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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실천하는 어린이병원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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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베스트 병원] 어린이 청소년 분야 -우리아이들병원

"새벽에 다섯 살배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뒹굴어 혹시나 하고 검색했는데 동네 병원에 응급실이 열려 있다니…! 새벽 4시에 의사 간호사 X레이 선생님 모두 대기하고 있어 놀랐고, 의료진이 모두 너무 친절해서 감동받았어요."

"다른 곳으로 이사할까 찾아보다가 아이가 자라기 전에 이 병원이 없는 곳을 생각할 수 없어 이사 계획을 접었어요."

'우리아이들병원'을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이 같은 부모의 생생한 감사와 감동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리아이들병원은 13년 전 명문대 교수직이 보장된 젊은 의사가 "서울에서 소아과병원 열면 곧 망한다"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설립, 날마다 환자와 부모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병원이다.

우리아이들병원 백정현 원장(오른쪽)이 삼일절 대체공휴일인 2일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우리아이들병원은 2013년 개원하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치료하고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함께 하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세밀한 것에도 신경 써 아기의 정맥을 찾아서 주사하는 전문 간호사 시스템을 뒀고, 아이의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온돌형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 사고 위험이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대신, 아픈 아이와 검사하러 오는 아이의 진료 층을 구분했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실, 미술실, 게임방 등도 운영하고 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을 결심한 것은 공중보건의 근무 때"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그는 3년 동안 인구 5만 명의 강원도 철원에서 유일한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며 휴일도 없이 많게는 하루 100명씩 진료했다.

"환자 대부분이 군인 가족이고 민간인통제선 마을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데 어떻게 돌려보내겠어요? 하루는 네 살배기 소아암 환자가 심각한 폐렴 증세로 병원에 왔어요. 기관지에 튜브를 꽂고 서울 대형 대학병원에 갔지만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다'고 연거푸 퇴자를 맞고 되돌아왔지요. 병원을 설득해 결국 1인실에서 사흘 반을 밤낮없이 돌봐 위기를 넘기면서 1차 동네 의원과 3차 대학병원 사이에서 어린이 환자를 담당할 '허리' 역할의 2차 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정 이사장은 전공의 때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1년 때 소아콩팥 전공으로 석사, 3년 때 박사 학위를 받았고 4년차 때 우수 전공의로 뽑혀 미국 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H NIAID∙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로 연수 갈 정도로 대학에서 육성하는 인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교수직이 보장됐을 건데…

"교수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성이 낮은 소아과 특성상 임대료가 비싼 서울에선 3개월 만에 망할 것'이라며 만류한 것이다. 주위에선 '3개월 버티지 못할 것이다'고 했고, 한 스승님은 '6개월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학교로 돌아와라'고 따뜻하게 말했다."

당시 서울시 중림동의 소화아동병원, 구의동에 방지거병원이 있었지만 둘 다 위태위태했다. 앞 병원은 지금 의원으로 축소됐고, 뒤는 '백화점식 병원'으로 변신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정 이사장은 뜻을 같이 한 동료 의사 6명과 밤새워 토론하며 병원의 청사진을 그렸다.

정 이사장과 남성우, 이진철, 김민상, 손수예 등 개원 멤버는 구로역 바로 옆에 주차장을 갖춘 15층 신축 건물 중 4개 층이 병원이 들어서기 딱 좋다는 결론을 냈다. 정 이사장은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순간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마침내 2013년 4월 서울 구로동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7명, 임직원 40여 명 규모로 우리아이들병원을 개원했다. 2층은 오로지 아픈 아이, 3층은 영유아 건강검진과 백신 접종 등을 받으러 오는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구분하는 등 새 개념의 병원 디자인을 도입했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과 365일 진료 원칙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부 보호자가 2차 병원의 의미를 잘 몰라서 "왜 검사만 실컷 하고 큰 병원에 가게 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2차 병원의 존재 이유는 컸다. 환자 보호자 사이에서 이 병원의 본질과 장점이 입소문 나면서 개원 한 달 만에 하루 환자 300명을 넘어섰고, 많게는 1000명 이상이 몰렸다. 구로구뿐 아니라 경기 부천, 광명, 인천 등지에서도 환자가 찾아오며 2014년 입원 병동을 확장했고 2018년에는 서울 북서부에 60병상 규모의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열었다. 두 병원은 202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어린이 환자들이 보내온 감사 편지. 그래픽=윤상선 기자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우리아이들병원 10주년 기념 책자를 보니 우리나라 소아과학의 태두 홍창의 서울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소아과 교과서에 쓴 '소아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란 말을 등대 삼아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데….

