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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쓸모 없는" 존재라고?… 그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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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권하는 의사 유영현의 1+1 이야기] 51. 가치의 역설: 정크(Junk) DNA와 황편차

폴 매카트니가 부른 '정크(Junk, 쓰레기/고물)'라는 짧은 노래가 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서 부르는 동화 같은 노래다. 비틀즈 밴드 해체 전 작곡하였으나, 해체가 발표된 직후 발매된 솔로 앨범에 수록되었다.

존 덴버도 이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쓰다 버린 고물들을 하나하나 나열한다. 모터카, 핸들, 2인용 자전거, 낙하산, 군화, 슬리핑백….

'Junk'라는 노래가 들어 있는 존 덴버 앨범(

https://www.youtube.com/watch?v=j4W0tAQ3Xbo

). 사진=유튜브에서 캡처

짧은 후렴에 메시지가 들어있다. "가게 진열장에는 '사세요! 사세요!'라고 쓰여 있지만 '마당에 버려진 고물들은 왜? 왜?'라고 묻습니다". 이 대조는 새로운 것만 사려는 소비사회에서, 과거에는 쓸모 있었던 것들이 왜 버려지는지 담담하게 묻는다.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노래한 듯 들리지만, 우리가 쓸모없다고 부르는 것들이 정말 쓸모가 없는 것인지 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Junk DNA의 재발견: 유전체의 '잉여'가 '지휘자'가 되기까지

인간 유전체에서도 '정크(Junk)'라고 불렸던 것들이 있다. 인간 유전체가 해독되기 전, 과학자들은 DNA의 역할을 단백질 설계도 정도로 이해했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야말로 생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DNA는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으니, 단백질 코딩에 관여하지 않는 DNA에는 비기능("Non-coding") 혹은 '잉여'라는 수식어가 붙더니, 나중엔 경멸적인 뜻의 'Junk' 레이블까지 붙었다.

이 명칭에는 당시의 가치 판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으면 쓸모없다는 기준. 인간 유전체가 해독되기 이전, 이들에 대한 신중한 평가는 없었다.

1990년대 초,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던 초기에는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가 DNA의 주류일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인간유전체 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되면서 인간 유전체 98% 이상이 단백질을 코딩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사실이 새로 확인되었다.

사람은 보이는 것만을 세계라 여기며 흔히 교만하지만, 간혹 보이지 않는 것 앞에서 겸손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비코딩 DNA를 Junk라 부를 때 한 그룹의 과학자들은 이 겸손 쪽으로 움직였다. 2003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ENCODE(Encyclopedia of DNA Elements)라는 프로젝트로 모인 과학자들은 비코딩 DNA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생명의 패러다임 변화: 설계도보다 중요한 '조절의 미학'

마침내 Junk 영역은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냈다. Junk 영역은 기능이 없는 영역이 아니고, 유전자의 ON/OFF 스위치 및 발현 강도를 조절하는 네트워크의 핵심 구성요소임이 밝혀졌다. 2012년 9월 Nature, Genome Research, Genome Biology에 ENCODE consortium 이름으로 동시에 발표된 30편의 논문들은 이런 내용을 담아 세계가 유전자를 이해하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그중에 'Nature'에 실린 "An integrated encyclopedia of DNA elements in the human genome"(Nature 489, 57–74, 2012)은 생물학 및 유전학 분야에서 매우 높은 피인용 횟수를 기록한

,

기념비적인 논문의 하나로 꼽힌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Junk DNA(Ancestry, Lumen Learning, Nature), 차잎의 크기(일러스터 손경희), 황편보이차. 사진=유영현 제공

Junk 영역은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유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코딩 DNA의 발현을 조절하는 요소들이 이곳에서 나온다. 특정 유전자의 작동 시기, 장소, 양을 조절하는 프로모터, 인핸서, 사일런서 등이 비코딩 DNA에 위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단백질로 번역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특별한 역할을 하는 기능성 RNA들이 이곳에서 암호화된다. miRNA(micro RNA)는 유전자 발현을 미세하게 억제하거나 활성화한다는 점이 발표되었고, lncRNA(long non-coding RNA)는 유전자 클러스터를 조절하는 조정자로 역할을 한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즉, Junk 영역은 염색체 말단부인 텔로미어와 세포분열 시 방추사가 부착되는 중심체 역할을 수행한다. 구조적 안정성을 제공하며 DNA 복제가 시작되는 기점 역할도 한다. 사실 21세기에는 인간 유전체학보다 Junk DNA 연구가 더 뜨거웠다.

Junk DNA는 정보의 단순 저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보의 해석, 분배, 조절이 생명현상의 중심이라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 발견은 생명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생명에 중요한 점은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설계도를 어떻게 읽고 조절하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단백질의 기능과 조절을 넘어서 단백질 조절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질병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으로 확장되었다. 대부분의 게놈 연관 분석들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변이들은 코딩 영역이 아닌 Junk 영역에서 발견된다고 알려주었다. 과거에 쓰레기 혹은 고물로 불렸던 Junk DNA는 이제 유전자의 중심 지휘자로 우뚝 섰다.

