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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접촉 사고에 사지마비?...‘후종인대 골화증’이 만든 척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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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로 착각하기 쉬운 경추 질환…증상·자가테스트·CT/MRI 진단·치료 기준은?

평소 목이 뻣뻣하고 손끝이 저릿저릿한 증상을 느끼던 50대 직장인 A 씨(부산시 북구). "목 디스크쯤 되겠지"라 여겨 한동안 파스도 붙여보고, 물리치료도 받아보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차가 뒤에서 받히는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다. 남들은 뒷목을 잡고 내릴 정도의 가벼운 충격이었지만, 그는 그 자리에서 팔다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았다. 스스로 일어설 수조차 없어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정밀 검사 결과, 원인은 디스크가 아니었다. 이름도 생소한 '후종인대 골화증(OPLL)'. 척추관 안쪽 인대가 뼈처럼 굳어 척수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척추를 지지해주는 후종인대에 언제부턴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골화가 진행된다. 그러면 척추 신경을 압박하며 팔, 다리나 손가락, 발가락이 마비되는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 후종인대 골화증은 동양, 특히 한국과 일본 남자에 많이 생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척추뼈 보호해주던 인대가 어느날 '습격자'로 변했다

우리 척추엔 뼈들을 지지해주기 위해 위아래로 길게 뻗은 인대들이 있다. 척추뼈 사이를 가로로 채우고 있는 것이 디스크(disc, 추간판)라면, 세로로 단단히 잡아주는 것이 인대다. 척추관 안팎에서 척추뼈를 잡아주고, 머리에서 꼬리뼈까지 이어지며 척추 신경 다발도 보호한다.

그중 척추체 앞쪽에서 척추를 잡아주는 것이 전종(前縱)인대, 척추체 안에서 척추를 잡아주는 것이 후종(後縱)인대다. 그리고 척추체 바깥 뒤쪽으론 황색인대가 또 척추를 잡아준다. 3개의 질긴 인대가 세로로 길게 척추를 지지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대는 딱딱하지 않고 유연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인대의 탄력성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후종인대에 석회화가 진행되며 두꺼워지고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갈 때, 문제가 생긴다.

바로 뒤쪽을 지나는 척수 신경 다발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여러 증상이 '후종인대 골화증'이다. 나이, 유연성, 골화증의 타입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처음엔 증상을 자각하기가 어렵다는 것.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석상윤 과장(정형외과)은 "신경이 지나가는 좁은 통로에서 인대가 뼈처럼 변해 신경을 목 조르듯 압박하는 질환"이라며 "평소엔 손발이 저릿저릿하다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외부 충격으로 신경을 세게 건드리면 그때부턴 응급상황이 되는 것"이라 했다.

병원에 실려온 A 씨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즉각적인 사지마비가 올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질환이기도 한 것이다.

'동양인 남성'의 잔혹사…초고령사회 진입하며 유병률 급상승

'후종인대 골화증'은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양인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되어 학계에서는 '동양인의 병'으로도 불린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와 3D CT 등 진단 기술의 발달로 드러난 트렌드는 더욱 위협적이다.

일단, 진단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한국인 유병률은 0.6~3.4%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밀 조사에서는 4.6~5.7%까지 치솟았다. 그중 일부는 예전이라면 단순 노화나 목 디스크로 간주됐을 것이다. 검사가 정밀해지면서 '후종인대 골화증'이란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알게 된 케이스가 제법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고령 인구들이 늘어나면서 60대 이상 환자군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목(경추, 頸椎)뿐 아니라 흉추(胸椎, 가슴쪽 척추)에서도 발견된다.

남성이 더 위험하다. 통계적으로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7~2배가량 더 많다. 50대 이후 남성 중 목이 뻣뻣하고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거나, 보행 중 휘청이는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

석 과장은 "왜 동양인에 더 많은지, 왜 남자에 더 많은지, 이 병의 원인을 현대 의학도 정확히는 아직 모르지만, 최근 당뇨, 비만 환자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대사성 질환이라는 보고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부모 중에서 이 병을 앓은 환자가 있다면 자녀에게도 발병할 확률이 약 25%에 달한다는 것은 통계로 나와 있다"고 했다.

사진=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가족력이 있고, 증상이 발생할 시 그냥 디스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후종인대 골화증을 의심하고, CT 검사를 해보라는 권고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사고가 아닌 질병으로 발생하는 '비외상성 척수 손상(NTSCI)'의 가장 큰 원인으로도 후종인대 골화증을 포함한 퇴행성 척추 질환이 꼽혔다.

신경 압박이 상당히 진행된 '척수증'(또는 '척수병증', cervical myelopathy) 단계에 접어들면 몸은 신호를 보낸다. 특히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거나, 단추를 채우기가 힘들고, 걸음걸이가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린다. 이런 땐 인대가 이미 척수 신경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그렇다면 무조건 수술?..."No", 진료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딱딱하게 굳은 뼈가 신경을 누른다고 해서 모두가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연히 후종인대 골화증이 발견됐다 해서 모든 경우가 신경을 누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명확한 진단, 치료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석 과장은 "엑스레이나 CT상으로 골화가 발견되었더라도, MRI로 봤을 때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면, 그리고 통증이나 저림이 심하지 않고 팔다리의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 등 실질적인 '신경학적 증상'이 없다면 수술을 당장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주변 병원에선 X-ray에서 확인되는 작은 크기의 후종인대 골화증을 발견하곤 '수술이 필요할지 모르니 당장 큰 병원 가 보라'며 우리 병원 응급실에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MRI 검사를 해보니 신경관 자체가 넓고 신경을 누르지 않은 경우여서 경과 관찰만 권유했다"고 했다.

