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형 인간, 우울·불안·감정 기복 더 높게 나타나…양극성 관련 특성 점수도 높아
'저녁형 인간'은 감정 기복이 크고, 양극성 장애(조울증)와 관련된 정서적 특성을 더 많이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저녁형 인간'은 감정 기복이 크고, 양극성 장애(조울증)와 관련된 정서적 특성을 더 많이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 습관의 차이가 생활 패턴을 넘어 정신 건강과도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유럽정신의학회 학술대회(European Congress of Psychiatry 2026)》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이탈리아 성인 203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수면-각성 선호 유형(크로노타입)과 정서적 기질, 감정 조절 능력, 양극성 관련 특성을 평가하는 표준화된 설문에 답했다. 전체 참가자의 22.8%가 저녁형, 22.2%가 아침형이라고 답했으며, 나머지 55%는 특정 시간대에 대한 뚜렷한 선호가 없는 중립형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저녁형 인간은 우울과 불안, 과민성뿐 아니라 기분이 오르내리는 경향 등의 정서적 기질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특히 감정의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감정 조절' 지표에서도 저녁형 그룹은 다른 유형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한 저녁형일수록 양극성 관련 특성을 평가하는 설문 점수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임상적으로 진단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울증과 연관된 행동 및 정서적 특성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다변량 분석에서도 저녁형 크로노타입과 흡연이 이러한 '역치하(閾値下) 양극성 특성'을 예측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면의 질이 좋은 경우 해당 특성은 낮아지는 경향에 확인돼,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를 이끈 G. 폰토니 연구원은 "저녁형 크로노타입과 양극성 취약성과 관련된 정서적 기질 간의 연관성이 확인됐다"며 "수면-각성 리듬이 늦은 사람일수록 일반 인구에서도 감정 조절 어려움과 양극성 관련 특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정신의학회 회장인 안드레아 피오릴로 교수 역시 "기분 증상이나 감정 조절 문제를 평가할 때 개인의 크로노타입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면-각성 선호를 임상 평가에 포함하면 위험군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침형 인간은 비교적 쉽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오전 시간대에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반면, 저녁형 인간은 늦은 시간에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저녁형 성향 자체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2024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에서는 저녁형 인간이 인지 검사에서 더 높은 수행 능력을 보인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 시간뿐 아니라 수면의 질과 규칙성, 개인의 생체 리듬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정신 건강 관리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감정 기복이나 우울·불안 증상이 반복된다면 자신의 수면 패턴을 점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늦게 자면 정말 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나요?
이번 연구는 '조울증 진단 위험'이 증가한다기보다, 조울증과 관련된 정서적 특성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입니다.
Q2. 저녁형 인간은 왜 감정 조절이 어려울 수 있나요?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체 리듬의 불균형과 수면의 질 저하, 사회적 생활 패턴과의 불일치 등이 감정 조절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추정됩니다.
Q3. 저녁형 생활 습관은 무조건 나쁜 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저녁형 인간이 인지 능력에서 더 높은 수행을 보이는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활 패턴 자체보다 수면의 질과 규칙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