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 기념 간담회 "한국 문화가 작품의 영혼"
이재 "어릴 때 놀림받다 오스카 무대서 노래…눈물 나"
매기 강 감독 "속편, 전편보다 크고 특별할 것"
매기 강 감독(왼쪽)과 가수 겸 작곡가 이재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진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장편 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에 오른 뒤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매기 강 감독,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 가수 이재, 음악 프로듀서 IDO(이유한·곽중규·남희동)는 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밝혔다.
'케데헌'은 K팝 스타 루미·미라·조이가 무대 뒤에서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중독성 강한 OST와 한국 문화를 녹여낸 디테일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크리틱스 초이스·골든글로브·그래미 어워즈 등 주요 시상식을 잇달아 석권한 데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썼다.
아카데미 주제가 무대에서는 판소리가 오프닝을 장식했다. 이재는 "리허설 때부터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큰 자리에서 우리나라 국악과 판소리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한국 사람으로서 너무 자랑스러웠다"며 "무대 뒤에 숨어 있다가 올라오기 직전에 소리가 들려오는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거물들이 응원봉을 흔드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됐지만, 정작 그는 객석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재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객석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끝나고 나서야 봤는데 너무 신기하더라"며 "이게 K컬처의 힘이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가수 겸 작곡가 이재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에게 이번 수상은 각별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 god와 H.O.T.를 좋아하다 놀림을 받았다. 뉴욕에서 가수를 꿈꿨으나 무대에 오른 아시안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재는 "한국에 와서 연습생으로 생활하고 음반 작업도 했지만, K팝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노래를 부르는데 모두가 응원봉을 들고 있어서 크게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시상식에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주제가상을 받은 이유한이 소감을 말하려는 순간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와 발언이 중단됐다. 이유한은 "더블랙레이블과 멤버들, 테디 총괄 프로듀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웠다"면서도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케데헌'의 성공에는 OST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타이틀곡 '골든'은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와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를 휩쓸었고, 골든글로브·그래미·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잇달아 석권했다. '골든'과 '유어 아이돌' 등을 만든 IDO는 "K팝과 팝을 섞으려 하기보다 K팝이 영화 OST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데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서로 다른 영역의 시상식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케데헌'이 다양한 기준에서 공감을 얻었다는 의미"라며 "지금의 벅찬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앞으로도 공감받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선 두 감독의 한국에 대한 애정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매기 강 감독은 "'뮬란' 같은 영화를 보며 중국이나 일본 문화를 접했지만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는 없었다"며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한국 문화의 일부라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저나 이재처럼 양쪽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아내를 통해 한국 문화를 체득했다는 크리스 애플한스 감독은 "공부나 관찰이 아니라 일부가 돼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많은 것을 겪으며 쌓아온 자부심과 힘, 그것이 세계에 전달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케데헌'은 지난달 속편 제작이 공식화됐다. 매기 강 감독은 "현재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이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1편보다 크고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한스 감독은 "규칙을 깨고 한계를 확장해 팬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면서 "저변에는 당연히 한국 문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