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건조해지는 것 막아야… 심해질 땐 질병 의심
양치를 열심히 하고 입 안 위생을 신경써도 봄만 되면 입냄새가 심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입냄새는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대인관계의 질을 결정짓는 민감한 요소다. 스스로 느끼는 입냄새가 심할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이 위축되며, 이는 결국 심리적 불안과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특히 건조한 봄철에 입냄새가 유독 심하게 나는 사람들이 있다. 음식을 먹은 뒤 바로 꼼꼼하게 칫솔질을 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치태를 제거하는 등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해도 해결되지 않는 입냄새는 일상적인 소통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돼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그런데 이같은 입냄새는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이상을 알리는 몸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건조한 봄철에 수분 섭취까지 부족해지면 우리 몸의 천연 방어막인 타액(침) 분비가 줄어든다. 타액은 입 안의 세균을 씻어내고 산도를 조절해 강력한 항균 작용을 담당하는데, 건조한 날씨가 이같은 자정 작용을 방해할 수 있는 것.
홍성옥 강동경희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입냄새의 주요 원인 물질은 '휘발성 황화합물'인데, 이 농도는 타액 분비량이 많을수록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며 "결국 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구취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액이 줄어들면 입 안의 염증이 쉽게 악화되는 것은 물론, 혀 표면의 세균막(설태)이 두꺼워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설태는 황화합물이나 암모니아 생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설태가 두꺼워지면서 설태 속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면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이 더 빨리, 많이 생성된다.
또 봄철에는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알레르기약이나 감기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 약 때문에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 구강 내 건조함이 더 심해진다. 결국 봄의 다양한 요소들이 평소보다 훨씬 심한 수준의 구취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입냄새 원인의 80% 이상은 입 안에 있기 때문에 최우선 과제는 구강 환경을 다시 최적화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구강건조증을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냄새를 가리는 일시적인 '탈취'가 아니라, 설태과 세균막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혀클리너나 칫솔을 활용해 혀 뒷부분에서 앞쪽으로 3~4회 반복해 닦아내야 한다. 정기적인 치과 스케일링도 세균막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료=강동경희대병원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코올과 카페인은 이뇨 작용과 구강 건조를 유발하기 때문에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흡연은 구강 건조와 염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기에 삼가야 한다. 불규칙한 식사는 위산을 역류하게 하는데, 이 역시 구취를 유발할 수 있다.
실내 습도도 신경써야 한다. 가습기를 활용해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고, 코막힘이 있다면 코호흡을 유도해 입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게 좋다.
이런 원인들을 충분히 관리해도 입냄새가 지속된다면 그 때는 전신 질병의 가능성을 염두해볼 수 있다. 위장 질환, 당뇨병에 의한 대사 이상, 간 기능 이상, 빈혈 등의 초기 신호로 구취가 나타나기도 한다.
홍성욱 교수는 "입냄새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증상에 따라 내과 등 관련 진료과와의 연계 치료가 중요하다"며 "내 몸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를 놓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