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황달 뒤 급성 간부전 확인…간 이식 기다리다 사망
급성 간부전으로 복통에 이어 황달 증상을 겪은 14세 소녀 메이지 아몬드가 지체된 대응으로 숨지고 말았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하단=메이지 아몬드의 가족
건강했던 14세 소녀가 단순한 복통을 호소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급성 간부전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검시 결과 감염 초기 적절한 항생제가 투여되지 않았고 장기 이식 과정도 늦어져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와 비슷한 일이 계속 발생해 다른 환자가 생존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선 등 보도에 따르면 2024년 9월 맨체스터에 살던 메이지 아몬드는 어느날 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흔히 도는 가벼운 장염 정도로 여겼다.
몇 주 후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이 나타났고 계속 복통도 호소해왔던지라 상태가 악화되자 부모는 메이지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입원 이후 진행된 검사에서 간염 등 주요 원인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후 메이지가 급성 간부전 상태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바로 간 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메이지는 곧 리즈 종합병원 어린이 중환자실로 이송됐으며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인 '초긴급' 환자로 분류됐다.
10월 1일 적합한 기증 간이 발견되면서 밤늦게 수술 준비가 진행됐지만, 상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결국 메이지는 12시간에 걸친 간 이식 수술을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유지하지 못했고 10월 2일 새벽 사망했다.
사망 이후 진행된 검시 결과가 최근 발표된 가운데, 명확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희귀 급성 간부전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검시관에 따르면 기증 간이 확보됐을 때는 이미 뇌부종과 여러 장기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 결국 이식 수술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다. 하루만 더 빨리 기증 간을 받을 수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시관은 향후 유사한 사망을 막기 위한 공식 경고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에는 기증 간을 약 48시간 안에 확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장기 부족으로 '초긴급' 환자라도 최대 일주일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검시관은 이 같은 지연이 "적합한 장기 부족으로 생명을 잃을 위험을 명확히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시 결과 보고서는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과 NHS 혈액·장기이식서비스(NHS Blood and Transplant Service) 장기·조직이식 책임자에게 전달됐다.
간질환 없던 사람, 복통·황달 나타나면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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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지만 사망률 높아
급성 간부전은 기존에 간 질환이 없던 사람에게서 짧은 기간 내 간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치명적인 응급 질환이다. 간은 체내 독소를 해독하고 단백질을 합성하며 혈액 응고에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중요한 장기다. 급성 간부전이 발생하면 이러한 기능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황달, 심한 피로, 구토, 복통, 출혈 경향, 의식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간이 독성 물질을 처리하지 못하면 뇌에 독소가 축적돼 간성 뇌병증과 뇌부종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국내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 급성 간부전 환자는 연간 약 50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비교적 드물지만 사망률이 높아 중증 질환으로 분류된다.
국가마다 원인 양상에 차이가 있다.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과량 복용에 따른 약물성 간 손상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보고된다. 국내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한약재나 건강기능식품 등 생약제에 의한 독성 간염, A형 간염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자가면역 간염, 대사질환, 독성 물질 노출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는 특발성 급성 간부전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급성 간부전은 이전에 건강했던 사람에게 갑자기 발생해 간세포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는 것이 특징이다.
치료는 중환자실에서의 집중 치료와 함께 원인 치료가 기본이며, 간 기능이 회복되지 않으면 응급 간 이식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도 간 이식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나 기증 장기 부족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202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소아 급성 간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한국에서도 의심 사례가 일부 보고돼 보건 당국이 모니터링을 실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급성 간부전이 드물지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황달, 심한 피로, 복통, 의식 변화 등이 나타날 경우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