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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음식 끊어도 지방간 그대로?”… 좀비가 된 ‘이 세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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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쥐 간 대식세포 60~80% 노화…UCLA, 고콜레스테롤도 면역세포 좀비화 유발 첫 확인

간이 있는 곳을 만지고 있는 남성. 지방간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에서는 지방 축적뿐 아니라 간 내 면역세포 변화가 염증을 키우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 이후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기름진 음식을 끊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낫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연구팀이 그 이유를 찾아냈다. 범인은 식습관이 아니라 간 속에서 죽지 않고 버티는 면역세포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팀이 지목한 것은 간 속에 쌓여가는 노화 대식세포다. 분열을 멈추고도 죽지 않은 채 염증 물질을 쏟아내는 이 세포들을 제거하자, 식단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간이 개선되는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 결과는 4월 16일 학술지 《Nature Aging》에 실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인류에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술보다 비만·당뇨·고혈압 등 대사 이상이 핵심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최근 의료계는 병명을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으로 공식 변경했다.

1990년 전에는 세계 환자 수가 약 5억 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3억 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18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랜싯 위장병학·간장학》에 실렸다. 미국에서는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다.

무엇보다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자각증상이 없다.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으로 시작해 지방간염을 거쳐 간섬유증(간경화·간부전)으로 악화된다. 환자의 최대 50%가 간섬유증으로 이어지고 이 단계에 이르면 간이식 외에는 생존 방법이 없다. 지방간이 있다면 심혈관 질환 위험은 43%, 당뇨병 발병 위험은 69% 상승한다.

세브란스병원 강희택 교수팀은 한국인 21만여 명을 평균 13년간 추적한 결과, 지방간 위험군 여성의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정상군보다 최대 1.4배 높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지방간 환자의 사망 원인 1위는 간질환이 아닌 심혈관 질환이다.

간 면역세포의 '노화 역설'…젊을 때 5%, 늙으면 80%

대식세포는 체내를 순찰하며 세균, 이물질, 죽어가는 세포를 청소하는 면역세포다. 면역세포란 몸이 병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방어하는 세포를 통칭한다. 대식세포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열을 멈추는 '세포 노화' 상태에 들어간다. 이상적으로는 면역계가 이 세포를 치워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분열은 멈췄으나 죽지 않은 채 염증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뿜는, 이른바 '좀비 세포'가 된다.

문제는 대식세포가 정상 상태에서도 노화 세포와 비슷한 단백질을 일부 발현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는 정상 대식세포와 노화 대식세포를 구별하지 못했다. 지방간의 원인을 찾으려 해도 어느 세포가 '진짜 범인'인지 콕 집어낼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UCLA 연구팀은 이 난제를 풀었다. p21과 TREM2라는 두 단백질이 동시에 높아질 때만 해당 대식세포가 진짜 노화 상태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 두 단백질의 조합을 확인하면 수많은 대식세포 중 노화한 것만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쥐의 간을 직접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젊은 쥐에서 대식세포의 약 5%만 노화 상태였지만, 늙은 쥐에서는 60~80%에 달했다. 그 비율이 높아질수록 만성 간 염증 수준도 함께 높아졌다.

연구를 이끈 앤서니 코바루비아스 UCLA 미생물학·면역학·분자유전학 조교수는 "노화 세포는 드물지만 고속도로 위 고장 차 한 대와 같다"며 "차 한 대가 수 킬로미터의 정체를 만들 듯, 이 세포 몇 개가 조직 전체를 망가뜨린다"고 밝혔다.

나쁜 콜레스테롤도 면역세포를 좀비로 만든다

이번 연구는 노화가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LDL 콜레스테롤은 세포막 구성과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물질이다. 다만 혈중 농도가 높고 장기간 유지될 경우 혈관뿐 아니라 조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LDL이 면역세포 기능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대식세포를 고농도 LDL에 노출시키자, 세포 분열이 멈추고 염증 물질 분비가 증가했으며 p21과 TREM2가 동시에 올라갔다. 고콜레스테롤 상태가 면역세포를 노화 상태로 밀어 넣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식세포는 원래 콜레스테롤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과부하 상태가 지속되면 기능이 변할 수 있다. 과식과 고LDL 상태, 과당 과잉 섭취는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지방이 쌓이는 환경 자체가 면역세포를 변화시키고, 이 면역세포가 다시 염증을 만들어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종전 연구와의 차이…'간세포'에서 '면역세포'로

세포 노화와 지방간의 연관성은 이전에도 연구됐다.

