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이번 끼니에 단백질을 적게 먹었으니, 다음 끼니에 보충하면 되겠지." 하지만 우리 몸은 그렇게 계산하지 않는다. 인체에는 하루를 기준으로 영양소를 합산하고 정산하는 계산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먹은 음식은 그 순간 이미 몸의 반응을 결정한다. 점심은 아침을 보완하지 못하고, 저녁은 낮의 선택을 되돌리지 못한다. 몸이 인식하는 것은 하루의 '합계'가 아니라, 그 순간 혈관 속으로 들어온 영양소의 농도와 비율이다.
음식이 소화되어 혈관으로 들어오면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의 비율에 따라 인슐린과 글루카곤 같은 호르몬이 합성 분비되며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신호는 염증을 키울지 가라앉힐지 방향을 정한다. 이 과정에는 "조금 부족했으니 나중에 보충하자"라는 기억 장치가 없다. 몸은 끼니마다 단 하나의 질문만 던진다. 지금, 혈관 속으로 무엇이 들어왔는가. 그리고 즉시 답을 내린다. 그 답은 보류나 저장이 아니라 방향의 결정이다.
이때 작동하는 신호물질들(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이미 면역세포의 태도와 대사의 방향은 정해진다. 그래서 아침 식사의 신호는 아침에 이미 끝난다. 점심은 그것을 취소하지 못한다. 그저 또 하나의 새로운 사건일 뿐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해 인슐린 분비가 급격히 증가하면 몸은 염증 쪽으로 기운다. 점심에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다고 해서 아침에 이미 시작된 신호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영양소 섭취량이라는 말은 '몸의 언어'라기 보다 '계산기의 언어'에 가깝다. 몸은 평균을 보지 않는다. 각 끼니를 본다. 한 끼는 면역과 염증 시스템에 던지는 하나의 투표와 같다. 하루는 그 표의 평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건들의 연속이다.
이처럼 끼니마다 내려지는 작은 결정은 대개 즉각적인 증상을 만들지 않는다. 통증도 없고 열도 없으며 검사 수치도 정상 범위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미세한 반응이 반복되면 몸 안에서는 조용한 변화가 누적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서서히 쌓이는 상태, 이른바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다. 이 염증은 혈관과 간, 지방조직과 근육, 뇌 같은 대사 기관 전반에 부담을 준다.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은 깊어지고 혈관은 점점 경직되며 면역반응은 균형을 잃는다. 당뇨병이나 비만, 고혈압, 심혈관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조용한 염증(침묵의 염증) 위에서 자라난다. 노화 역시 단순히 시간이 흐른 결과라기보다, 염증이 충분히 꺼지지 않은 채 지속된 생리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한 끼의 식사는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다. 몸의 염증 스위치를 어느 쪽으로 기울일지 선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하루 뒤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진다. 몸은 영양소를 모아 계산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순간, 이미 대사의 방향을 정해버린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한 끼의 선택이 바로 지금의 건강이자 노화의 속도임을 깨닫고, 매 끼니 식사에 뒤이은 호르몬 신호의 엄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