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면제·수면유도제 안전하게 복용하는 법
잠이 오지 않을 땐 어떤 수면제를 언제, 어떻게 먹어야 효과가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젯밤도 뜬눈으로 지새운 직장인 민수 씨(가명·42). 원인을 모른 채 밤잠을 설쳐온 지도 벌써 세 달째였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컨디션은 늘 꽝이었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처방 받으러 병원에 가긴 왠지 부담스러웠다. '건강 검진 결과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었는데, 뭐가 문제지.' 때마침 직장 동료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나는 잠 안 올 때면 가끔 식물성 멜라토닌 챙겨 먹는데. 너도 수면제 대신 멜라토닌 한번 먹어 봐."
민수 씨는 혼란스러웠다. '증상이 꽤 심한데 멜라토닌으로 괜찮을까.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도 있다는데, 그건 또 어떻게 다른 거지⋯.'
어떤 종류의 수면 약을 언제, 어떻게 먹어야 안전한 걸까. 코메디닷컴에서 민수 씨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Q1. 보통 불면증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 때 수면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
불면증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두 가지로 나뉜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단순히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경우 인지행동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지만, 불면이 지속된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잠을 한숨도 못자는 등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약물 치료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수면제 처방의 기준은 불면의 지속 기간이 아니라, 불면으로 인한 증상의 심각성에 있다는 것.
Q2. 수면제 말고 수면유도제도 있던데, 둘의 차이는 뭐야?
수면제는 정신과나 신경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에서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주로 트리아졸람 등 벤조디아제핀계, 졸피뎀·잘레플론·조피클론 등 비(非)벤조디아제핀계 성분의 약이 사용된다. 이 약은 뇌에서 안정과 수면에 관여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가 작용하는 수용체의 조절 부위에 결합해, GABA의 작용을 높여 뇌의 각성 수준을 낮추고 수면을 유도한다.
수면제로 분류되지 않는 약 가운데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을 통틀어 '수면유도제'로 구분한다. 윤 교수는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등도 큰 틀에선 수면유도제에 해당될 수 있으며, 이 약들은 수면제처럼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항히스타민계열 수면유도제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일반의약품이다. 항히스타민계열 수면유도제는 감기약이나 멀미약처럼 졸림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 물질을 이용해 수면 효과를 내는 약으로, 수면제와는 그 작용 기전이 다르다.
그래픽=윤상선 디자이너
그렇다면 효과는 어떤 약이 더 좋을까. 윤 교수는 "수면 작용 측면에선 수면제가 확실히 효과가 더 좋긴 하지만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 있다"며 "수면제를 먹고 '잠은 잘 잤는데 다음날 어지럽다'고 말하는 분도 있고, 수면유도제를 먹고 난 뒤 다음날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Q3. 잠이 안 올 때 멜라토닌을 먹는 사람도 있던데, 멜라토닌도 수면유도제로 볼 수 있어?
멜라토닌이나 락티움, 마그네슘 등도 수면에 보조적인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선 수면유도제로 분류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 약들을 '수면보조제'로 부르기도 한다.
이중 멜라토닌은 국내에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선 건강기능식품이나 일반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으며, 0.5~10mg 멜라토닌이 정제, 구미, 소프트젤 등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약국이나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식물성 멜라토닌은 일반식품으로 분류된 제품이다.
'수면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멜라토닌은 몸의 일주기리듬(빛을 기준으로 약 24시간 주기로 수면·각성, 호르몬 분비, 체온 등 생리 기능을 조절하는 생체 시계)에 의해 분비 리듬이 조절되는 호르몬으로, 빛이 어두워지면 분비량이 증가하고 밝아지면 감소한다. 멜라토닌은 멜라토닌 성분을 보충해 생체 리듬을 조절함으로써 수면을 돕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Q4. 그럼 수면제 대신 멜라토닌을 먹어도 효과가 있을까?
멜라토닌이 수면제를 대체하긴 힘들다. 멜라토닌을 시차 적응 등 수면 주기 조정을 위해 복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적인 효과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윤 교수는 "멜라토닌 약이 수면 주기와 생체 리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아침 햇빛이나 밤에 노출되는 인공조명처럼 눈을 통해 생체시계에 직접 작용하는 빛에 비해선 그 효과가 많이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현재 국내에서 병원 처방을 받아야 복용할 수 있는 서방형 멜라토닌(멜라토닌이 체내에서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약)은 1회 처방 복용량이 2mg 이내로 제한돼 있다. 반면 해외에선 멜라토닌을 5~10mg까지 함유한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Q5.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둘 다 오랜 시간 과다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약에 의존하게 될 위험이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담 후 꼭 필요한 시기에만 복용한다. 알코올이나 항불안제 등 중추신경계 억제 작용을 하는 약물과 함께 복용할 경우 과도한 졸림이나 어지럼증, 반응 속도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자.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의심되는 사람은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수면 중 저산소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복용 전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하도록 한다.
수면제나 수면유도제에 의존하다 보면 약 없인 잠 들기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장기간 과다 복용은 피하도록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Q6. 식물성 멜라토닌은 부작용이 덜 하다는 말도 있던데⋯ 일반 멜라토닌 약보단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수면 개선 효과를 크게 기대해선 곤란하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식물성 멜라토닌은 피스타치오, 녹조류인 클로렐라 등에서 1~2mg의 멜라토닌을 추출해 만든 일반식품(과채가공품)이다. 인체 적용 시험, 동물 실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일반식품은 허가 및 등록 절차가 덜 복잡한 편이다. 즉, 수면보조제로서의 효능을 엄격하게 검증받은 제품은 아닌 셈이다. 식물성 멜라토닌을 먹고도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효과 측면에선 개인차가 큰 편이다.
결론: 잠이 오지 않을 때 식물성 멜라토닌을 한번 사 먹어볼 순 있을 것이다. 다만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불면증이 지속될 때 멜라토닌을 수면제 대용으로 복용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불면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나 상담 등 진료를 받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