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없이 눈 뒤까지 약물 전달, 쥐 실험으로 확인…엑소좀 기반 안약 치료 가능성 제시
돼지 정액에서 유래한 미세 입자를 활용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망막아세포종을 주사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눈의 깊은 부위에 생기는 암을 주사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돼지 정액에서 유래한 미세 입자를 활용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사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망막 뒤쪽에 발생하는 소아암인 망막아세포종을 겨냥했다. 연구진은 정액 속에 포함된 세포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s, EVs), 즉 엑소좀(exosome)에 주목했다.
엑소좀은 세포 간 물질을 전달하는 미세한 지질 구조로, 정액에서는 정자가 난자의 보호막을 통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생물학적 장벽을 통과하는 엑소좀의 특성이 눈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돼지 정액에서 유래한 엑소좀을 활용한 안약을 쥐에게 투여한 결과, 약물이 눈 뒤쪽까지 전달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 안약에는 탄소 나노입자가 포함됐는데, 이는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을 생성해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엑소좀이 정상 안구 세포가 아닌 종양 세포를 선택적으로 겨냥하도록 하기 위해, 과산화수소가 존재할 때 활성산소종 생성을 증가시키는 분자가 추가됐다. 이는 암세포가 성장하고 확산하는 과정에서 과산화수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 결과 치료 30일 뒤, 안약을 투여받는 쥐의 종양은 치료를 받지 않은 쥐의 종양 크기의 2~3%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될 경우, 통증을 동반하고 안구 손상 위험이 있는 주사 치료 없이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를 이끈 중국 선양 약학대 연구진은 "환자 대부분이 어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구를 보존하면서 독성을 최소화하는 치료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안구암, 망막아세포종
망막아세포종은 눈 안쪽 망막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주로 영유아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아 안구암이다. 약 1만 5000~2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대부분 5세 이전에 진단된다.
종양이 눈의 가장 뒤쪽에 위치해 약물이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는 눈 내부로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치료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통증이 크고, 시력 손상이나 안구 구조 손상 위험이 뒤따른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덜 침습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접근법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장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가진 시스템에 주목했고, 그 해답을 정자 유래 엑소좀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망막아세포종뿐 아니라, 황반변성 등 다른 안과 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아직 동물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제 사람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검증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Harnessing semen-derived exosomes for noninvasive fundus drug delivery: A paradigm for exosome-based ocular fundus therapeutic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돼지 정액 유래 엑소좀 안약은 실제 치료에 사용 가능한가요?
A. 아직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 단계입니다. 사람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Q2. 망막아세포종 치료에 왜 주사가 필요한가요?
A. 종양이 눈의 뒤쪽에 위치해 일반적인 안약으로는 약물이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는 눈 안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 일부 사용됩니다.
Q3. 이 기술은 다른 눈 질환에도 활용될 수 있나요?
A. 연구진은 황반변성 등 눈 뒤쪽에 발생하는 다양한 안과 질환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