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규모 코호트 연구, "잡식이 100세 장수 가능성 높아"
건강에 좋다던 채식이 노년기에는 장수 가능성을 낮추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든 어르신들은 건강에 좋다고 채식을 고집하지 말고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적어도 80세를 넘긴 초고령층에서는 채식보다 잡식이 100세 장수에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팀이 80세 이상 노인 5203명을 최장 20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 채식주의자는 잡식주의자에 비해 100세 이상 생존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최근 《미국 임상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채식주의자, 100세 장수 확률 19% 낮아
"
연구팀은 1998년부터 시작된 중국 장기 건강 장수 조사(CLHLS)에 참여한 80세 이상 노인 5203명을 동물성 식품 섭취 여부에 따라 잡식주의자와 채식주의자로 나눠 최장 20년 동안 추적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추적 종료 시점까지 100세 이상 생존한 참가자들은 1459명이었고, 100세 이전에 사망한 인구는 374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채식주의자가 잡식주의자에 비해 10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약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동물성 식품을 아예 섭취하지 않는 비건 채식주의자의 경우 그 가능성은 약 29% 낮았으며, 유제품과 달걀을 먹는 오보-락토 채식주의자들은 약 14%, 생선을 먹는 페스코 채식주의자의 경우 약 16% 더 낮았다.
즉, 채식주의자라도 생선, 유제품, 달걀 등을 먹어 단백질을 먹었다면 100세 이상 장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강에 좋다던 채식, 왜 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까?
채식이 일반 식단보다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럿 존재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암의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왜 초고령층에서는 채식이 장수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일까.
연구팀은 노화 단계에 따라 신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젊을 때는 포화지방을 줄이고 식이섬유를 늘리는 채식의 특성이 만성 질환 예방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B12처럼 채식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영양소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젊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되던 식단이라도 나이가 들어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노인 의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비만의 역설'도 관련돼 있다. 비만한 노인이 체중이 저체중이거나 보통인 노인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합성 능력과 소화 능력이 함께 떨어지면서 식사량이 줄고 근육량도 급격히 감소한다. 이 상태에서 암이나 골절처럼 큰 병이 닥쳤을 때, 몸 안에 여분의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지방이 충분하다면 병을 이겨낼 버팀목이 된다. 반대로 지방이 부족한 저체중 노인은 큰 병 앞에서 갑자기 쇠약해지는 경우를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문제는 채식이 일반식이나 고지방식보다 칼로리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할 경우, 만성적인 칼로리 부족과 동물성 단백질 결핍이 겹치면서 체중이 줄고 근육이 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