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후 밀키트 매출 감소
업계 1위 프레시지, 결손금 눈덩이
마이셰프, 증자 의존 '버티기' 돌입
성장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 밀키트 시장에서 선두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빠르게 몸집을 키운 업체들은 소비 둔화와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1위 업체 프레시지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은 1008억원으로 전년(1149억원)보다 12.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37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프레시지는 2016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200억원을 웃돌았다.
프레시지, 적자 구조 고착화…빚내서 버틴다
재무 구조는 악화하는 모습이다. 부채는 800억원을 넘어선 반면 자본은 200억원대로 줄었다. 프레시지는 설립 이후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누적 결손금은 6543억원에 달한다. 결손금이 자본을 압도하면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단기 자금 부담도 커졌다. 단기차입금은 233억원에서 422억원으로 늘었다. 유동부채(601억원)가 유동자산(250억원)을 350억원 넘게 웃돌면서 단기 상환 압박이 확대됐다. 기업이 당장 갚아야 할 돈이 보유한 자산보다 많은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지는 소비자 간 거래(B2C)를 중심으로 밀키트를 판매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해왔다. 코로나19 확산기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대표적인 수혜 업체로 꼽혔다. 매출은 2017년 15억원에서 2022년 2148억원까지 늘었다. 이 과정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도 병행했다. 라인물류시스템을 비롯해 닥터키친, 허닭, 테이스티나인 등 관련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생산·물류 기반을 확장했다. 하지만 외형 확대는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판매 가격을 낮춘 전략도 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프레시지의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기준 81%를 넘어섰다. 일반 식품기업의 원가율이 50~60%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여기에 판매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
'버티기' 마이셰프, 증자 의존
2위 업체 마이셰프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매출은 454억원에서 681억원으로 227억원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00억원에서 44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 역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재무 상황을 보면 '회복'보다는 '버티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은 2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자체 이 아니라 외부 자금 수혈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2024년 약 150억원, 지난해 약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누적 결손금도 74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며 적자 구조는 이어지고 있다.
차입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단기차입금은 224억원에서 44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장기차입금은 5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늘었다. 단기 부담은 낮췄지만 총부채는 41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근본적인 재무 부담은 여전하다.
마이셰프는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을 확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2022년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에 인수된 이후 계열 기반을 활용한 사업 구조를 강화했다.
소비트렌드 변화, 즉석식품 선호
두 업체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밀키트 산업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신선식품 특성상 원가율이 높고 냉장·냉동 물류 비용 부담이 크다. 여기에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 폐기 위험까지 안고 있다. 제품 종류가 늘어날수록 생산과 재고 관리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부담 요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판매액 기준)는 2020년 3조6525억원에서 2024년 6조3424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시장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4.4% 성장해 2030년 2281억달러(337조 633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밀키트는 존재감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밀키트 시장은 2018년 345억원에서 2023년 3821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이후 외식 수요가 회복되면서 최근 5년간 3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소비자 선택도 즉석식품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이 18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편식 소비 빈도 조사에 따르면 냉동 즉석식품을 주 1회 이상(월 2~3회 포함) 소비하는 비율은 57%로 집계됐다. 반면 냉장 밀키트는 43%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가격과 편의성을 동시에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하면서 밀키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조리 과정이 필요한 밀키트보다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한 즉석식품과 냉동 간편식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은 데다 대형 식품기업과 유통 플랫폼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키트는 편의성 측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마진이 낮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며 "규모를 키워도 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