2017년과 2025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들은 간세포 자체가 노화하면 지방 분해 능력이 떨어져 지방간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혔고,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세놀리틱 약물이 지방간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였다. 세놀리틱이란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고 버티는 좀비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도록 설계된 약물로, 세포 생존을 지탱하는 특정 단백질(BCL-2 계열)을 차단해 노화 세포만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UCLA 연구는 표적을 바꿨다. 간세포가 아닌 면역세포인 대식세포의 노화가 간 전체 염증 환경을 지배한다는 것, p21·TREM2 두 단백질 조합으로 노화 대식세포만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식단 바꾸지 않아도 간이 달라질 수 있을까

연구팀은 노화 대식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약물 ABT-263을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식이를 유지한 쥐에게 투여했다.

식단은 그대로였는데도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간 무게가 체중 대비 약 7%에서 정상 수준인 4~5%로 줄었고, 체중도 평균 40g에서 약 30g으로 25% 감소했다. 노르스름하게 부풀어 있던 간이 건강한 붉은색을 되찾았다. 세포를 제거했더니 지방간이 단순히 진행을 멈춘 게 아니라 실제로 회복됐다는 것이다.

쥐 실험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이 공개된 인간 간 조직 검사(생검)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지방간 환자의 병든 간에서 p21·TREM2 두 단백질이 동시에 높아진 노화 대식세포가 정상 간보다 현저히 많았다. 동물 실험에서 발견한 기전이 사람에게도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다만 이번 실험에 쓰인 약물 ABT-263은 인체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혈소판 감소 등 독성 부작용이 확인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현재 노화 대식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면서 부작용이 없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스크리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크리닝 연구는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질병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다. 지방간에 그치지 않고 같은 기전이 작동하는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암까지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도 함께 탐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과 인간 간 조직 분석에 기반한 초기 단계 연구로,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안전성과 장기 효과를 확인하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제는 아직 승인된 바 없는 상황에서, 면역세포 노화라는 새로운 표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방간을 포함한 노화 관련 질환 연구의 방향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

정상 간에서 시작된 변화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거쳐 염증과 섬유화 단계로 진행되며, 결국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만 40세 이상 성인의 유병률이 30%를 웃돌고, 65세 이상에서는 4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흔하며,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데도 진단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식단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 관리의 중요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섣부르다. 지방 축적 외에도 면역세포 변화가 관여할 수 있다는 기전이 추가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간은 전신 대사와 면역 반응이 교차하는 장기다. 이곳의 염증 변화는 심혈관 질환 등 다른 만성질환 위험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지방간 관리의 핵심은 단순히 지방 섭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체중과 혈중 지질, 혈당을 함께 조절하면 간 내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세포 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간 진행·원인·치료 가능성 핵심 정리]

Q1. 지방간을 내버려두면 어떤 질환으로 이어지나요?

A1. 지방간은 방치할 경우 지방간염(MASH)과 같은 염증 단계로 진행한 뒤 간 섬유화,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간경화 환자에서 간세포암이 동반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험은 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만성 콩팥병과 간 외 암 발생 위험이 함께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지방간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 간질환이 아닌 심혈관 질환이라는 점도 확인돼 있습니다. 이는 지방간이 단순한 간 질환을 넘어 전신 대사 질환과 연결된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Q2. 지방간이 없어도 고콜레스테롤이 간 면역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2. 이번 연구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 간 대식세포가 노화된 상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LDL은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이지만, 수치가 과도하게 높고 그 상태가 지속될 때 문제가 됩니다.

지방간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포화지방 위주의 식사 등 LDL을 높이는 식습관이 지속되면 간 내 염증 환경이 서서히 형성될 수 있습니다. 수면 역시 영향을 미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경향이 보고돼 있어, 충분한 숙면은 이러한 변화의 누적을 줄이는 기본 조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동물 실험과 인간 간 조직 분석에 기반한 결과로, 실제 인체에서의 임상적 의미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Q3. 현재 세포 노화를 표적으로 한 치료가 실제로 가능한가요?

A3. 전 세계적으로 세놀리틱 약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세놀리틱은 기능이 떨어진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그간 다사티닙과 케르세틴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동물 모델에서 지방간 완화 효과를 보인 바 있습니다. 2025년에는 노화 간세포를 겨냥한 신약 후보 물질이 발굴되는 등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UCLA 연구는 그 표적을 간 대식세포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인체에 안전한 물질을 찾기 위한 초기 단계의 선별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초기 단계지만, 치료 표적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 방향을 보여준다고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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