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연주하고픈 욕망…연주는 계속 될것"
"슈베르트, 늘 곁에 있으면서도 특별한 음악"
"좋은 곡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연주하고 싶은 곡들도 여전히 많다. 인생이 너무 짧다."
80번째 생일을 맞는 오는 5월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앞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30일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생이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자에게 은퇴는 의미가 없다"며 "아직도 제대로 연주하고 싶은 욕망이 남아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연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팔순과 함께 연주 인생 70년을 맞은 백건우의 슈베르트 음반 발매와 전국 투어 콘서트를 기념해 마련됐다.
데뷔 70주년, 80세 생일을 앞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린 '슈베르트' 음반 발매 기념 기자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건우는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나 10살 때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며 데뷔했다. 1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왔다. 지금까지 30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이 연주 레퍼토리가 많은 편이지만, 아직 손대지 못한 곡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프랑스, 동유럽, 스페인 음악도 그렇고, 프랑스 디나르 축제에서 영국 음악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적이 있는데 그때까지 영국에 그렇게 좋은 곡들이 많은 줄 몰랐다. 그런데 영국 음악도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디나르 축제는 프랑스 디나르에서 열리는 영국영화음악 축제다.
팔순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예술의전당 독주회는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전국 투어의 마지막 무대다. 그는 4월 3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전국 12개 도시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그가 여전히 음반 녹음과 연주에 매진하는 이유는 음악 세계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음악세계는 굉장히 넓다. 넓은 음악세계에 비해 우리가 알고 있는 곡은 너무 적다. 음악 세계의 한 부분밖에 안 된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알아야 할 곡이 너무 많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공부하고 연주할 음악은 언제든 있다. 나이가 들어서 오래 연주했다는 사실은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표현하고 싶은게 있으면 연주는 계속되는 것이다. 아직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슈베르트 음반 발매는 2013년 '슈베르트: 즉흥곡, 클라이버 소품집, 악흥의 순간' 이후 13년 만이다.
그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 녹음을 해도 몇 년 후에는 이해를 못 했던 것들이 드러난다. 연주자들끼리는 한 곡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적어도 세 번은 되돌아와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다 보면 20년, 30년이 지나간다. 음악을 계속하는 이유는 여전히 불만스럽고, 제대로 곡을 연주해보고 싶은 욕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건우 '슈베르트' 음반 표지. 유니버설뮤직
백건우는 슈베르트의 음악에 대해 "가까이 있고 늘 듣는 음악이지만 동시에 매우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스트라빈스키가 (슈베르트의 음악에 대해) 듣다가 잠이 오더라도 우리는 천국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쓴 메모가 있는데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때로는 인간이 쓴 것이 아니라 천국에서 온 건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이 구상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은 모차르트의 음악과도 비슷한데 모차르트는 구성이 복잡한 데 비해 슈베르트는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오랜 세월 연주 활동을 이어온 백건우는 이제는 좀 더 음악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오랜 시간 연주 활동을 하면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70년, 80년을 지나오며 결국 남는 것은 음악을 즐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는 좀 더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싶다."
이번 음반에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14번, 18번, 20번이 두 장의 CD에 담겼다. 전국 투어 독주회에서는 13번과 20번, 그리고 브람스의 '네 개의 발라드'를 연주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서전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1961년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난 70년 사이 세상도, 내가 겪은 세계도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 동유럽, 중국 등을 돌며 연주 생활을 하며 겪은 이야기가 많다"며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