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병력 없는 사람도, 약물로 심장 멈출 수 있어…정체는 바로 ‘쿠니스증후군’
운동하다 삐끗하면 허리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허리가 좀 아파 소염진통제를 먹은 20대 남성이 뜻밖의 약물 알레르기로 심정지를 일으키는 쿠니스증후군을 앓아 큰 일 날뻔했다. 약물 알레르기가 갑자기 처음으로 발병한 뒤 심장에 치명타를 맞은 사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식품으로는 달걀 우유 땅콩 밀 고등어 새우 등 22종을, 주요 약물로는 각종 항생제 진통제 소염제 조영제 및 일부 백신을 꼽을 수 있다.
허리가 좀 아파 소염진통제를 먹은 뒤 심한 가슴 통증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간 20대 남성이 심정지를 일으켰다가, 목숨을 건진 아찔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탈리아 사사리대 의대 연구팀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를 복용한 뒤 급성 가슴 통증이 이어 심정지를 일으킨 28세 남성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평소 심장병이나 알레르기병을 앓은 적이 없었고, 고혈압·당뇨병 등 위험 요인이 전혀 없었다. 다만 며칠 전 운동하다 삐끗했는지 허리 통증을 약간 느꼈고 이에 가정 상비약인 소염진통제를 한 알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 때문에 환자가 단순한 약물 알레르기로 흉통을 일으킨 줄 알았다.
하지만 이 환자는 검사 과정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부정맥인 심실세동을 일으키며 심장이 멈추는 더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의료진은 즉각 전기 충격과 심폐소생술로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의료진은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 환자의 심장 혈관 자체는 깨끗했으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혈관이 극도로 수축해 피가 통하지 않는 관상동맥 경련이 일어났음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검사 결과와 투약 이력, 증상 등을 종합해 알레르기 물질이 심장 혈관을 자극해 발생하는 '제1형 쿠니스증후군'으로 최종 진단했다. 평소 앓은 적이 없던 알레르기병이 갑자기 발병해 심장에 치명타를 가한 셈이다.
환자는 곧바로 입원해 원인 물질인 소염진통제 복용을 즉각 중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고, 입원 1주일 만에 심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후 1개월간 진행된 추적 관찰에서도 재발이나 후유증 없이 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은 "쿠니스증후군은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잘 치료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심근경색이나 심정지로 이어져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노출된 뒤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When allergy strikes the heart: Kounis syndrome and cardiac arrest)는 최근 국제 학술지 《유럽 내과학 사례보고 저널(European Journal of Case Reports in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알레르기가 심장병 부른다… '쿠니스증후군'의 정체
쿠니스증후군은 알레르기와 심장병의 치명적인 만남에 해당한다. 이는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때 우리 몸속 비만세포에서 방출되는 히스타민 등의 화학 물질이 심장 혈관을 수축시키거나 혈전(피떡)을 일으켜 발생하는 병이다. 한마디로 '심장에 나타나는 알레르기'에 해당한다.
알레르기라고 하면 통상 가려움이나 두드러기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쿠니스증후군은 알레르기가 심장을 노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특히 이번 사례 속 환자처럼 심장혈관이 깨끗한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니 건강을 과신하면 큰코다칠 수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물질(알레르겐)은 소염진통제와 항생제·조영제 등 약물과 벌침·개미 등 곤충 자극, 조개류·견과류 등 음식물까지 매우 다양하다.
"두드러기와 함께 가슴 통증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의료진이 쿠니스증후군 환자의 알레르기 병력을 모를 경우 일반적인 심장병으로 오해해 치료 방향이 어긋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약물이나 음식을 먹은 뒤, 곤충에 쏘인 뒤 등 상황에서 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이때 반드시 방금 무엇을 먹었는지와 평소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등을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
조기에 발견해 스테로이드나 혈관 확장제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심장 기능에 후유증 없이 완치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을 단순한 피부병으로 오인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알레르기가 있으면 누구나 쿠니스증후군에 걸리나요?
A1. 아닙니다. 쿠니스증후군은 알레르기 반응 중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과거에 특정 약물이나 음식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아나필락시스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Q2. 가슴 통증 없이 두드러기만 나도 위험한가요?
A2. 두드러기만 있다면 일반 피부 알레르기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호흡곤란, 어지러움과 함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동반되면 알레르기 반응이 심장 혈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니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Q3. 평소 알레르기가 없던 사람도 갑자기 발생할 수 있나요?
A3. 네, 그렇습니다. 이번 사례의 28세 남성처럼 평소 심장병이 전혀 없던 건강한 사람도 특정 약물이나 음식에 처음으로 과민 반응을 보이며 쿠니스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더 격렬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약 복용 전후의 몸 상태를 세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