차(茶) 세계의 황편: 누런 조각 속에 숨겨진 깊고 달콤한 반전

찻잎에서도 과거 'Junk'로 취급받던 잎이 있다. 황편(黃片, Old yellow leaf 혹은 Huang Pian)은 작은 잎이 중시되는 차 세계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황편을 단어 그대로 해석하자면 누런 조각을 의미한다. 1아3엽으로 채엽하여 만든 모차에서 골라낸, 아름답지 못한 누런 찻잎이 황편이다.

황편은 주로 3엽에 해당한다. 황편은 일반적인 차 제작에 쓰이는 1아2엽보다 아래쪽에 붙어 있어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양분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잎이다.

하지만 양분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을 뿐, 잎에 양분은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황편은 노엽과는 구분된다.

노엽은 1아2엽을 떼어 낸 뒤에 3엽 이상이 차 나무에 오래 남아 있어서 목질화된 찻잎이다. 거의 1년 정도 차나무에 붙어 있는 나이 한 살에 이르는 찻잎이다. 양분이 거의 없고 맛과 향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노엽은 차나무 관리 차원에서 떼어 내 버린다.

이 노엽은 차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 간혹 노엽을 사용하여 차를 제작하면 속칭 '낙엽차'라고 부른다. 낙엽차는 품질이 매우 나쁘다. 차라 볼 수 없다.

노엽과는 달리 취급되었다지만. 황편도 상품 가치는 없기에 보통은 잎 따기에서 제외하였다. 황편은 두터워서 다른 찻잎과 동일하게 살청하면 누렇게 황색 비슷한 색을 가진다.

과거에는 황편이 포함되더라고 골라내지 않았다고 하나, 지난 수십 년 동안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골라내어 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차 농장에서 재배하는 대지차는 보통 1아2엽을 채엽한 뒤 관리를 위해 나머지 잎을 떼 버리므로 보통 황편이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수차(고수차)에서는 다르다. 키가 큰 노수차는 1아2엽으로 선별하여 채엽하기 쉽지 않고 나뭇잎 관리가 쉽지 않다. 당연히 채엽 시 1아3엽으로 채엽하는 경우가 흔하게 된다. 작업하는 이들은 누런색을 보이는 3엽을 채엽 후에 솎아내어 버렸다.

반면, 황편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노수차 황편으로 만든 차의 맛이 의외로 좋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노수차 차농들은 어린잎은 위에 진상하거나 판매하였고, 자신들의 차는 황편으로 제작했다. 황편차가 과거엔 차농들의 차였던 것은 그런 때문이다.

시간이 빚어낸 약차(藥茶): 떫은 맛은 비우고 건강한 당도는 채우다

그런데, 황편차는 외형이 예쁘지 않을 뿐 잎 조직이 두툼하고 실해서 그 맛이 달고 깊고 풍부하면서 내포성도 좋다. 늙어서 찻잎 색이 엷을 뿐 당도는 1아2엽에 비해 훨씬 높다. 그윽한 난향이 난다. 맛이 풍부할 뿐 아니라 목 넘김이 매끄럽다.

이런 이유로 황편만으로 제작하여 판매하는 황편차까지 등장했다. 인기도 있다. 특히 맛이 순하고 단맛이 있어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분들이 오히려 접근하기 좋다.

쓰지도 떫지도 않으며 향이 독특하다. 여린 잎으로 만든 생차처럼 위를 상하게 하지도 않는다. 고차수의 황편은 당해 연도에도 맛이 있지만, 오래될수록 더욱 향기롭고 진해진다. 더군다나 황편이 당뇨 같은 성인병 등에 그 효능이 많다고 알려지면서 요즘엔 황편차를 선호하는 분들이 더 많이 생겼다.

황편은 예전에는 차의 필수 요소였을지도 모른다. 옛날의 호급, 인급 차들을 제작하면서 황편을 따로 골라내지 않고 가공한 모차 그대로 압병하였다는 전언도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호급 및 인급차에는 황편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고물 혹은 쓰레기라 천하게 불리면서도 묵묵히 유전자 기능의 핵심 역할을 하였던 Junk DNA처럼, '누런 조각'이라 천하게 불리면서도 황편은 차 덩이 속에서 차의 맛을 완전하게 하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치의 렌즈가 바뀌면 새로 보이는 것들

가치의 기준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준이 달라지면,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정크 DNA와 황편은 알려준다.

모든 경시된 것들은 시선이 닿지 않은 가능성이고, 더 나아가 그 시대가 지워버린 가치일지도 모른다. 가치의 렌즈가 바뀌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유영현 티클리닉 디렉터(오디오칼럼 1+1이야기 https://www.youtube.com/@yhyoo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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