이럴 땐, 수술보다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함께 목의 과도한 움직임을 제한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주사치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손의 미세 운동 장애가 나타나거나 보행 시 중심을 잡기 어려운 경우, 대소변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골화된 부위가 신경을 심하게 누르고 있다는 신호다.

이때는 물리치료나 주사 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신경 통로를 넓혀주는 결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 후에도 부분적인 마비 증상이 남을 수도 있다.

수술을 시행한 두 환자의 CT 사진. 왼쪽 환자는 후종인대 골화증이 연속형 타입으로 여러 부위에 걸쳐 확인된다. 반면, 오른쪽 환자는 분절형 타입으로, 한두 부위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두 환자는 같은 질환이지만, 수술 방법이 달라진다. 사진=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그럴 땐, 이 병에 전문성 있는 병원, 두세 곳에서 상담을 받으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 방법도 ▲목 앞쪽으로 들어가는 전방 경유 수술 ▲뒤쪽으로 들어가는 후방 경유 수술 ▲양방향 척추내시경(UBE) 수술 등 방법이 다양하다. 어떤 수술을 받을 것이냐는 각 수술법마다 장단점이 있기에 척추외과 전문의과 상의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

석 과장은 "후종인대 골화증 환자는 목을 갑자기 꺾어 '우두둑' 소리를 내는 습관이나 목에 무리를 주는 과격한 마사지는 절대 피해야 한다"며 "이미 인대가 딱딱해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도 신경에 치명타를 줄 수 있으므로, 본인의 상태가 수술이 필요한 단계인지 아니면 관리가 필요한 것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도움말: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석상윤 과장(정형외과).

서울아산병원 임상교수, 대전 을지대병원 조교수를 거쳐 2025년 3월, 부민병원에 합류했다. 경추부터 흉추, 요추에 이르는 척추 질환들을 전문 진료한다. 척추 관련 주요 학회에서 베스트논문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다채롭다.

척추센터 석상윤 과장. 사진=부산부민병원

[Check List] 혹시 나도? '후종인대 골화증' 자가 진단법

주먹 쥐고 펴기 (10초 테스트):

시계를 보고 10초 동안 최대한 빠르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양손 각각 20회 이상 하기 힘들거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면 척수 신경 압박을 의심해야 한다.

젓가락질과 단추 채우기:

평소 잘하던 젓가락질이 자꾸 어긋나 음식을 놓치거나, 셔츠 윗단추를 채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가락이 둔탁한 느낌이 드는지 체크한다.

일자 보행 테스트:

바닥의 선을 따라 앞발의 뒤꿈치와 뒷발의 앞코를 붙이며 일자로 걸어본다. 10자국 이상 똑바로 걷지 못하고 휘청거린다면 이미 보행 장애가 시작된 것일 수 있다.

글씨 모양의 변화:

펜을 잡고 글씨를 쓸 때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평소보다 글씨체가 눈에 띄게 흐트러지거나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서 2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단순 디스크가 아닌 '후종인대 골화증'에 의한 척수 압박일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정밀 진단(CT/MRI)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Q. 목 디스크와는 어떻게 다른가?

목 디스크는 '디스크(추간판)'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경우가 많고, 후종인대 골화증(OPLL)은 척추관 안쪽의 인대가 뼈처럼 굳어 두꺼워지며 척수(신경 다발)를 눌러 증상이 생긴다. 그래서 OPLL은 자주 휘청거리는 등 척수증(척수 압박) 증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Q. CT와 MRI는 언제 각각 필요한가?

CT는 '뼈(골화)'를 보는 검사라 OPLL의 존재. 형태, 범위를 확인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MRI는 '신경(척수) 압박과 손상'을 평가해, 증상이 실제로 척수에 영향 주는 지와 수술 필요성 판단에 핵심이다. 보통 'CT로 골화 확인 → MRI로 신경 영향 평가' 순서가 실전에서 흔하다.

Q. 수술이 필요한 신경학적 증상은?

손의 미세운동 장애(젓가락질·단추 끼우기 어려움), 보행이 휘청거림(균형 장애), 팔·다리 근력 저하, 감각 저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 때다. 게다가 대소변 장애까지 있으면 '척수 압박이 상당하다'는 신호로 수술을 즉각 검토한다. 증상이 빠르게 악화되거나 반복되면 더 적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Q. 목 마사지나 우두둑하는 습관이 왜 위험한가?

OPLL이 있으면 척추관이 이미 좁아져 척수가 '여유 공간 없이' 눌린 상태일 수 있다. 이때 강한 마사지나 무리한 꺾기('우두둑')는 목에 순간적인 과신전, 회전 운동을 가해 척수를 추가로 손상시킬 수 있다. 이럴 땐, 가벼운 자극에도 마비 같은 응급 상황으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Q. 경과 관찰은 얼마나 자주해야 하나?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고 신경학적 이상이 없다면 보통 3~6개월 간격으로 본다. 그보다 안정적이면 6~12개월 간격으로 줄어든다. 정확한 간격은 골화 범위와 증상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손 저림이 심해지거나 다리 보행 기능이 떨어지면 즉시 재평가가 필요하고,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MRI 등 추적 검사를 앞당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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