"아이는 발달 단계에 맞춰 대화하며 치료해야 할 존재다.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며 치료하면 부정적 경험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 병원의 의사와 직원은 아이나 보호자의 기분을 맞추려 억지웃음을 짓기 보다 '전문가적 친절'을 베풀고 있다. 두 살, 다섯 살 아이의 발달 단계와 언어에 맞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전달하는 거다."

그는 스스로 모범을 보여 약 처방 시에도 차트에 '딸기 맛 선호', '가루약 복용 불가' 등을 세밀하게 기록해 투약 거부감을 줄이고 정확한 용량을 복용하도록 돕고 있다.

우리아이들병원은 또 대학병원이 진료과목별로 예약이 분리되어 있는 것과 달리 주치의가 영양학적·정신적 발달 상황을 통합적으로 체크한 뒤 필요에 따라 체계적인 내부 협진을 진행한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매년 암이나 뇌종양 등 소아 중증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우리아이들병원의 선견지명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빛을 발했다. 개원 초기부터 환자들의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 둔 덕분에 전국 병원 중 가장 먼저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의료 IT 기업과 협업해 재택치료 관리 시스템 '우아 닥터'를 8개월 만에 개발하고, 30명의 전담 인력으로 24시간 상황실을 가동하며 국가 방역 시스템의 롤모델이 됐다.

현재 병원은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병원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남성우 부이사장 중심으로 AI를 이용해 심장박동과 호흡 소리를 연구해 AI 청진기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1년 서울과학기술대와 공동 연구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딥러닝 기반 이상호흡음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세계적인 생체의료 학술지 'IEEE-EMBS'에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이 기술이 탑재된 AI 청진기는 의료기기 허가 단계에 있으며, 2026년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CES에 파견단을 보낼 계획이다.

우리아이들병원은 지역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이다.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인 '새싹 지킴이 병원'으로 지정돼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신속히 검진하고 경찰 및 지자체에 의학적 자문을 제공한다. 또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드림스타트 사업, 학교 밖 청소년을 돕는 Wee 센터 연계 진료, 미혼모 시설 및 입양 기관(성가정입양원) 후원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우리아이들병원은 지난해부터 365일 야간·휴일 진료를 확대한 '24시간 친구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취약시간인 오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정상 운영해 '칠구클리닉'으로 하려다 환자, 보호자와 친구 같은 의료진이 운영한다며 '친구클리닉'으로 바꿨다던데….

"지난해 4월 1일부터 보건복지부 필수특화기능 강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밤 10시까지 하던 야간 진료를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연장해 24시간 체제로 가동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등 60여 명의 인력을 추가 고용했다. 현재까지 약 6400명의 환아가 친구클리닉을 거쳐 갔는데, 특히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 사이의 심야 시간대 신환 비율이 41%까지 올랐다. 3차 의료기관이 중증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소아 진료 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선도적인 시스템 도입 이면에 재정적, 제도적 어려움도 클 텐데.

"가장 큰 문제는 수가 현실화다. 친구클리닉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구로와 성북 양쪽에 전문의를 추가로 채용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정부의 필수특화기능 강화 보상이 당초 계획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현재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또한, 병원이 24시간 문을 열어도 심야에 문을 여는 약국이 거의 없어 처방전이 있어도 약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 부분은 의약분업의 개선이나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정 이사장은 이에 못지 않게 병원 기부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몇 년 전 캐나다 밴쿠버 어린이병원에 갔을 때 병원 증축비에 대해서 병원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병원 증축에 왜 병원 돈을 쓰냐?'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기부금이 적은 데다가 대부분 대형 병원으로만 몰리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등이 지약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에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빈다. 다행히 성북구와 구로구는 병원 지원 방안에 대한 조례를 만들었다. 좋은 병원을 돕는 것이 주민을 위한 최고의 복지이기도 하다."

정 이사장은 3.1절 대체휴일인 2일에도 어린이 환자들을 진료했다. 그는 "우리아이들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휴일 당직을 서는 전문의가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저를 비롯해 원장, 박사들이 담당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병원 초기엔 우리 병원에서 힘든 환자가 치료되거나 중증 질환을 발견해 치료의 길로 안내했을 때 뿌듯했지만 지금은 어릴 적 치료받은 아이들이 커서 학생이나 직장인이 돼서 인사 올 때 기본이 좋습니다. 병원도, 의료진도 환자와 함께 성장한다는 게 큰 기쁨입니다."

2일 구로우리아이들병원 3층 원무실 앞에서 어린이 환자와 가족이 진열된 인형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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