봄이 되면 지역에서 자생하는 꽃들이 고개를 내밀지만, 대지를 덮을 만큼 많은 꽃이 한꺼번에 피는 건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이 장관을 담으려고 사진작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운이 좋았던 모양이다.

▲ 데스밸리에 만발한 사막 메리골드(desert marigold) 군락

: 10년에 한 번 나타나는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 설지원

사막은 안에 들어찬 것들을 모두 걷어냄으로써, 비움이 갖는 의미를 인간에게 전하려는 것 같다. 채우지 말고 비우라는. 아침 해가 떠오를 때나 노을이 깔릴 무렵의 데스밸리는 어떤 풍광일까. 소금사막에서 바라보는 별빛과 은하수는 어떤 장면을 연출할까. 이런 궁금증들을 뒤로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사막 한 가운데 지어진 유흥과 도박의 도시. 자연의 숲을 거닐다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는 도시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숭배한다. 도시가 제공하는 문명의 편리를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자연의 품에 안겨 치유 받길 원한다. 사이는 좁고 경계는 위태롭다.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토, 안보, 민족, 종교, 석유, 핵에 이르기까지, 이유는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군사 행동은 탄소 배출, 삼림 파괴, 토양 오염 등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승패가 어떻게 갈리든, 자연은 전쟁이 남긴 후유증이 적힌 청구서를 인간에게 전달할 것이고, 그 후과(後果)는 미래 세대가 치르게 될 것이다.

▲ 미국 중서부 탐방길에 들렀던 곳들

구글 지도에 표시

ⓒ 문진수

세도나, 그랜드, 앤텔로프, 브라이스, 자이언, 데스밸리로 이어진 6박 7일의 탐방길은 원시의 자연 안에서 위안을 얻는, 뜻 깊은 여정이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세도나의 노을, 그랜드의 크고 웅장한 자태, 신비로움을 자아내던 앤텔로프의 햇빛, 쏟아질 듯 반짝이던 브라이스의 별들, 자이언의 거대한 바위산, 묘한 감동을 준 데스밸리의 푸른 소금밭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덧) 데스밸리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11월부터 3월까지다. 극한 체험을 몸소 겪어볼 요량이 아니라면, 늦가을에서 초봄 사이에 오라는 주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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