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제작한 이미지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은 말똥말똥해 잠을 설치는 이른바 역설적 피로 현상이 현대인의 숙면을 위협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수면 전문가 사무엘 구레비치 박사는 이를 뇌와 몸이 서로 엇박자를 내는 과각성 상태로 규정하고,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뇌를 진정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분명히 몸은 녹초가 됐는데 침대에 누우면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상태를 고스트레스 소진이라 부른다. 이는 몸은 쉬고 싶어 하지만 뇌는 여전히 깨어 있어야 한다고 착각하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자극이 사라지면 우리 뇌는 미뤄뒀던 온갖 고민을 꺼내기 시작하는데 내일 할 일부터 과거의 후회까지 생각이 꼬리를 물면 우리 몸의 위기 대응 시스템인 투쟁-도피 반응이 활성화된다.
이때부터 잠이 안 와서 걱정하고 그 걱정 때문에 뇌는 더 긴장하며 결국 잠은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구레비치 박사는 잠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잠들기는 더 어려워진다며 수면을 억지로 강제할 수 없는 수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뇌가 스스로 흥미를 잃고 잠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권장한다. 먼저 시계를 시야에서 치우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생기는 압박감과 불안이 뇌를 깨우기 때문이다. 또한 뇌에 아주 지루한 과제를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어려운 전공 서적이나 이미 여러 번 읽어 내용을 다 아는 책을 읽으며 뇌가 흥미를 잃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100부터 1까지 천천히 거꾸로 세는 단순 반복 계산 역시 뇌의 불필요한 공상을 막아주는 좋은 도구가 된다.
평소 생활 습관도 점검해야 한다. 잠이 안 올 때 찾는 술은 처음에는 잠이 오는 듯하지만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새벽에 잠을 깨우는 반동 각성을 일으켜 숙면을 방해한다. 카페인 역시 오후 늦게 섭취하면 수 시간 동안 체내에 남아 수면 리듬을 깨뜨린다. 운동은 가급적 낮에 마치는 것이 좋으며 잠들기 직전의 고강도 활동은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여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만성적이라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갑상선 질환이나 빈혈, 불안 장애 등 기저 질환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레비치 박사는 수면제는 단기적인 방편일 뿐 장기적으로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만성 불면증의 경우 뇌의 수면 관계를 재훈련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약물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