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시간 길수록 노화 속도 격차…12.8년 관찰서 심혈관 사망 위험 34%↑
,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남성. 의자에 앉아 움직임이 줄어든 상태가 길어질수록 몸의 변화는 쌓이기 쉽다. 짧은 운동보다 긴 좌식 시간이 반복되는 생활이 노화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 1시간씩 운동을 하더라도 몸은 더 빨리 늙을 수 있다.
노화 속도를 가르는 기준은 다르다. 헬스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 중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느냐다.
운동만으로는 늦춰지지 않는 노화가 따로 있다.
운동과 별개 변수, 노화 속도 '좌식'에서 갈려
대만 타이베이 의대 웨인 가오 박사 연구팀은 직장인 48만1688명을 평균 약 13년 추적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주로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활동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6%,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34% 더 컸다. 나이·흡연·체중 등을 보정한 뒤에도 차이는 유지됐다.
운동 여부와는 별개로, 좌식 시간은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독립 변수로 작용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낼 경우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제 학술지 《JAMA Network Open》 2024년 1월호에 실렸다.
많은 사람이 하루 한두 시간 운동을 하면 나머지 시간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에서는 짧은 운동보다 좌식 상태가 훨씬 오래 이어진다. 그 결과 운동으로 얻은 효과보다 앉아 있는 동안 쌓이는 변화가 더 크게 누적될 수 있다.
근육 멈추면 대사 멈춘다, 노화 경로 열린다
의자 위에 있는 동안 하체 근육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때 혈당을 처리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남은 혈당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혈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혈당이 쉽게 쌓이는 상태)이 높아진다.
노화는 단지 나이가 드는 현상이 아니라, 세포가 점차 기능을 잃고 손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과정이다. 생활 방식에 따라 이 변화가 쌓이는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이 '염증성 노화'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몸 안에서는 약한 염증이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원래 염증은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위해 잠깐 작동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상태가 멈추지 않으면 염증이 계속 이어진다. 조직을 보호하던 반응이 정상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몸은 회복보다 손상이 더 많이 쌓이는 방향으로 기울게 된다. 이 흐름이 지속되면 노화 속도도 함께 빨라질 수 있다.
관련 메타분석(여러 연구 결과를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에서도 하루 8~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의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3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여부를 고려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자료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연세대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루 좌식 시간이 긴 여성은 짧은 여성보다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최대 65% 높았다.
정신 건강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약 1만5000명을 분석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경우 우울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활동 수준을 고려한 이후에도 이러한 연관성은 유지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좌식 시간은 약 9시간이다. 이는 단순한 생활 차이를 넘어, 건강 격차를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여성. 앉아 있는 시간을 끊고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노화 속도를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화 치료 접근 등장…약물·세포 기술은 초기 단계
일부 연구에서 노화를 '치료 가능한 과정'으로 보는 접근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약물과 세포 기술에서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은 세포 에너지 대사에 작용해 노화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라파마이신 계열 약물은 다른 경로에서 작용한다. 세포 내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손상된 세포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작용 기전은 다르지만, 두 약물 모두 노화 관련 경로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함께 주목받는다.
세놀리틱스는 기능이 떨어진 노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물질이다. 노화세포를 없앰으로써 염증을 줄이고 조직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
기능이 떨어진 세포를 다시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재프로그래밍 기술도 동물 실험 단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한 안전성과 효과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이처럼 노화를 늦추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 대상 임상 초기 단계에 있거나 동물·세포 수준의 연구에 머물러 있다.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법은 아직 제한적이다.
30분마다 끊는 습관, 저속노화 분기점
노화 속도를 늦추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48만 명 연구에서 확인된 또 다른 사실이 있다. 앉기와 서기를 번갈아 한 사람들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사람과 사망 위험 차이가 없었다. 하루 15분 정도의 가벼운 움직임만 추가해도 격차는 크게 줄었다.
핵심은 운동량이 아니라 '앉아 있는 시간을 끊는 횟수'다. 30분마다 2~3분씩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좌식 생활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몸을 실제 나이보다 젊게 유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오래 앉아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 식사와 생활 리듬을 스스로 관리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여기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몸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까지 더해지면 노화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상태로 오래 사느냐다. 여러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병수명' 진입 시점을 늦추는 것이 저속노화의 핵심이다. 그 출발점은 헬스장이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