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병원 전전하던 삼차신경통 환자, 진단은 어디서 받고 치료는 어디서 받을까?
원인을 몰라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 나중에야 그게 뇌신경쪽 문제인 '삼차신경통'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차신경통은 다른 비슷한 증상과 구분하는 진단부터가 까다롭다. 사진=클립아트코리
양치하다가, 세수하다가, 밥을 씹다가 얼굴 한쪽에 갑자기 번개처럼 통증이 꽂힌다. 찬 바람만 살짝 스쳐도 바늘로 찌르는 듯 콕콕 쑤신다. 너무 세고, 너무 아프다.
처음엔 치통인가 싶어 치과를 찾았다. 그래도 낫지 않아서 이번엔 턱관절을 의심한다. 그래도 안돼 두통약도 먹어본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야 "삼차신경통(Trigeminal Neuralgia)일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찾아보니, 그렇게 아팠던 게 이해가 된다. '인류가 겪는 가장 극심한 통증' 중 하나로 꼽는 사람도 있다. 벼락 치는 듯 아프다고도 한다. 한해 약 6만~8만 명이 이걸로 치료를 받는다.
삼차신경통은 왜 찾아내는 것부터 힘든가?
삼차신경통은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三叉神經)에 문제가 생기며 나타나는 극심한 통증이다. 얼굴의 감각을 뇌로 전하고, 씹는 움직임에도 관여하는 대표적인 얼굴 신경에 탈이 난 것이다.
그런데 통증 위치가 뺨, 코, 턱, 잇몸, 눈 주위 이마까지 몰리다 보니 치과나 이비인후과 문제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통증의 강도와 반복 양상, 유발되는 상황을 자세히 들어보면 결이 다를 때가 많다.
부산 봉생기념병원 이상훈 명예원장(신경외과)은 "중년 이후, 혈관이 두꺼워지면서 그 옆을 지나는 삼차신경을 누르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5060세대에서 가장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의 2배 정도 많다. 폐경 이후 신경계의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젊은 사람은 염증이나 다발성경화증, 뇌종양, 뇌혈관 기형 때문에 오기도 한다.
진단은 어디서부터 잡아야 하나?
이 질환에서 먼저 필요한 것은 수술실이 아니다. 통증의 성격을 가려내고, 감별하는 진료다. 어디가 아픈지보다, 언제 아픈지, 얼마나 짧고 강한지, 무엇을 할 때 유발되는지를 찾는 문진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다음, MRI(자기공명영상)나 MRA(자기공명혈관영상) 같은 영상검사로 신경을 누르는 혈관이 있는지 본다. 혹시 다른 원인이 숨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게 된다.
이상훈 명예원장은 "신경외과 의사가 보면 문진만으로도 삼차신경통을 상당 부분 알아차릴 수 있지만, MRI와 MRA로 원인을 더 정확히 찾는다"고 했다. 이 과정은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도 중요하지만, 다른 질환과 구별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
여기서 지역 포괄2차 병원의 역할이 잘 살아난다. 한쪽 얼굴 통증처럼 애매한 증상은 처음부터 상급종합병원을 찾기보다, 가까운 포괄2차종합병원에서 먼저 감별하고 약물치료와 영상평가를 거쳐 다음 단계를 정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그래야 환자가 덜 힘들다.
치료는 지역에서 어디까지 가능한가?
삼차신경통이라고 해서 모두 곧장 수술로 가는 것도 아니다. 약물치료로 통증이 조절되는 사람도 있고, 경과를 보며 치료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약효가 떨어지거나 졸림, 어지럼 같은 부작용이 커지면 다음 단계 치료를 고민해야 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면 결국 경험이 중요해진다. 봉생기념병원 이상훈 명예원장은 삼차신경통의 진단과 수술법을 국내 의학 교과서와 해외 전문서에 집필해왔다.
또한 그 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미세혈관감압술(MVD) 수술도 4700례 이상의 임상 경험을 쌓아왔다. 전신마취 후에 머리뼈를 열어 뇌혈관을 신경과 떨어뜨려야 하는 개두술(開頭術)의 일종으로 삼차신경통을 낫게 하는 유일한 완치법으로 꼽힌다. 이런 축적은 단지 "수술을 많이 했다"는 의미보다, 누가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가르는 판단의 정밀함을 담보한다.
이 명예원장은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볼 때, 통상적으로 신경과 혈관 사이에 '테플론 펠트'(Teflon felt)를 끼워놓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테플론 유착 등으로 인한 재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보고, 문제가 된 혈관 위치를 바꿔 고정하는 '전위술'(轉位術)을 더 중시해왔다.
얼굴 한쪽에 극심한 통증을 몰고 오는 삼차신경통, 그리고 이를 근치하는 핵심 수술 미세혈관감압술(MVD)을 부울경에서 선도해온 봉생기념병원 이상훈 명예원장. 그가 지금까지 해온 MVD 수술만 4700례를 넘었다. 사진=봉생기념병원
신경과 혈관 사이에 인공 완충재를 끼워 넣기보다는 신경을 누르고 있는 문제 혈관을 옆으로 살짝 옮겨, 다시 닿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수술이 더 낫다는 얘기. 결국 경험 많은 의사의 역할은 수술을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 더 오래 가는 결과를 낼지까지 판단하는 데 있다.
언제 상급종합병원과 협력해야 하나?
하지만 포괄2차의 강점은 모든 환자를 붙잡는 데 있지 않다. 지역에서 먼저 보고,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하고, 더 높은 단계의 판단이나 처치가 필요할 때 상급종합병원과 연결하는 데 있다.
삼차신경통도 마찬가지. 초기 감별과 약물치료, 영상평가, 수술 필요성 판단을 여기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더 복잡한 신경학적 평가가 필요하면 상급종합병원 협력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수술 뒤에도 재활과 후속 관리 매커니즘이 계속 작동해야 한다. 고난도 치료가 끝났다고 모든 관리가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 통증 재발 여부, 약 조절, 일상 회복은 다시 지역에서 이어질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병원이 더 크냐"가 아니라, 처음 진단부터 이후 추적까지 길이 끊기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삼차신경통이 골치 아픈 것은 극심한 통증도 문제지만, 진짜 원인을 몰라 병원과 병원 사이를 오래 헤매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지역 포괄2차 병원의 역할이고, 꼭 필요할 때 상급종합병원과 손을 잡는 협력구조의 의미이기도 하다.
[미니 FAQ]
다음은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들
세수하거나 양치할 때 얼굴이 찌릿하면 다 삼차신경통인가?
그렇지는 않다. 치과 질환, 턱관절장애, 다른 안면통증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통증 양상과 유발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어느 과로 먼저 가야 하나?
과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감별 진단이 가능한 진료를 받는 일이다. 통증 양상이 애매할수록 문진과 영상검사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신경외과, 신경과,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진료는 가능하나 수술적 치료는 신경외과만 가능하다.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은 언제 가야 하나?
아주 정밀한 평가와 고난도 치료가 필요할 때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라 해서 모두 수술까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의 경험과 수술 방법, 기술이 중요하므로 의사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판단을 포괄2차종합병원에서 경험 많은 전문의에 받아보는 것이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