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에 사용되는 ‘가소제’
유방암 위험 최대 7.5배까지
정부 규제하지만…‘직구’ 통해 유입
유방암 환자를 향한 응원과 지지의 상징인 ‘핑크 리본’. 자료 : 아이클릭아트
일상 곳곳에 스며든 플라스틱이 호르몬을 교란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여성암 1위인 유방암의 위험을 최대 7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만 최고의 국립 종합연구기관인 중앙연구원은 20년에 걸친 추적 연구 결과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관련 논문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3월호에 실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천젠런 전 대만 부총통이 이끌었다. 천 전 부총통은 대만 보건부장관을 역임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부총통을 지내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퇴임 뒤 자신이 재직했던 중앙연구원으로 돌아가 학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 이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에 주목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장난감과 매트 등 바닥재, 식품 용기, 화장품 등에 널리 사용되며 정자 수 감소, 불임, 빈혈, 어린이 지능 발달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상 곳곳에 사용…정자 감소·불임 등 유발
연구진은 1991~1992년 1만 2000여명의 여성을 모집해 소변 샘플을 수집하고, 이들의 일상 생활에서의 플라스틱 노출 및 생활 습관, 유방암 진단 여부 등을 20년간 추적했다. 이어 연구 대상자 가운데 유방암 진단을 받은 119명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245명의 소변 샘플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DEHP 노출 정도가 높고 DEHP의 인체 내 대사 효율이 낮은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2.68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14세 이전에 초경을 한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이 7.52배까지 높아졌다.
플라스틱 빨대. AFP DPA 연합뉴스
천 전 부총통은 “이번 연구는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여성을 조기에 식별하고 예방하는 전략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DEHP는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존재하며, 고위험군 여성은 프탈레이트 가소제 노출을 줄이고 유방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상생활에서 노출될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통해 관리해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4년 실시한 프탈레이트류 7종에 대한 통합 위해성 평가 결과 식품용기와 화장품, 유아용품 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의 인체 노출량은 인체에 위해 발생 우려가 없는 안전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아마존’ 등을 통해 구매한 해외직구 상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주요 해외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는 어린이 헤드폰 제품 7개에서 국내 안전기준(0.1% 이하)을 최대 200배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또 유아용 삼륜차 제품 2개에서도 손잡이에서 기준치를 크게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안전인증(KC마크)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들이 이들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