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막으려다 내성 키운다"…가정용 항균제품 경고
가정용 항균 물티슈 등이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을 씻을 때 쓰는 항균 비누, 식탁이나 생활용품을 닦을 때 사용하는 항균 물티슈와 소독 스프레이는 오랫동안 '세균을 없애는 제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쓰는 이런 항균 제품이 실제 건강상 이점은 크지 않은 반면, 오히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경고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과학자 컨소시엄 연구팀은 최근 가정용 항균 제품에 들어 있는 살생물제가 항균제 내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1일 실렸다.
연구팀이 주된 문제로 지목한 성분은 '4급 암모늄 화합물(QAC)'과 '클로록시레놀'이다. 이들은 항균 손 소독제, 물티슈, 스프레이 등 가정용 소독·항균 제품의 핵심 성분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 화학물질이 하수처리 과정에서 완벽히 걸러지지 않고 강과 토양 등 자연환경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점이다.
하수처리장은 이런 화학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성분은 처리 과정을 거친 뒤에도 강과 토양, 생활환경 곳곳에 남게 된다.
세균은 낮은 농도의 항균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살아남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단순히 특정 항균 성분을 견디는 수준을 넘어 치료용 항생제에도 함께 버티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를 '교차 내성'이라고 한다. 세균이 항균 물질을 피하기 위해 세포막을 바꾸거나 외부 물질을 퍼내는 펌프를 강화하는 등의 생존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 방식이 일부 항생제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데에도 똑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 큰 우려는 세균끼리 내성 유전자를 주고받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 현상이다. 항균물질에 오염된 환경이 아이러니하게도 내성 유전자가 퍼져나갈 가능성을 높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저항하는 다제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의 출현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현재 환경에 존재하는 QAC 농도만으로도 내성균이 생존하고 확산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연구 책임자인 미리엄 다이아몬드 토론토대 교수는 "가정에서 무심코 쓰는 항균 제품이 결국 환경을 통해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항생제 내성 문제는 병원과 축산업에만 집중됐지만, 이제는 일상 소비재의 영향력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항균 성분의 내성 유발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트리클로산은 한때 항균 비누와 치약, 세정제 등에 널리 사용됐지만 내성 우려와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미국 FDA가 2016년 일부 제품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현재도 여러 소독 제품에 쓰이는 QAC 계열 성분 역시 특정 세균의 항생제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또 항균 성분이 추가적인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보건기구들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항균 비누가 아닌 일반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 것을 권장해왔다.
연구진은 앞으로 국제사회의 항생제 내성 대응 전략에 소비자 제품 속 살생물제 문제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