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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민, 붉은 테이블 위 '볼레로'…베자르 발레단 25년만에 서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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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4.65m, 강렬한 붉은색의 둥근 테이블 위에 우뚝 선 무용수. 세계 최고 무용단체 중 하나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이다. 그는 한국인 남자 무용수로는 유일하게 2016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받은 세계적인 무용수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음악 '볼레로'가 흘러나오고, 김기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비트루비우스적 인간) 속 사내처럼 오른팔을 쭉 뻗어 커다란 원을 그리기 시작한다. 손목을 90도로 꺾었고, 핀조명이 집요하게 그 손목을 쫓아간다. 김기민의 몸은 어둠 속에 가려있고, 90도로 꺾인 채 새하얗게 드러나 움직이는 손목은 묘하게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22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김기민의 '볼레로' 오픈 리허설의 인상적인 도입 장면이다. 김기민은 23~26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자르 발레단의 25년 만의 서울 내한 공연에 객원 무용수로 참여한다. 베자르 발레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볼레로에서 주인공 '라 멜로디' 역을 맡아 춤을 춘다. 볼레로는 테이블 위의 라 멜로디와 테이블 아래 38명의 무용수가 묘한 긴장 관계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김기민이 22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볼레로' 오픈리허설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라벨의 볼레로는 거의 똑같은 선율과 리듬이 20분 가까이 반복되는 실험적인 음악이다. 같은 선율을 유지하면서도 연주 악기를 계속 바꾸고, 음량을 서서히 키워 나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음악이 서서히 커지듯 김기민의 동작도 점점 커진다. 처음에는 팔을 주로 활용해 춤을 추다 나중에는 테이블 위에서 크게 뛰어오르는 등 온몸을 활용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볼레로 음악에서는 스네어 드럼 소리가 끊이지 않듯, 김기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체를 이용해 몸 전체에 계속해서 튕기듯 반동을 주며 몸의 리듬을 만들었다.

베자르 발레단은 '현대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창단한 단체다. 그는 196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20세기 발레단을 창단했고, 1987년 스위스 로잔에서 이를 재창단한 단체가 베자르 발레단이다.

김기민은 오픈리허설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볼레로가 자신에게 '꿈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자르 발레단의 객원 무용수로서 춤을 춘다는 것이 저에게 너무 큰 영광이어서 많이 긴장된다"며 "긴장은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내한에 앞서 스위스 로잔에서 여러 차례 리허설을 진행했다. "하루에 3시간씩 연습했던 것 같다. 15분짜리 무대를 준비하면서 3시간씩 연습한 적은 없었다. 오랜 시간 연습하면서 물도 마시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리허설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김기민은 "볼레로는 저의 스승인 블라디미르 킴 선생님과 같이 꿈꿨던 작품이고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작품"이라며 "베자르 발레단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베자르 발레단의 무용수는 약 40명. 그 중 이민경은 베자르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로 2020년 입단했다. 이민경은 베자르 발레단의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으로 볼레로를 꼽았다. "6년 동안 베자르 발레단에서 생활하면서 볼레로를 100번 넘게 본 것 같다. 볼 때마다 심장을 울리는 작품은 볼레로 뿐이다. 그만큼 강렬하다. 베자르 발레단을 알고 싶다면 볼레로를 다양한 무용수의 해석으로 여러 번 보는 것을 추천한다."

베자르 발레단의 무용수 오스카 에두아르도 차콘, 김기민, 줄리앙 파브로 예술감독, 무용수 솔렌 뷔렐과 이민경(왼쪽부터)이 22일 GS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김기민은 23, 25일 볼레로 공연에서 라 멜로디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24, 26일 공연에서는 여성 무용수가 라 멜로디 역을 맡는다. 1995년 베자르 발레단에 입단해 2024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줄리앙 파브로는 이 작품이 애초 모리스 베자르에 의해 유니섹스 작품으로 구상됐다고 설명했다. "1~2개의 스텝 빼고는 남성과 여성 버전 안무가 거의 동일하다. 다만 주역 무용수가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여성 무용수가 라 멜로디를 맡으면 주변 남성 무용수들과의 관계가 에로틱하게 느껴질 수 있고, 남성 무용수의 경우 강렬한 에너지가 부각된다."

볼레로는 베자르가 1961년 발표한 작품이다. 베자르 발레단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베자르의 1970년작 '불새'와 1984년작 '라 루나'도 선보인다. 불새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라 루나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을 사용한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안무가 발렌티나 투르쿠가 안무해 2024년 초연한 '햄릿'와 네덜란드 안무가 요스트 브라우엔라에츠의 2022년 작품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도 공연한다.

이민경은 햄릿에서 '오필리어' 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베자르 발레단 단원으로서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감격스럽고 영광스럽다"며 "클래식 발레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열린 마음으로 안무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면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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