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집단서 폐암 발생 증가 관찰…농약 노출 가능성 제기
담배를 안 피우더라도 건강식 섭취가 오히려 폐암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담배를 안 피우더라도 과일 채소 위주 건강식 섭취가 오히려 폐암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노리스 종합암센터 연구진은 50세 미만 비흡연자 중 과일·채소·통곡물 섭취량이 높은 집단이 일반 인구보다 폐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7일 ⟪미국암연구학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연구 책임자인 호르헤 니에바 박사는 "일반 인구보다 건강식 섭취량이 많은 젊은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결과는 기존 인식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인으로 환경적 요인, 농약 노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기농이 아닌 방식으로 재배된 과일·채소·통곡물은 유제품이나 육류, 일부 가공식품보다 농약 잔류 수준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농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농업 종사자에서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기존 관찰과도 관련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같은 연령대 비흡연자 중에서는 여성의 폐암 진단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으며, 여성의 과일·채소·통곡물 섭취량도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젊은 폐암 역학 프로젝트(Epidemiology of Young Lung Cancer Project)'를 진행했으며, 50세 이전 폐암 진단을 받은 187명을 대상으로 인구학적 특성, 식습관, 흡연력 등을 조사했다. 대부분은 비흡연자였고, 흡연 관련 폐암과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유형의 폐암이 확인됐다.
앞서 2021년 해당 프로젝트 연구에서도 40세 미만 환자의 폐암 아형이 고령층과 다르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식단 평가는 '건강식품지수(Healthy Eating Index, HEI)'를 활용해 분석됐다. 그 결과 젊은 비흡연 폐암 환자의 평균 점수는 65점으로, 미국 평균 57점보다 높았다. 특히 여성의 점수가 남성보다 높았다.
참가자들은 평균적인 미국인보다 과일·채소·통곡물 섭취량이 많았으며, 하루 기준 짙은 녹색 채소와 콩류는 4.3회, 통곡물은 3.9회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성인 평균(각각 3.6회, 2.6회)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만으로 농약과 폐암 간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식품 내 농약 노출을 직접 측정하지 않고, 식품군별 평균 농약 수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출을 추정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혈액이나 소변을 통해 개인별 농약 노출을 직접 측정해 특정 농약과 폐암 위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젊은 성인 폐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폐암은 평균 발병 연령이 71세로 알려져 있으며, 전통적으로 흡연자와 고령층, 남성에서 주로 발생해왔다. 한국 전체 폐암 환자 중 비흡연자 비율은 약 30~40% 에 달하며,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85~90%가 비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나 비흡연자 폐암 위험이 매우 높은 편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간접흡연, 요리 시 발생하는 조리 연기, 라돈, 만성 폐 질환 등이 꼽힌다.