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보다 몸을 지키는 게 먼저인 중년의 운동... '이제 늙었구나' 한탄 대신 내가 선택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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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목 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 Pixabay
건강관리를 위해 11개월째 복싱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도장에는 헬스 기구들도 있어서 복싱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 건강을 등한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식이나 아플 때를 제외하고, 빠지지 않고 복싱장에 나갔습니다. 어느새 퇴근길 루틴이 되어버렸습니다.
"목 디스크네요."
최근 몸이 좀 이상해 병원을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담담한 척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들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통증도 치료도 아닌 운동 생각이었습니다.
'운동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2~3개월 전부터 손이 조금씩 저리고 어깨가 결렸습니다. 복싱을 열심히 해서 생긴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여겼습니다. 샌드백을 세게 타격하거나 스파링을 하며 상체를 격렬하게 숙이고 몸을 과하게 움직인 날이면 손끝이 좀 더 찌릿했습니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다음 날 강도를 약하게 조절하면서 지금까지 버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료실에 앉자마자 "제가 복싱을..."이라고 말을 꺼냈지만,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넘겨보더니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목 디스크네요. 일자목이라 하중 부담이 커서 그래요. 평소에 자세 바르게 하시고, 스마트폰 볼 때나 일할 때 고개 많이 숙이지 마세요. 주사 맞고 약 드세요. 그리고 복싱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죠?"
바로 치료실로 이동해 목 네 군데에 주사 맞고, 손바닥에도 주사를 맞았습니다. 손바닥 주사는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물리치료까지 받고 약을 처방 받아 집으로 향했습니다. 정확한 병명을 확인하고, 주사도 맞으니 오히려 마음은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저림 증상은 목 디스크를 의심해야 하는 대표적인 신호였습니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건강정보 매체 <하이닥> 인터뷰에서, 근육통은 뻐근한 통증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목 디스크는 팔이나 손으로 이어지는 저림이나 찌릿한 감각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일자목이나 거북목의 경우, 스마트폰을 볼 때 고개를 숙이거나 낮은 모니터를 사용할 때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로 인해 목에 부담이 커지면서 디스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제가 일자목과 거북목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증상은 정확하게 목 디스크라는 것을 알리는 경고였는데, 안일함에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었죠.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당분간 운동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싱장에 가지 않을 생각으로 월요일 출근길에 손목 스트립과 무릎 보호대를 챙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퇴근길, 저는 다시 복싱장으로 향했습니다.
병명보다 더 크게 느낀 고민은 '꾸준히 만든 생활 리듬이 깨지지 않을까'였습니다. 운동은 늘 그랬습니다. 하루이틀 쉬는 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새 몇 주, 몇 달씩 놓아버리게 되니까요. 직장생활 20여 년 만에 겨우 재미 붙인 운동을 잠깐이라도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복싱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무너져가던 몸과 마음을 다시 세워주는 활력이니까요.
운동을 멈추는 대신,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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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2>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당분간 스파링은 쉬세요. 무리하면 안 되니까."
관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심플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멈추는 대신, 어떻게 하면 목에 부담을 줄이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목디스크 초기 단계에서는 무조건 휴식하기보다,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벼운 운동과 자세 교정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면 근육이 약해지고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강도를 낮춰 운동을 유지하는 것으로 저 자신과 합의를 보았습니다.
줄넘기를 멈추고, 숙이는 스트레칭 동작을 피하고, 러닝머신 속도를 낮추고 걷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사이클도 허리를 세워 바른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전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러닝과 사이클을 했는데, 고개를 숙이게 되기 때문에 멈췄습니다. 더불어 지하철에서 고개 숙이고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음악 감상 시간을 늘렸습니다.
목과 어깨를 웅크리는 복싱 연습 시간을 줄였습니다. 샌드백은 치지 않고, 대신 가볍게 주먹을 뻗는 셰도우 위주로 연습하고, 손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글러브도 가벼운 것으로 바꿨습니다. 상체 근력 운동은 멈추고 하체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수시로 목 디스크에 도움이 되는 운동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더 세게, 더 오래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몸을 지키는 것이 먼저가 됐습니다.
'이상 신호', 건강을 챙길 기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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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는 건강을 다시 챙기라는 신호였습니다
ⓒ Unsplash의 Victor Freitas
첫 진료 때는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치료받느라 의사에게 운동을 계속해도 되는지 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초기 단계라며 자세 교정과 약물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기에, 일단 운동하러 갔고 지장 없이 마쳤습니다. 그래도 혹시 병을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 며칠 뒤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 물었습니다.
"잠시 쉬어도 좋지만... 살살 하세요. 목에 힘 가는 운동 피하고, 통증 오면 멈추고요."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상이 생기면 '아, 이제 늙었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건강을 챙길 기회를 얻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젊어서 홀대한 몸이니 나이 들어서라도 소중하게 대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중학생 관원과 스파링을 하며 새삼 깨달았습니다. 지치지 않고 링 위를 튀어 다니는 그 팔팔함과 스피드를 중년인 제가 맞서기엔 무리라는 사실을요. 내 몸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움직임을 찾아내는 '중년만의 유연한 스타일'이 제게는 더 필요한 때입니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리하게 버티는 방식 대신, 멈추지 않기 위해 유연해지는 법을 선택했습니다. 목 디스크라는 불청객을 안고서라도, 어렵게 찾은 삶의 리듬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육이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끊기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이어가는 꾸준함일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