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릴아마이드 발암성, 동물실험과 인체 연구 결과 엇갈려
토스트의 검게 그을린 부분을 칼로 긁어내고, 고기 탄 부분을 잘라내는 게 일반적인 행동이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스트의 검게 그을린 부분을 칼로 긁어내고, 고기 탄 부분을 잘라내 먹는 게 일반적인 행동이 됐다.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십 년간 반복돼 온 '탄 음식=암' 공식은 이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과연 과학적 근거는 어디까지 확인됐을까. 영국 매체 미러가 최근 탄 음식과 암 발생 위험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짚으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 보도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200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웨덴 국립식품청과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감자튀김, 오븐에 구운 감자, 곡물 제품 등에서 '아크릴아마이드'가 비교적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나 빵처럼 전분이 많은 식품을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물질로, 음식에 갈색과 특유의 풍미를 부여하는 '마이야르 반응'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아크릴아마이드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지칭하며, 스웨덴 내 연간 암 발생 사례 중 일부가 이 물질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일상 식단에 대한 경계심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아크릴아마이드의 발암 가능성은 그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독성프로그램은 1991년 동물실험에서 충분한 발암성 증거가 확인됐다며, 아크릴아마이드가 인간 발암물질로 '합리적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후 유럽식품안전청(EFSA)도 2015년 전문가 의견을 통해, 아크릴아마이드가 모든 연령대 소비자에서 암 발생 위험을 잠재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인간에서의 직접적인 근거다. 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은 다수의 인체 역학 연구에서 식이 아크릴아마이드 노출과 특정 암 발생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즉, 동물실험 결과와 달리, 일반적인 식사 수준에서 섭취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암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베이루트 아랍대의 파티마 살레 부교수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된 지 거의 30년이 지났지만, 인간에서의 명확한 발암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여전히 일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추가적인 인체 연구가 축적되면, 분류가 변경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종양내과 전문의 닐 아이엔거 역시 음식을 과도하게 조리하거나 태울 경우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가설은 존재하지만, 이를 확정적 인과관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언급했다.
아크릴아마이드는 종이, 염료, 플라스틱 생산과 식수·하수 처리 등 다양한 산업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식품에서는 아스파라긴을 함유한 채소가 특정 당류와 함께 고온에서 가열될 때 생성되며, 담배 연기에서도 발견된다.
탄 고기는 또 다른 이야기다. 고기를 직화로 굽거나 태울 때는 아크릴아마이드가 아니라 이종고리 아민(HCA)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며, 이들 물질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일부 역학 연구에서는 고온 조리 육류 섭취가 특히 대장암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다만 이는 '연관성' 수준이지 탄 고기 섭취가 암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5년 가공육을 인간 발암물질(Group 1), 적색육을 발암 가능 물질(Group 2A)로 분류했으며, 고온 조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HCA와 PAH가 암 위험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즉, 모든 탄 음식이 같은 화학물질을 만드는 것은 아니며, 식품의 성분에 따라 생성 물질과 잠재적 위험 요인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