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후 범죄율 14% 높아져
'브레이킹 배드'는 암에 걸린 고등학교 화학 교사가 가족을 위해 마약 제조를 시작했다가 결국에는 마약 제조 판매 악당으로 변해가는 내용이다. 사진=브레이킹 배드5 포스터
최고의 미드로 꼽히는 '브레이킹 배드'는 암에 걸린 고등학교 화학 교사가 가족을 위해 마약 제조를 시작했다가 결국에는 마약 제조 판매 악당으로 변해가는 내용이다. '나쁜 짓을 하기 시작하다'라는 의미의 제목은 '막 가보자'라는 속어로도 사용된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암 진단 소식을 들은 뒤 갑자기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브레이킹 배드' 효과가 실제 암 환자에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경제 저널: 응용 경제학(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후 몇 년 동안, 이전에 범죄 이력 유무와 관계없이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암 환자들의 범죄 행위는 절도나 마약 소지 같은 사소한 범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연구진은 덴마크의 여러 행정 기록부에서 데이터를 통합해 인구 통계, 노동, 교육, 소득, 재산, 건강 및 범죄 기록을 포괄하는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18년 사이에 암 진단을 받은 36만831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 데이터와 범죄 기록을 연계해 암 진단을 받지 않은 대조군과 환자들의 행동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새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처음에는 범죄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진단 후 첫해에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나 화학 요법과 같은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당한 결과"라며 "암 치료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암 환자는 장기간 병원을 방문하거나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단 후 2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졌다. 환자의 범죄 유죄 판결 가능성이 암 발병 이전 수준보다 높아졌다. 범죄율은 진단 후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이후 5년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체적으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대조군 그룹에 비해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이 14% 더 높았다.
연구진은 "범죄와 암 발병률 사이에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총소득 감소폭이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해에 환자의 취업률은 1.5%포인트 감소하며, 직장이 있는 환자조차도 근무 시간과 수입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 범죄와 재산 범죄의 급증과 더불어, 폭력 범죄와 같은 비경제적 범죄도 크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는 조기 사망 가능성이 징역과 같은 처벌에 대한 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암과 범죄 사이의 연관성은 진단받은 해에 5년 생존 확률이 더 급격하게 감소한 환자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