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악의 심연을 향해 걸어가는 치열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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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나경희

2005년 경찰 최초 프로파일러 모집

심리학 전공 15명 교육 후 전국 배치

20년 일한 이들의 고민과 성장 담아

우리나라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한 장면. SBS제공

우리나라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한 장면. SBS제공

우리나라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한 장면. SBS제공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는 권일용이다. 경찰청에서 오래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교수, 방송인, 저술가로 활동하며 현재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인이기도 하다. 프로파일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0년, 탁월한 수사와 현장 감식 능력을 갖춘 권일용 형사가 프로파일러로 발탁된다. 주변 형사들은 “범인은 심리 분석이 아니라 질긴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서 잡는 것”이라며 범인 체포에 심리 분석은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을 표출한다.

다행히 1호 프로파일러의 활동 성과가 쌓였고, 특히 온 국민을 떨게 한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검거에 프로파일링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자 2005년 사상 최초로 공개 모집을 통해 민간인 심리전공자 16명을 특채 1기 프로파일러로 채용한다. 민간 심리학자가 경찰서라는 조직에 취직해 경찰과 범죄 수사를 함께 한다는 건 당시 획기적인 변화였다.

이 책은 시사인 잡지에서 프로파일러에 관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 나경희 기자가 썼다. 잡지에서 풀지 못했던 이야기와 사연을 좀 더 상세하게 보충했고, 특채 1기로 채용돼 이제 20년을 맞은 4명의 프로파일러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일을 하는 중에도 정기적으로 모여 사건과 해결 사례를 공유하며, 대한민국에 맞는 한국형 범죄 분류 매뉴얼을 만들었고 그 과정이 책에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책은 구체적인 범죄 내용과 범인 검거 과정, 프로파일링을 통한 범인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최초로 공개되는 범죄 사건이 3건 이상이며 누구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는가에 관한 고민이 느껴진다. 과거 발생 시점에 언론사 사회부의 단신으로 짧게 보도되었지만, 수사와 분석에 참여한 프로파일러의 시선과 고민이 생생하게 공개된다.

단순히 사건의 팩트와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인간으로서 프로파일러들이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관점과 통찰이 담긴 이야기이다.

서문에 소개된 살인 사건 이야기를 보면, 2019년 범인은 잔혹하게 살해한 후 사체를 냉장고에 넣은 후 사다리차를 불러 베란다로 냉장고를 빼내 외딴 지역 창고에 두었다. 경찰은 돈을 노린 살인이라고 발표했지만, 범인이 왜 그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는데 사다리차 기사를 부르고 창고를 계약할 정신이 있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노련한 1기 프로파일러 백승경 씨가 답한다. “그건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이죠. 범인은 달라요. 이미 상식을 벗어난 짓을 저지른 사람이잖아요. 내가 피 묻은 칼을 손에 쥔 사람이라면 당장 어떻게 행동할까요? 일단 손을 씻을까요? 핏자국부터 지울까요? 아니면 지문? 말 그대로 범인의 입장에서 다음 동작과 그다음 동작을 하나하나 재구성해야죠.”

이 말에서 프로파일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깨닫게 된다. 2026년을 사는 사람이나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도 똑같은 이유로 서로 죽이고 있다. 사랑해서, 미워서, 탐나서, 욱해서이다. 본능이 같아도 범죄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인간의 활동 반경이 넓지 않던 시대에는 범죄가 금세 탄로 났고, 범인은 쉽게 잡혔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발전하며 범죄자들은 빠르게 더 멀리 도망쳤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 도시 생활이 시작됐다. 경찰청에선 변하는 사회상을 예측하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결국 프로파일러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프로파일러는 지금까지의 범죄에서 드러난 범인의 심리적 변화를 읽어내고, 과거의 사건을 통해 미래 사건을 유추한다. 심리적 몽타주를 그리고 수사팀은 프로파일러가 제공하는 이 밑그림의 도움으로 용의자 범위를 좁히고 효율적으로 검거하게 되었다.

연쇄범죄가 줄줄이 이어지던 시대 경찰서로 간 심리학자들의 고생과 성장부터 연쇄 범죄가 사라진 이후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치열한 삶의 현장이 실제 범죄 사건과 이어져 책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범죄자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 프로파일러가 악인의 마음을 이해하다가 마음과 정신을 다치기도 한다. 추천사를 쓴 권일용 교수는 “후배들이 오직 피해자 고통을 생각하며 지치지 말고, 끝까지 걸어가길 바란다”라고 부탁한다. 나경희 지음/에스판다스/252쪽/1만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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